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티 워리어즈
마이티 워리어즈 (Mighty Warriors) · 199? · Elettronica Video-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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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만든 무기 격투 게임
1990년대 초중반, 대전 격투는 전 세계 오락실을 휩쓸었습니다. 일본과 미국 회사들이 앞다퉈 신작을 내놓던 그 시기에, 유럽에서도 격투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고 나선 곳이 있었습니다. 이 게임이 그 결과물입니다. 고대 여러 문화권에서 온 전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싸우는데, 화면 구성과 캐릭터 그림이 어딘가 익숙한 일본 격투 게임들과 미묘하게 다릅니다. 그 어긋난 감각이 지금 보면 오히려 이 게임의 개성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마이티 워리어즈(Mighty Warriors)는 두 명의 전사가 무기를 들고 일대일로 겨루는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라운드제로 상대의 체력을 먼저 깎아 내면 이기고, 판이 넘어가면 다음 상대와 붙습니다. 기본 골격은 이 장르의 표준을 따릅니다. 레버로 이동하고 앉고 뛰며, 버튼으로 약중강 공격을 내고, 커맨드를 입력해 필살기를 씁니다.
특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태그 성격의 시스템입니다. 경기 사이에 두 번째 전사를 골라 둘 수 있고, 경기 중에 그 전사로 잠깐 바꿔 싸울 수 있습니다. 대전 격투에 두 캐릭터를 굴리는 구조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전이라는 걸 생각하면 꽤 이른 시도입니다. 다른 하나는 무장 해제입니다. 흔한 격투 게임에서 여러 번 맞으면 어지러운 상태가 되는 것과 달리, 이 게임은 반복해서 쓰러진 캐릭터가 들고 있던 무기를 놓칩니다. 무기를 잃으면 쓸 수 있는 공격 자체가 달라집니다.
무기를 잃는다는 것
무장 해제는 이 게임을 다른 격투 게임과 갈라놓는 지점입니다. 무기 격투에서 무기는 곧 사거리입니다. 무기를 놓친 쪽은 갑자기 상대의 공격 범위 밖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그 상황을 뒤집으려면 무기를 되찾거나 맨손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한 번의 실수가 판 전체의 구도를 바꾸는 셈이라 대전이 급격하게 기울어집니다.
이 시스템은 초보자에게 가혹하게 느껴집니다. 몇 번 넘어졌을 뿐인데 갑자기 공격이 닿지 않으니 영문을 모르고 지게 됩니다. 요령은 넘어지는 횟수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무리하게 반격하려 들지 말고, 넘어질 상황이 오면 다운을 피할 수 있는 행동을 먼저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상대의 무기를 떨어뜨렸다면 그 순간이 승부처입니다. 거리를 유지하며 무기 사거리로 계속 견제하면 상대는 손쓸 방법이 없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붙잡을 것
이런 소규모 제작사 격투 게임을 붙잡을 때 통하는 순서가 있습니다. 첫째, 필살기 커맨드를 외우기 전에 기본기부터 익힙니다. 어느 버튼이 가장 빨리 나가고 어느 버튼이 가장 멀리 닿는지, 이 둘만 알아도 반은 됩니다. 소규모 제작사 게임일수록 기본기 성능 차이가 크고 밸런스가 거친 편이라, 성능 좋은 기본기 하나를 찾으면 그것만으로 상당히 멀리 갑니다.
둘째, 상대의 전진을 막는 수단을 확보합니다. 무기 격투에서는 사거리가 길고 판정이 넓은 공격이 그 역할을 합니다. 무작정 뛰어드는 컴퓨터 상대는 그 한 방으로 계속 걸립니다. 대전 격투를 처음 하는 사람이 컴퓨터에게 지는 대부분의 이유는 먼저 들어가려다 맞는 것인데, 기다리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면 결과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셋째, 두 번째 캐릭터를 무작정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바꿔 쓸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 게임에서 그 카드를 안 쓰고 지는 것만큼 아까운 것이 없습니다. 지금 캐릭터가 불리한 구도라면 바꿔서 흐름을 끊는 것이 정답입니다.
유럽 제작사와 그 시절 사정
이 게임을 만든 곳은 이탈리아의 아케이드 기판 제조사입니다. 1990년대 유럽에는 일본 대형 회사들의 히트작 사이에서 자국 유통망을 통해 기계를 공급하던 중소 제조사가 여럿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형 회사만 한 개발 인력도 자금도 없었기 때문에, 이미 검증된 장르 문법을 가져다 자기들 나름의 요소를 얹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게임의 태그 시스템과 무장 해제도 그런 차별화 시도였습니다.
이런 게임들은 출시 시점 자료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 회사처럼 홍보를 크게 하지 않았고 기록을 남기는 매체도 적었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 역시 정확한 출시 시기에 대해 자료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 사정 자체가 그 시절 유럽 아케이드 산업의 규모를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 오락실은 일본 기판 유통망에 훨씬 강하게 묶여 있었습니다. 유럽 중소 제조사의 기계가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었고, 이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통용된 별칭이 없고 원제 그대로 불립니다.
지금 이 게임을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 볼 수 있게 된 덕에 흥미로운 비교가 가능해졌습니다. 같은 시기 일본 회사들의 격투 게임과 나란히 놓고 보면, 어떤 부분이 그 시절 장르의 공통 문법이었고 어떤 부분이 대형 회사만 할 수 있던 완성도였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잘 만든 게임을 찾는다면 다른 선택지가 많지만, 그 시절 오락실 산업의 다른 한쪽을 보고 싶다면 한 번쯤 붙어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