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치무치 포크
무치무치 포크! (Muchi Nuchi Pork 2007 4 17 Master Ver) · 2007 · C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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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막 슈팅이라고 하면 보통 화면을 뒤덮은 총알 사이를 실오라기 같은 틈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게임은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얹었습니다. 적탄 가까이 붙어 있으면 화면 아래 게이지가 차오르고, 그 게이지를 터뜨리면 눈앞의 탄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점수가 붙습니다. 피하기만 하는 게임이 아니라 위험한 곳으로 일부러 파고드는 게임이 된 셈입니다. 처음 잡으면 손이 자꾸 화면 아래 구석으로 도망가는데, 이 게임은 그렇게 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무치무치 포크(Muchi Muchi Pork)는 케이브가 만든 세로 스크롤 슈팅입니다. 기체를 위아래 좌우로 움직이며 위에서 쏟아지는 적과 탄을 피하고, 자기 탄으로 적을 부수며 화면 끝까지 올라갑니다. 구간이 끝날 때마다 큰 적이 나와 한동안 버티는 싸움을 하게 되고, 그걸 넘기면 다음 구간으로 이어집니다. 뼈대만 보면 슈팅의 기본형 그대로지만, 실제로 손에 익히는 재미는 앞서 말한 게이지 쪽에 몰려 있습니다.
붙어야 점수가 되는 구조
이 게임의 중심은 근접 보상입니다. 적탄이나 적 가까이 있을수록 게이지가 빠르게 차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 거의 차지 않습니다. 게이지가 충분히 모였을 때 발동시키면 주변의 탄이 지워지고 그만큼이 점수로 환산됩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의 화면은 초보자의 화면과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초보자는 아래쪽 빈 공간에서 조금씩 움직이고, 익숙한 사람은 탄이 가장 두꺼운 자리로 스스로 들어갑니다.
이 구조는 슈팅 게임에서 흔히 말하는 '위험 보상'의 한 형태입니다. 아무 위험도 지지 않으면 점수가 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한 만큼만 점수가 붙습니다. 케이브의 다른 작품들도 저마다 이런 장치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이 게임은 그중에서도 규칙이 단순한 편이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원리를 이해하기는 쉽습니다. 다만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탄 앞으로 기체를 밀어 넣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할 일
먼저 기체가 실제로 맞는 부분이 눈에 보이는 그림 전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탄막 슈팅은 판정점이라고 부르는 아주 작은 한 점만 맞으면 죽고, 나머지 그림은 탄을 그냥 통과시킵니다. 이걸 모르면 맞지도 않을 탄을 피하려다 진짜 위험한 자리로 들어가게 됩니다. 화면을 보는 눈을 기체 한 점에 붙여 두는 연습이 첫 단계입니다.
두 번째는 앞으로 나가는 습관입니다. 아래 구석에 붙어 있으면 화면 위에서 내려오는 탄이 퍼질 대로 퍼져서 도착합니다. 위쪽에서 맞이하면 아직 벌어지기 전이라 오히려 틈이 넓습니다. 슈팅을 처음 하는 사람의 본능과 정반대인데, 이 감각을 바꾸는 것만으로 오래 버티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세 번째는 게이지를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위기를 넘기는 용도로만 남겨 두면 점수도 안 나오고, 정작 쓸 타이밍을 놓쳐 그냥 죽는 일이 잦습니다. 차면 쓰고 다시 채우는 흐름을 몸에 붙이는 편이 결과가 낫습니다.
케이브라는 회사
케이브는 1990년대 중반부터 탄막 슈팅이라는 장르를 사실상 하나의 형식으로 굳혀 온 회사입니다. 적탄을 촘촘하게 깔되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틈을 반드시 남기고, 그 틈을 읽는 것 자체를 게임의 내용으로 삼는 설계를 오래 다듬어 왔습니다. 탄을 느리고 선명하게 그려서 눈으로 궤적을 좇을 수 있게 만든 것도 이 회사 계열 작품들의 공통점입니다.
2007년이면 오락실 슈팅이 이미 소수의 취향으로 좁아진 뒤입니다. 큰 화면과 좌석을 갖춘 체감형 기계나 대전 격투, 리듬 게임이 오락실의 얼굴이 된 시절이고, 세로 화면 슈팅기는 구석에 한두 대 남아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나온 작품이라 처음부터 가볍게 한 판 하고 가는 손님보다는 같은 판을 몇십 번씩 다시 하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 있습니다.
같은 장르 안에서의 자리
세로 슈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목표인 쪽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죽지 않으면서 점수를 최대로 뽑느냐를 겨루는 쪽입니다. 이 게임은 분명히 후자입니다. 끝까지 가는 것만 목표로 하면 게이지 규칙을 거의 쓰지 않고도 어느 정도 진행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이 게임이 준비해 둔 재미의 절반 이상을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그래서 추천할 만한 상대도 갈립니다. 슈팅을 처음 해 보는 사람에게 첫 게임으로 권하기에는 화면이 빽빽하고 요구하는 손이 많습니다. 반면 슈팅을 몇 번 해 봤고 점수를 올리는 재미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규칙이 하나뿐이라 무엇을 연습해야 하는지가 아주 분명하게 보이는 게임입니다. 한 판이 끝나고 나서 '아까 거기서 더 붙어 있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이 게임이 하려던 이야기를 이미 알아들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