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 툰 레이싱
루니 툰 레이싱 (Looney Tunes Racing USA En Fr Es) · 2000 · Infogr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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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레이싱 게임에서 아이템 상자를 밟지 않는 작품은 흔치 않습니다. 이 게임은 코스에 떨어진 색색의 토큰을 주워 모아 원하는 능력을 직접 충전하는 방식을 씁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상자를 밟고 운을 비는 대신, 지금 무엇을 쓸지 스스로 고르는 구조입니다. 이 한 가지 차이가 같은 시기 카트 게임들 사이에서 이 작품을 구분 짓습니다.
루니 툰 레이싱(Looney Tunes Racing)은 벅스 버니와 대피 덕을 비롯한 루니 툰 캐릭터들이 카트를 몰고 겨루는 레이싱 게임입니다. 기본으로 고를 수 있는 여섯 명 외에 조건을 채우면 열리는 캐릭터가 더 있어, 전부 합치면 열아홉 명이 됩니다. 플레이스테이션과 게임보이 컬러로 나왔습니다.
토큰을 모아 능력을 고른다
이 게임의 중심은 토큰입니다. 코스 곳곳에 여러 색의 토큰이 놓여 있고, 이것을 주우면 그에 해당하는 능력이 조금씩 충전됩니다. 쓸 수 있는 능력은 여섯 가지가 준비되어 있는데, 한 번에 발동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충전된 단계의 능력 하나입니다.
이 구조가 만들어 내는 판단이 재미있습니다. 당장 쓸 수 있는 낮은 단계의 능력을 바로 써서 눈앞의 상대를 제칠 것인가, 아니면 참고 토큰을 더 모아 더 강한 능력을 노릴 것인가를 계속 선택하게 됩니다. 상자를 밟는 방식이 운에 맡기는 것이라면, 이쪽은 주행 중에 어떤 색을 우선해서 주울지까지 계획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주행선도 달라집니다. 가장 빠른 선을 그리는 것이 늘 정답이 아니고, 토큰이 깔린 쪽으로 살짝 돌아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득인 구간이 생깁니다. 코스를 외운다는 것이 여기서는 코너뿐 아니라 토큰 배치까지 외우는 것을 뜻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놓치는 것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토큰을 무시하고 달리는 것입니다. 순수한 주행만으로 앞서 나가려 하면 뒤에서 능력을 충전한 상대에게 그대로 따라잡힙니다. 이 게임에서 능력은 보조가 아니라 순위를 만드는 주된 수단입니다.
반대로 능력을 낭비하는 실수도 흔합니다. 충전되자마자 눌러 버리면 정작 마지막 바퀴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특히 앞차와 거리가 멀 때 쓰는 것은 대개 낭비입니다. 사거리에 들어왔을 때, 혹은 코너 직전처럼 상대가 회피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쓰는 편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코너 처리도 중요합니다. 이 시기 카트 게임 대부분이 그렇듯 급브레이크보다는 진입 전에 미리 속도를 줄이고 코너 안쪽을 타고 나가는 편이 빠릅니다. 직선에서 벌어 놓은 시간을 코너 하나에서 다 잃는 일이 자주 벌어지니, 익숙해질 때까지는 코너 진입 속도를 조금 낮춰 잡는 것이 낫습니다.
캐릭터를 여는 재미
기본 캐릭터 여섯 명으로 시작해 나머지를 하나씩 열어 가는 구성은 이 시기 카트 게임의 공식과 같습니다. 다만 원작 만화의 등장인물이 워낙 많다 보니, 열리는 캐릭터 목록을 보는 것 자체가 원작을 아는 사람에게는 소소한 즐거움이 됩니다.
캐릭터마다 카트 성능에 차이가 있으므로, 처음에는 다루기 쉬운 쪽으로 익힌 뒤에 자기 주행 습관에 맞는 캐릭터를 찾아가는 순서가 좋습니다. 최고 속도가 빠른 쪽은 코너에서 실수가 커지고, 다루기 쉬운 쪽은 직선에서 밀립니다. 코스 구성에 따라 유리한 성격이 달라지므로 하나만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 시절의 카트 게임 판
2000년 전후는 카트 레이싱이 하나의 확실한 장르로 자리 잡은 시기였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에서는 이미 이 장르의 대표작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뒤이어 나온 작품들은 대개 그 문법을 따르면서 각자의 한 가지를 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게임이 더한 것이 바로 토큰으로 능력을 직접 고르는 구조였습니다.
당시 평가는 무난한 수준이었습니다. 장르의 대표작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만화 원작 게임 중에는 꽤 성실하게 만들어진 축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만화 원작 카트 게임이 오락실보다 집에서 즐기는 물건이었습니다. 루니 툰 캐릭터들은 텔레비전 만화로 이미 알려져 있어서, 아는 얼굴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형제나 친구끼리 둘러앉아 번갈아 잡기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화면 분할로 겨루는 판은 실력 차이가 조금 나도 능력 하나로 뒤집히기 때문에, 여럿이 붙었을 때 오히려 더 시끄럽고 재미있어지는 종류의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