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토드 더블드래곤 메가드라이브판
배틀토드 & 더블 드래곤 (Battletoads Double Dragon USA) · 1993 · Trade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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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쌍용의 합작
서로 다른 회사의 간판 캐릭터가 한 게임에 나오는 일은 지금도 큰 사건입니다. 배틀토드 & 더블 드래곤은 레어의 괴상한 개구리 삼총사와 테크노스 재팬의 정통파 격투 형제를 한 화면에 세워 놓은 작품입니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조합인데, 실제로 붙여 놓으니 의외로 잘 맞습니다. 배틀토드 쪽의 과장된 타격 연출과 더블 드래곤 쪽의 단단한 기본기가 서로를 보완하기 때문입니다.
캐릭터 고르는 화면에서 개구리 셋과 리 형제가 나란히 서 있는 그림 자체가 이 게임의 존재 이유입니다. 어느 쪽 팬이든 자기 캐릭터로 상대편 세계관을 돌아다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배틀토드 더블드래곤(Battletoads & Double Dragon)은 옆으로 진행하며 적을 두들기는 액션 게임입니다. 기본 골격은 배틀토드 쪽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벨트스크롤처럼 위아래로 움직이는 구간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발판을 뛰어넘는 구간이나 탈것을 타고 질주하는 구간이 튀어나옵니다. 다섯 명 중 한 명을 골라 우주선과 공중 요새를 거쳐 최종 보스에게 향합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공격과 점프가 전부이고, 적을 여러 번 때리면 마무리 동작이 나갑니다. 배틀토드 시리즈 특유의 연출이 여기서도 살아 있어서, 마지막 타격 순간 주먹이 거대한 철퇴나 뿔로 변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손맛만 놓고 보면 당시 액션 게임 중 손에 꼽을 만합니다.
다섯 캐릭터의 차이
개구리 셋은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마무리 동작의 형태와 판정이 조금씩 다릅니다. 반면 빌리와 지미 리는 확실히 결이 다릅니다. 이들은 사거리가 짧은 대신 연속기가 안정적으로 들어가고, 무엇보다 적이 떨어뜨린 무기를 주워 쓸 수 있어서 채찍이나 봉을 들면 안전 거리가 확 늘어납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리 형제 쪽을 권합니다. 개구리들의 마무리 동작은 연출이 화려한 대신 동작이 끝날 때까지 무방비라, 여럿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쓰면 곧바로 뒤에서 맞습니다. 리 형제는 짧게 끊어 치고 빠지는 운영이 가능해서 실수를 덜 잡아먹습니다.
둘이 함께 하면 즐겁지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 게임은 아군 공격이 서로에게 들어갑니다. 옆에서 휘두른 주먹에 동료가 날아가는 일이 수시로 벌어져서, 같이 하다가 싸움이 나는 것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악명 높은 난이도
배틀토드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난이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합작판은 본가 배틀토드보다는 순한 편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교의 문제입니다. 여전히 특정 구간에서 난이도가 수직으로 튑니다.
대표적인 것이 탈것 구간입니다. 화면이 빠르게 흘러가는 동안 앞에서 나타나는 장애물을 즉각 피해야 하는데, 반응 속도가 아니라 사실상 암기의 영역입니다. 몇 번 죽으면서 배치를 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목숨을 다 잃고 게임 오버가 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또 하나 조심할 것은 낙사입니다. 발판 구간에서는 적에게 맞아 죽는 것보다 밀려 떨어져 죽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벼랑 근처에서는 공격 버튼을 아끼고 위치부터 잡는 편이 낫습니다. 후반 스테이지의 좁은 통로에서는 적을 굳이 다 잡으려 하지 말고 지나갈 수 있으면 지나가는 판단도 필요합니다.
두 시리즈 사이에서
이 게임은 배틀토드 시리즈의 곁가지이면서 더블 드래곤 계보에도 이름을 올립니다. 다만 더블 드래곤 팬이 기대하는 정통 벨트스크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진행 구조와 연출 문법은 명백히 배틀토드 쪽 것이고, 리 형제는 손님으로 초대받아 그 세계를 돌아다니는 모양새입니다.
같은 시기 다른 합작 게임들이 캐릭터만 빌려 오고 마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하면, 이 게임은 양쪽의 타격 감각을 실제로 섞으려 했다는 점에서 성의가 있습니다. 개구리의 과장된 변형 공격과 리 형제의 무기 활용이 같은 규칙 안에서 함께 굴러갑니다.
지금 해 보면
한 판이 그리 길지 않아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고, 대신 끝을 보려면 각 구간을 외워야 합니다. 이 게임의 즐거움은 정직한 반복에 있습니다. 어제 죽던 자리를 오늘 넘기고, 그다음 벽을 만나는 흐름이 계속됩니다.
타격 연출과 배경 그림은 지금 봐도 인상적입니다. 특히 마무리 타격에서 주먹이 커지는 그 한 장면은 이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잊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