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 몰 2
몰 몰 2 (Mole Mole 2) · 1987 · Cross Media 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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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 없는 한 수
땅을 파는 게임인데 위로는 팔 수 없고 뛰어오를 수도 없습니다. 이 한 줄에 이 게임의 성격이 다 들어 있습니다. 한 칸 잘못 내려가면 그 판은 이미 끝난 것이고, 시간이 다 될 때까지 그 사실을 모른 채 헤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손이 빠른 사람보다 미리 그려 보는 사람이 잘합니다.
몰 몰 2는 1985년에 나온 몰 몰의 후속작으로, 크로스 미디어 소프트가 만들고 일본에서 빅터가 롬 카트리지로도 내놓았습니다. 전작의 규칙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판을 새로 짠 형태이며, 시리즈 안에서의 위치는 개량보다는 확장 쪽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몰 몰 2(Mole Mole 2)는 두더지를 조종해 흙 속에 굴을 뚫는 퍼즐 게임입니다. 한 판마다 화면 여기저기에 아이템이 흩어져 있고, 그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주운 뒤 출구로 나가면 그 판이 끝납니다. 흙은 파고 지나갈 수 있지만 한 번 판 자리는 빈 공간으로 남습니다.
핵심 제약은 앞서 말한 두 가지입니다. 두더지는 위로 팔 수 없고 점프도 못 합니다. 그러니 어떤 아이템에 닿으려면 그보다 높은 곳에서 출발해 내려가는 경로를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순서를 잘못 잡아 아래로 먼저 내려가 버리면, 위에 남은 아이템은 영영 닿을 수 없는 곳이 됩니다.
볼더 대시와 무엇이 다른가
땅을 파며 물건을 모으고 바위가 떨어지는 화면 구성은 볼더 대시를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로 비슷한 계열로 묶이기도 합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볼더 대시는 떨어지는 바위에 깔리면 죽기 때문에 순간 판단과 손놀림이 승부를 가릅니다. 이 게임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위는 그 자체로 목숨을 앗아 가지 않습니다.
대신 위험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잘못 판 굴 하나가 판을 풀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는 점입니다. 즉 볼더 대시가 반응 속도의 게임이라면, 이쪽은 순수한 계획의 게임에 가깝습니다. 화면 앞에서 손을 멈추고 어느 순서로 돌지 생각하는 시간이 실제 조작 시간보다 길어집니다.
지도와 편집기
이 게임에는 판 전체를 축소해서 보여 주는 지도 화면이 있습니다. 두더지가 화면 한쪽에 있으면 나머지가 보이지 않으니, 전체 배치를 확인하려면 이 화면을 봐야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익혀야 할 습관은 판을 시작하자마자 지도를 열어 아이템 위치와 높낮이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같은 화면이 판을 직접 만드는 편집기로도 쓰입니다. 8비트 시절 퍼즐 게임에 제작 기능이 붙어 있는 경우는 흔치 않았습니다. 정해진 판을 다 풀고 나서도 자기가 만든 문제로 계속 놀 수 있다는 뜻이고, 이 게임의 수명을 늘려 준 부분입니다.
난이도는 세 단계로 나뉘어 있어, 어린 사람도 붙어 볼 수 있는 쉬운 쪽부터 제대로 머리를 써야 하는 쪽까지 고를 수 있습니다.
푸는 요령
기본 원칙은 하나입니다. 위에 있는 것부터 처리합니다. 아이템의 높이를 먼저 확인하고 가장 높은 것부터 차례로 내려오는 경로를 그리면 대부분의 판이 풀립니다. 반대로 눈앞에 보이는 가까운 아이템을 먼저 줍겠다고 아래로 내려가면 그 순간 실패가 확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요령은 굴을 넓게 파지 않는 것입니다. 파낸 자리는 다시 메울 수 없고, 필요 이상으로 파 두면 나중에 지나가야 할 길이 끊깁니다. 지나갈 만큼만 파고, 통로 하나를 여러 번 쓸 수 있게 설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막혔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판을 다시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시간을 끌어 봐야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구조이고, 처음부터 다시 짜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
MSX 시절의 소품으로서
국내에서 MSX는 대우전자가 내놓은 기종으로 보급되어 가정과 학원에서 쓰였습니다. 다만 유통된 소프트웨어의 폭은 넓지 않았고, 이런 일본 내수용 퍼즐 소품은 정식으로 접하기 어려웠습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슈팅에 비해 눈에 띄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이 남긴 것은 분명합니다. 화면은 소박하고 소리도 단출하지만, 규칙 하나로 판마다 다른 문제를 던지는 짜임새가 좋습니다. 8비트 기기의 성능이 아니라 발상으로 재미를 만들어 내던 시절의 퍼즐 게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