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블 라블
리블 라블 (Libble Rabble) · 1983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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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 두 개로 화살표 두 개를 동시에 움직입니다
리블 라블의 조작 설명을 처음 들으면 잘 이해가 안 갑니다. 화면에는 빨간 화살표와 파란 화살표가 하나씩 있고, 그 둘 사이에는 줄이 팽팽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이 두 화살표를 각각 따로 움직여, 줄로 화면의 말뚝들을 감아 고리를 만들고, 그 고리 안에 적과 목표물을 가둡니다.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오락실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조작 체계입니다.
이 게임을 만든 사람은 팩맨을 만든 이와타니 토루입니다. 팩맨이 누구나 30초면 이해하는 게임이었다면, 리블 라블은 정반대 방향으로 간 작품입니다. 규칙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이해하고 나면 다른 어떤 게임과도 닮지 않은 감각을 줍니다.
어떤 게임인가
리블 라블(Libble Rabble)은 줄로 영역을 둘러싸서 목표를 달성하는 퍼즐 액션입니다. 화면에는 말뚝들이 박혀 있고, 두 화살표 사이의 줄을 말뚝에 걸어 가며 이동하면 줄이 지나온 자리에 경로가 남습니다. 그 경로가 닫히면 안쪽 영역이 확보되고, 그 안에 있던 것들이 처리됩니다.
한 판의 목표는 화면의 목표물을 모두 거둬들이는 것입니다. 목표물을 다 처리하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화면에는 여러 종류의 적이 돌아다니며 방해하는데, 그중에는 줄을 잘라 버리는 가위 모양 적도 있어서 마냥 크게 두르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크게 두를 것인가, 작게 확실히 딸 것인가
이 게임의 재미는 욕심과 안전 사이의 저울질에 있습니다. 넓게 둘러싸면 한 번에 많이 처리할 수 있어 점수가 크게 오릅니다. 그런데 넓게 두르려면 줄을 길게 늘여 오래 끌고 다녀야 하고, 그동안 적에게 걸리거나 줄이 잘릴 위험이 그만큼 커집니다.
반대로 작게 여러 번 나눠 따면 안전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간을 끄는 사이 적이 늘어나 화면이 험해집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들은 화면 상황을 보고 지금은 크게 갈 때인지 짧게 끊을 때인지를 계속 바꿉니다. 이 판단이 곧 이 게임의 실력입니다.
숨겨진 보물 요소도 이 저울질에 얹힙니다. 어떤 영역을 닫았을 때 근처에 보물이 있다는 신호가 오는데, 정확히 그 자리만 좁게 둘러싸야 실제로 얻을 수 있습니다. 신호가 왔다고 넓게 둘러싸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감으로 대충 두르던 사람에게 정밀함을 요구하는 장치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먼저 겪는 벽은 손입니다. 두 화살표를 동시에 다루는 데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한쪽을 움직이는 동안 다른 쪽이 엉뚱한 데로 흘러가 줄이 원하지 않는 모양이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욕심내지 말고, 한쪽 화살표를 말뚝에 걸어 고정해 놓고 다른 쪽만 크게 돌리는 방식으로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손씩 번갈아 쓰는 감각이 붙으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수월합니다.
두 번째 벽은 줄을 자르는 적입니다. 이 적이 나타나면 하던 큰 그림은 포기하고 일단 지금 그린 만큼만 닫아 버리는 편이 낫습니다. 아깝다고 계속 끌다가 잘리면 그동안의 이동이 전부 헛것이 됩니다.
세 번째는 시야입니다. 화살표 두 개를 쫓다 보면 화면 전체를 못 보게 됩니다. 시선을 두 화살표가 아니라 그 사이 줄에 두면, 어디가 닫히려 하는지와 적이 어디로 다가오는지가 함께 보입니다.
1983년 남코가 던진 실험
1983년의 남코는 팩맨, 갤러가, 제비우스로 이미 정점에 있던 회사였습니다. 그런 회사가 레버 두 개를 요구하는 낯선 게임을 내놓았다는 것은, 성공한 문법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그 선택에는 대가가 따랐습니다. 오락실 게임은 지나가던 사람이 화면만 보고 100원을 넣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게임은 화면만 봐서는 무엇을 하는 건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당대의 대중적 성공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대신 오래 파고든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훗날 여러 기종으로 이식되며 다시 조명받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지금 해 볼 만한 이유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조작 체계가 특수해서 일반적인 조작판으로는 그대로 옮기기 어려웠고, 규칙이 즉시 이해되지 않는 게임은 회전율을 중시하는 동네 오락실에 잘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해 보기 좋은 게임입니다.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고, 몇 판 헤매고 나면 왜 이 게임이 40년 넘게 이야기되는지가 손끝으로 이해됩니다. 줄을 크게 둘러 한 번에 화면을 정리했을 때의 쾌감은, 다른 어떤 퍼즐 게임에서도 대체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