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폴리 슈퍼패미컴판
모노폴리 (Monopoly USA) · 1994 · Parker Br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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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를 세지 않아도 되는 모노폴리
실제 보드로 모노폴리를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게임의 절반은 계산입니다. 지폐를 색깔별로 나눠 세고, 임대료 표를 뒤져 금액을 확인하고, 거스름돈을 만들어 주고 나면 어느새 한 바퀴 도는 데 한참이 걸립니다. 게임기로 옮겨오면서 그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주사위를 굴리면 말이 알아서 가고, 남의 땅에 내리면 임대료가 자동으로 빠지며, 저당과 이자 계산까지 기계가 해 줍니다. 남는 건 사고, 짓고, 협상하는 부분뿐입니다.
모노폴리(Monopoly)는 보드를 돌며 부동산을 사들이고 같은 색 땅을 모두 모아 집과 호텔을 지어, 그 위에 내린 상대에게 임대료를 받아 파산시키는 보드게임입니다. 슈퍼패미컴판은 이 고전 보드게임을 16비트 기기로 옮기면서 화면 연출과 자동 계산을 붙인 판본입니다.
같은 색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
처음 하는 사람은 도착하는 땅마다 사들이는 실수를 합니다. 그런데 모노폴리에서 땅 한 칸의 임대료는 푼돈이고, 진짜 수입은 같은 색을 전부 모아 집을 지었을 때부터 나옵니다. 색이 흩어진 채로 많이 가지고 있어 봐야 자금만 묶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승부처는 교환 협상입니다. 내가 쓸 데 없는 땅과 상대가 색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땅을 맞바꾸는 자리에서, 서로 얼마나 급한지를 읽어야 합니다. 마지막 한 칸을 쥔 쪽이 값을 크게 부를 수 있지만, 너무 버티다가 다른 사람이 먼저 세력을 키우면 둘 다 손해를 봅니다.
어느 구역이 돈이 되는가
주사위 두 개를 굴리므로 가장 흔히 나오는 눈은 7이고, 감옥 칸은 게임 내내 자주 들르게 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감옥에서 몇 칸 앞에 놓인 중간 가격대 구역들이 통계적으로 가장 자주 밟히는 곳이 됩니다. 가장 비싼 최고급 구역보다 이쪽이 투자 대비 회수가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을 올릴 때도 순서가 있습니다. 각 땅에 집을 세 채까지 올릴 때 임대료 상승폭이 가장 크기 때문에, 자금이 넉넉하지 않으면 호텔로 직행하기보다 여러 땅에 세 채씩 골고루 올리는 쪽이 효율적입니다. 반대로 후반에는 집의 총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일부러 집을 사들여 상대가 못 짓게 막는 전술도 있습니다.
파산은 갑자기 온다
땅과 집에 자금을 전부 쏟아부으면 상대의 호텔에 한 번 걸리는 순간 곧바로 무너집니다. 급하게 집을 되팔면 산 값의 절반만 받고, 땅을 저당 잡히면 다시 찾을 때 이자를 얹어야 합니다. 한 번 이 소용돌이에 들어가면 회복이 거의 안 됩니다.
그래서 모노폴리는 언제 멈출지를 아는 게임입니다. 상대의 위험 구역이 얼마나 완성됐는지 보고, 거기 걸렸을 때 낼 수 있을 만큼의 현금은 항상 손에 남겨 두어야 합니다. 컴퓨터 상대로도 여러 명이서도 할 수 있고, 자동 계산 덕분에 실제 보드보다 훨씬 빠르게 한 판이 끝난다는 점이 이 판본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