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바이오하자드 건 서바이버

레지던트 이블 서바이버 (Resident Evil Survivor) · 2000 · Capcom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헬기가 떨어지고,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시작 장면부터 상황이 고약합니다. 주인공은 헬기 추락 현장에서 깨어나는데, 자기가 누구인지도 왜 이 섬에 왔는지도 모릅니다. 손에 쥔 것은 권총 한 자루뿐이고, 눈앞에는 불타는 잔해와 이미 사람이 아닌 것들이 걸어 다니는 거리가 펼쳐집니다. 기억이 없으니 목적도 없고, 그래서 일단 걷습니다.

기존 시리즈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 도입부에서 한 번 더 놀랍니다. 카메라가 고정된 채 인물을 지켜보던 그 시점이 아니라, 주인공의 눈으로 복도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세계관인데 보는 자리가 바뀌자 공포의 성질도 달라집니다. 뒤에서 나는 소리가 무엇인지 확인하려면 몸을 돌려야 하고, 돌리는 그 몇 초가 이 게임에서 가장 긴장되는 시간입니다.

바이오하자드 건 서바이버 슈팅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2000)

어떤 게임인가

바이오하자드 건 서바이버(Resident Evil Survivor)는 1인칭 시점으로 이동하며 총을 쏘는 액션 게임입니다. 무대는 엄브렐러가 손을 뻗친 외딴 섬이고, 좀비와 개, 헌터 같은 익숙한 생물들이 골목과 건물 안을 채우고 있습니다. 방향키로 앞뒤좌우로 움직이고, 버튼으로 사격합니다. 정밀하게 조준선을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화면 안의 적을 향해 총구가 붙는 보조가 들어가 있어서, 조작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핵심은 이동과 사격을 동시에 처리하는 감각입니다. 좀비는 느리지만 여럿이고, 통로가 좁아 한 번 둘러싸이면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리면서 쏘는 기본기가 끝까지 통합니다. 반대로 헌터처럼 빠른 적이 나오면 뒤로 물러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옆으로 비켜서면서 각을 다시 잡아야 합니다.

총과 탄약, 그리고 아끼는 습관

기본 권총은 탄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대신 위력이 약해서 좀비 한 마리를 눕히는 데도 여러 발이 듭니다. 산탄총이나 매그넘, 소총 같은 강한 무기는 탄이 정해져 있어서, 어디에 쓰느냐가 후반의 난이도를 결정합니다. 잡졸에게 산탄총을 다 털어 넣고 나면 정작 큰 것이 나왔을 때 권총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회복 수단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약초와 응급 스프레이를 찾는 대로 챙겨 두되, 체력이 조금 깎였다고 바로 쓰지 말고 다음 구간을 넘길 수 있을지 가늠하는 편이 낫습니다. 방을 들어가기 전에 문 앞에서 잠깐 멈춰 소리를 듣는 것도 습관이 되면 도움이 됩니다.

적의 성격을 아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좀비는 정면에서 팔을 뻗기 전에 몸을 살짝 기울이는 동작이 있어서 그때 물러나면 안 맞고, 개는 달려드는 궤도가 직선이라 옆으로 한 걸음만 비켜도 빗나갑니다. 천장이나 벽을 타고 오는 것들은 위쪽을 한 번씩 확인하지 않으면 그대로 당합니다.

갈림길이 결말을 바꿉니다

이 게임은 길이 하나가 아닙니다. 중간중간 어느 문으로 들어가느냐, 어느 방향으로 꺾느냐에 따라 이후에 지나가는 구역과 만나는 적이 달라집니다. 한 번 밀고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대신, 다른 길로 들어가면 못 보던 장면이 나오는 식입니다. 짧다는 인상을 반복 플레이로 메우려 한 설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정체와 섬에서 벌어진 일도 진행하면서 조금씩 드러납니다. 문서와 대화를 통해 사연이 채워지는 방식은 본편과 같지만, 걸음을 멈추고 읽는 시간이 훨씬 짧습니다. 퍼즐을 풀고 열쇠를 찾아 되돌아가는 구조가 거의 없어서, 전체적으로는 탐색보다 사격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무기를 바꾸는 조작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급한 상황에서 산탄총으로 바꾸려다 시간을 잡아먹고 그대로 물리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손에 쥘 것을 정해 두는 습관이 이 게임에서는 특히 중요합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본편의 팬들에게 이 작품은 오래도록 애매한 위치였습니다. 조작이 뻣뻣하고 분량이 짧다는 지적이 많았고, 명작으로 꼽히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다만 시리즈가 1인칭 사격이라는 형태를 처음 시도한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후 총을 쥐고 직접 겨누는 계열의 외전들이 이어졌고, 그 출발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국내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이 널리 퍼지던 시기에 게임방과 대여점을 통해 접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본편만큼 대접받지는 못했지만, 시점이 바뀐 바이오하자드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한 번쯤 잡아 본 게임으로 기억됩니다. 짧게 끊어 하기 좋아서, 지금 다시 켜도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