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맨 에그제 1
배틀 네트워크 록맨 에그제 (Battle Network Rockman Exe J Eurasia) · 2001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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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게임이던 록맨이 RPG가 되다
록맨이라고 하면 옆으로 스크롤되는 화면에서 뛰고 쏘는 게임을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록맨과 같은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초등학생이고, 싸움은 인터넷 안에서 벌어지며, 전투는 카드를 골라 진행합니다.
처음 이 게임을 접한 사람들은 당황했습니다. 이게 록맨이 맞나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몇 시간 붙잡고 있다 보면 어느새 배틀칩 조합을 궁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낯선 만큼 중독성이 강했던 작품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록맨 에그제 1(Battle Network Rockman EXE)은 모든 전자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히카리 넷토는 자신의 내비라는 프로그램인 록맨을 전자기기에 접속시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합니다.
현실에서는 넷토가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전자레인지나 신호등 같은 기기에 접속하면 그 안이 하나의 미로가 되어 록맨이 탐색합니다. 현실과 전뇌 세계를 오가며 진행하는 구조가 이 시리즈의 뼈대입니다.
배틀칩과 격자 전투
전투는 3x3 격자 두 개가 마주 보는 형태로 벌어집니다. 록맨은 자기 쪽 아홉 칸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고, 적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 무기인 버스터는 위력이 약해서, 실질적인 공격은 배틀칩으로 합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손에 든 칩 중에서 몇 장을 골라 장착합니다. 이때 같은 이름의 칩이나 같은 코드 알파벳이 붙은 칩끼리만 한 번에 여러 장 고를 수 있습니다. 이 제약 때문에 덱을 짤 때 코드를 맞추는 작업이 중요해집니다.
칩을 다 쓰면 게이지가 다시 찰 때까지 버스터로 버텨야 합니다. 그 사이에 적의 공격을 피해야 하니, 카드 게임 같으면서도 몸으로 하는 액션의 감각이 함께 있습니다. 이 절묘한 균형이 시리즈를 오래 끌고 간 힘입니다.
첫 작품의 거친 맛
1편은 시리즈의 출발점이라 뒤에 나온 작품들에 비하면 다듬어지지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이동 속도가 느리고, 인카운터가 잦아 던전을 돌아다니는 게 다소 답답합니다. 폴더 편성 기능도 제한적입니다.
대신 거친 만큼 원형이 잘 보입니다. 뒤에 붙은 여러 장치들 없이 배틀칩과 격자 전투라는 핵심만으로 굴러가기 때문에, 시리즈가 무엇으로 재미를 만드는지 가장 또렷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최종 보스로 이어지는 후반부는 난이도가 꽤 올라갑니다. 회복 칩을 넉넉히 넣고, 자기 폴더에서 확실히 쓸 수 있는 코드를 정해 그쪽으로 통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후 시리즈로
이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에그제 시리즈는 해마다 새 작품이 나왔습니다. 2편에서 스타일 체인지가, 3편에서 내비 커스터마이저가 붙는 식으로 매번 새 시스템이 하나씩 추가됐습니다.
애니메이션도 함께 방영되면서 당시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이름이 됐습니다. 시리즈 어느 편부터 시작해도 되지만, 넷토와 록맨이 어떻게 만나 무엇을 하는지 처음부터 보고 싶다면 이 1편이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