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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스

모토스 (Motos) · 1985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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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쏘지 않는 아케이드 게임에서 적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1985년 남코가 내놓은 답은 간단합니다. 그냥 들이받아 밀어내는 것입니다. 공중에 떠 있는 판 위에서 서로 부딪히고, 밀려서 판 밖으로 떨어진 쪽이 집니다. 스모나 밀어내기 놀이의 규칙을 그대로 게임으로 만든 셈인데, 이 단순한 규칙 하나가 40년이 지나도 통하는 재미를 만들어 냅니다.

모토스(Motos)는 판 위에 놓인 기체를 조종해 적들을 모두 판 밖으로 밀어내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액션 퍼즐입니다. 조작은 레버로 움직이는 것이 전부에 가깝습니다. 총알도 없고 공격 버튼도 없습니다. 오로지 속도를 붙여 부딪히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

모토스 퍼즐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5)

밀어내기의 물리

이 게임의 핵심은 무게와 속도입니다. 부딪혔을 때 누가 밀려나는지는 서로의 무게와 그 순간의 속도로 정해집니다. 가만히 서 있다가 부딪히면 밀립니다. 거리를 두고 속도를 붙여 들이받아야 상대를 날려 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조작은 부딪히는 순간이 아니라 그 전에 달려오는 거리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적들도 저마다 무게와 속도가 다릅니다. 가벼워서 툭 치면 날아가는 것이 있고, 무거워서 정면으로 부딪히면 오히려 내가 밀려나는 것이 있습니다. 빠르게 달려드는 유형은 정면 승부를 피하고 옆에서 각을 잡아 밀어내야 합니다. 화면에 여러 유형이 섞여 나오기 시작하면, 어느 놈부터 처리할지 순서를 정하는 것이 곧 전략이 됩니다.

가장자리 근처에서의 싸움이 이 게임에서 가장 조마조마한 순간입니다. 상대를 밀어내려고 판 끝까지 따라갔다가, 관성 때문에 내가 먼저 미끄러져 떨어지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밀어낸 뒤에 멈출 자리를 미리 계산해 두는 습관이 이 게임의 실력입니다.

모토스 퍼즐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5)

파워업과 점프

기체를 강화하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밀어내는 힘을 키우는 것도 있고, 점프 능력을 주는 것도 있습니다. 힘이 올라가면 지금까지 밀어내지 못하던 무거운 적도 밀어낼 수 있게 되므로, 강화 여부에 따라 같은 라운드도 전혀 다르게 풀립니다.

점프는 이 게임의 성격을 한 겹 더 넓힙니다. 판에 뚫린 구멍을 뛰어넘어 다닐 수 있게 되고, 그러면 이동 경로가 훨씬 자유로워집니다. 다만 점프에는 반작용이 있습니다. 같은 칸에 한 번 점프하면 그 칸에 금이 가고, 같은 곳에 다시 뛰면 구멍이 뚫립니다. 편하게 쓰라고 준 능력이 판을 갉아먹는 셈입니다.

이 구멍이 양날의 검이라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내가 판을 부수면 적이 빠질 함정이 생기지만, 동시에 내가 다닐 길도 줄어듭니다. 남은 적이 적을수록 판도 좁아져 있으니 후반 라운드의 마무리가 어려워집니다. 일부러 구멍을 만들어 적을 몰아넣는 플레이와, 판을 최대한 온전히 남겨 두는 플레이 사이에서 매번 판단해야 합니다.

시간이라는 압박

라운드를 오래 끌면 게임이 알아서 개입합니다. 불덩이가 떨어져 판의 타일을 무너뜨립니다. 시간을 끌수록 발 디딜 곳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 장치 덕분에 이 게임은 안전하게 버티는 전략이 통하지 않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먼저 들이받으러 나가야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구석에 숨어 기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구석은 안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악의 자리입니다. 달려올 거리가 없어 힘을 낼 수 없고, 적에게 밀리면 곧바로 판 밖입니다. 판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사방으로 달려 나갈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남코의 실험적인 시절

모토스는 슈퍼 팩맨 기판 위에서 돌아갑니다. 1985년의 남코는 팩맨과 갤러그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뒤, 그 여세를 몰아 온갖 아이디어를 기판으로 옮기던 시기였습니다. 이 게임처럼 기존 장르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물건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분위기 덕분입니다.

같은 시기 다른 게임들과 견주면 이 게임의 위치가 분명해집니다. 미로를 도는 게임도 아니고 적을 쏘는 게임도 아닙니다. 화면 하나 안에서 물리적인 밀기와 위치 잡기만으로 승부를 보는 구성은 당시로서도 독특했고, 지금 봐도 여전히 낯설면서 이해하기 쉽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1980년대 중반 국내 오락실에는 슈팅과 미로 게임이 워낙 많았고, 이 게임은 그 틈에서 눈에 띄지 못했습니다. 다만 지금 잡아 보면 규칙 설명이 필요 없다는 강점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한 판만 해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되는 종류의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