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모아
모아모아 (More More) · 1999 · Sem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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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오락실 기판이 만든 미니게임 모음
1990년대 후반 한국 오락실에는 국내에서 만든 기판이 제법 돌아다녔습니다. 대부분 일본 게임의 형식을 빌려 온 것들이었지만, 그중에는 나름의 방향을 잡은 것도 있었습니다. 이 게임이 그런 쪽입니다. 버튼 세 개만 놓고, 짧은 미니게임을 연달아 던지면서 반사신경으로 승부를 보게 만듭니다.
한 게임이 몇 초에서 십몇 초면 끝납니다. 규칙 설명이 화면에 잠깐 뜨고, 곧바로 실행입니다. 생각할 시간이 거의 없으니 손이 먼저 반응해야 합니다. 옆 사람과 붙으면 누가 더 빨리 알아채느냐의 싸움이 되고, 여기서 나오는 소란이 이런 게임의 본질입니다.
무슨 게임인가
모아모아(More More)는 여러 개의 짧은 미니게임을 모아 놓은 아케이드 게임입니다. 조작은 색깔 있는 버튼 세 개가 전부입니다. 레버를 쓰지 않고 버튼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구성인데, 이건 코나미의 비시바시 시리즈가 확립한 방식입니다. 이 게임은 그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국내 사정에 맞게 만든 작품입니다.
미니게임 종류는 스무 가지 남짓입니다. 여러 그림 중에서 다른 하나를 찾는 것, 미로에서 옳은 출구를 고르는 것처럼 단순한 판단 문제가 있고, 거대한 괴수의 발을 피해 도망치거나 버튼 순서를 맞춰 마술을 부리는 것 같은 좀 더 엉뚱한 것도 섞여 있습니다. 종류를 골라서 할 수도 있고, 순서대로 이어서 할 수도 있습니다.
2인용을 지원하고, 사실상 2인용으로 할 때 재미가 몇 배로 커집니다. 혼자 하면 그냥 반사신경 훈련인데, 둘이 하면 승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짧은 게임이 계속 이어지는 구조
이런 형식의 장점은 문턱이 없다는 것입니다. 격투 게임은 커맨드를 알아야 하고, 슈팅 게임은 패턴을 외워야 하고, 퍼즐 게임은 규칙을 익혀야 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화면에 뜨는 짧은 안내 한 줄만 읽으면 바로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전혀 안 하던 사람도 옆에 앉혀 놓고 버튼만 알려 주면 그 자리에서 붙습니다.
단점도 같은 데서 나옵니다. 깊이가 얕습니다. 미니게임 스무 개를 다 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반복입니다. 같은 문제를 더 빨리 푸는 것 말고는 발전할 여지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혼자 오래 붙잡고 있는 게임은 아니고, 여럿이 있을 때 짧게 즐기는 게임입니다.
요령이라고 할 만한 것은 두 가지 정도입니다. 하나는 미니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어떤 종류인지를 최대한 빨리 알아채는 것입니다. 안내 문구를 다 읽지 않고 화면 구성만 봐도 무엇을 하는 건지 알게 되면 그만큼 앞섭니다. 다른 하나는 손가락을 세 버튼 위에 미리 올려 두는 것입니다. 어느 버튼을 누를지 정해지고 나서 손을 옮기면 늦습니다.
세미콤이라는 회사
세미콤은 1990년대 한국에서 오락실 기판을 만들던 회사입니다. 이 시기 국내에는 오락실 기판을 개발하는 업체가 여럿 있었고, 세미콤은 그중에서도 꾸준히 여러 편을 낸 축에 듭니다. 퍼즐, 액션, 스포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만들었습니다.
이 시절 국산 기판의 사정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개발 규모가 작으니 일본의 대형 기판과 정면으로 붙기는 어려웠고, 대신 이미 검증된 형식을 가져와 만드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국산 기판을 이야기할 때 어느 게임의 형식을 따랐다는 이야기가 늘 따라붙습니다. 이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기판들이 국내 오락실 생태계에서 맡은 역할이 있었습니다. 값이 저렴해서 작은 동네 오락실이나 문방구 앞 기계에 들어가기 좋았고, 그래서 큰 오락실에 갈 형편이 안 되던 아이들이 실제로 만나 본 게임이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게임 역사에 큰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개인의 기억에는 확실히 남아 있는 부류입니다.
이런 게임이 어울리던 자리
미니게임 모음은 오락실이라는 공간과 잘 맞는 형식이었습니다. 오락실은 원래 오래 앉아 있는 곳이 아니라 짧게 여러 번 즐기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판이 짧으니 대기 줄이 빨리 돌고, 둘이 붙으면 시끄러워지니 구경꾼이 붙습니다. 오락실 주인 입장에서도 회전이 빠른 기계였습니다.
친구끼리 뭘 할지 정하지 못했을 때 만만하게 앉던 기계가 이런 것들입니다. 격투 게임은 잘하는 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니 재미가 금방 식지만, 미니게임 모음은 누가 이길지 알 수 없습니다. 실력 차이가 있어도 순간의 실수 하나로 뒤집히기 때문입니다. 그 예측 불가능함이 이 형식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그림과 소리가 투박하다는 게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몇 판만 지나면 그런 건 잊고 버튼을 누르고 있게 됩니다. 반사신경을 시험하는 게임의 재미는 시대를 별로 타지 않기 때문입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으니, 옆에 누군가 있다면 같이 해 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