레킹 크루
레킹 크루 (Wrecking Crew World) · 1985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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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가 망치를 듭니다
점프해서 적을 밟는 그 마리오가 아닙니다. 이 게임의 마리오는 점프를 아예 하지 못합니다. 대신 커다란 망치를 들고 벽을 두들겨 부숩니다. 작업복 차림에 안전모를 쓴 모습으로 철골 사이를 오가며 건물을 해체하는데, 익숙한 캐릭터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처음 보면 낯섭니다.
점프가 없다는 점이 이 게임 전체를 결정합니다. 한 번 내려간 층으로는 사다리 없이 올라올 수 없고, 발판을 잘못 부수면 그 자리에 갇힙니다. 그래서 이건 액션 게임이라기보다 순서를 생각하는 퍼즐 게임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레킹 크루(Wrecking Crew)는 화면 하나에 담긴 구조물의 벽과 사다리를 모두 부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퍼즐 액션 게임입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 사다리 오르내리기, 그리고 망치질뿐입니다.
부술 수 있는 대상은 여러 종류입니다. 평범한 벽, 사다리, 기둥, 그리고 폭탄이 있습니다. 폭탄을 치면 이어진 주변 구조물이 한꺼번에 날아가서, 잘 쓰면 여러 번 할 일을 한 번에 끝낼 수 있습니다.
방해꾼도 있습니다. 화면을 돌아다니는 적에게 닿으면 목숨을 잃고, 별도로 등장하는 방해 인물이 마리오를 쫓아다니며 진행을 막습니다.
순서가 전부입니다
이 게임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대개 실력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벽을 아무 생각 없이 부수다 보면 위층으로 갈 사다리를 먼저 없애 버리거나, 발판이 사라져 아래층으로 떨어진 뒤 돌아올 길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남은 구조물을 부술 방법이 없어져 그 스테이지는 끝입니다.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화면 전체를 한 번 훑어봐야 합니다. 어느 사다리를 마지막까지 남겨 둘지, 어떤 순서로 층을 돌지 미리 정해 놓고 움직이는 것이 정석입니다. 특히 사다리는 이동 수단이므로, 그 층에서 할 일을 다 끝낸 뒤에 부수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폭탄은 강력하지만 위험합니다. 연쇄로 터지면서 아직 쓸 일이 남은 사다리까지 날려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폭탄을 칠 때는 무엇이 함께 사라질지 확인하고 눌러야 합니다.
적을 다루는 법
마리오는 점프도 못 하고 적을 직접 공격할 수단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적은 처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피하는 대상입니다. 적이 다니는 길을 파악하고, 그 사이의 빈 시간에 필요한 작업을 하는 식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다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화면에 있는 큰 통을 밀어 적에게 부딪히게 하면 잠시 치울 수 있고, 층 구조를 이용해 적을 다른 층에 묶어 두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런 잔재주를 익히면 후반 스테이지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스테이지를 직접 만듭니다
이 작품에는 스테이지 편집 기능이 들어 있습니다. 벽과 사다리, 폭탄, 적의 위치를 직접 배치해 자기만의 스테이지를 만들고 바로 해 볼 수 있습니다. 1985년의 가정용 게임에 이런 기능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 봐도 놀랍습니다.
직접 만들어 보면 이 게임의 설계가 더 잘 보입니다. 부술 수 없는 스테이지를 만들지 않으려면 사다리와 발판의 관계를 계산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원래 스테이지들이 얼마나 정교하게 짜여 있는지 알게 됩니다.
초기 닌텐도의 실험
마리오가 주인공이지만 슈퍼 마리오 계열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이 시기의 닌텐도는 같은 캐릭터를 여러 장르에 올려 시험하고 있었고, 이 작품은 그중 퍼즐 쪽 시도에 해당합니다.
화면 구성은 단출합니다. 배경은 검고 구조물은 몇 가지 색으로만 그려져 있습니다. 대신 규칙이 명확하고 한 판이 짧아서, 실패해도 곧바로 다시 붙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마리오라는 이름 때문에 집어 든 사람이 많았고, 점프가 안 된다는 사실에 당황하다가 결국 퍼즐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