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레인 Vol. 5
배틀 레인 Vol. 5 (Battle Lane Vol 5 SET 1) · 1986 · Tech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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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서 내려서 싸우는 슈팅
대부분의 세로 스크롤 슈팅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체 하나로 밀고 나갑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한 스테이지의 끝에 다다르면 주인공이 오토바이에서 뛰어내립니다. 앞을 막고 선 것은 적 기지의 육중한 게이트이고, 이걸 부수지 않으면 다음 구역으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스크롤도 멈추고, 화면은 사실상 걸어서 싸우는 액션 게임이 됩니다. 슈팅을 하다가 갑자기 도보 액션으로 넘어가는 이 전환이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이렇게 장르를 섞는 시도가 종종 있었습니다. 한 판 안에 다른 성격의 구간을 넣어 단조로움을 덜어내려는 발상이었는데, 배틀 레인 Vol. 5도 그 계보에 놓입니다. 완성도가 높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발상 자체는 그 시절의 실험 정신을 잘 보여 줍니다.
어떤 게임인가
배틀 레인 Vol. 5(Battle Lane! Vol. 5)는 오토바이를 탄 주인공이 적진 한복판을 세로로 뚫고 올라가는 슈팅 게임입니다. 화면은 일정한 속도로 위로 흐르고, 플레이어는 그 안에서 자유롭게 좌우와 위아래로 움직이며 앞을 향해 총알을 쏩니다. 기본 사격은 무한이라 버튼을 계속 눌러도 탄이 떨어지지 않지만, 위력은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적은 대부분 탈것을 타고 나옵니다. 같은 오토바이를 탄 병사가 옆에서 붙어 오기도 하고, 장갑차나 전차가 앞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도로변의 시설물에서 튀어나오는 적도 있어서, 화면 전체를 훑으며 다음 위험이 어디서 나올지 살펴야 합니다.
중간에 주울 수 있는 로켓은 기본 총알과 성격이 다릅니다. 수가 정해져 있는 대신 한 방의 위력이 커서, 단단한 목표를 상대할 때 씁니다. 특히 스테이지 끝의 게이트는 기본 사격만으로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로켓을 아껴 두었다가 그때 쓰는 것이 기본 운용입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곳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이동 속도입니다. 화면이 저절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오토바이의 조작감이 매끄럽지 않아, 피하려다 오히려 적에게 부딪히는 일이 잦습니다. 급하게 방향을 꺾기보다는 미리 안전한 차선을 잡아 두고 그 줄을 따라 올라가는 편이 오래 버팁니다.
두 번째는 로켓 관리입니다. 눈앞의 적이 잘 안 죽는다고 로켓을 다 써 버리면 게이트 앞에서 곤란해집니다. 로켓은 게이트용이라고 생각하고, 도중의 적은 기본 사격과 회피로 넘기는 것이 요령입니다.
세 번째는 도보 구간입니다.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순간 조작 감각이 완전히 달라지는 데다, 걸어 다니는 주인공은 훨씬 느리고 약합니다. 게이트만 노려보다가 옆에서 접근하는 적에게 당하기 쉬우니, 게이트를 때리는 사이사이 주변을 정리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난이도와 인상
난이도는 초반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적의 수가 많고 화면이 좁게 느껴져서, 익숙해지기 전에는 첫 게이트를 보기도 전에 잔기를 다 쓰는 경우가 흔합니다. 다만 적의 등장 위치가 대체로 정해져 있어서, 여러 번 하다 보면 어디서 무엇이 나오는지 외워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반복해서 패턴을 익히는 그 시절 오락실 게임의 방식 그대로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만들어졌지만, 화면이 복잡해지는 탓에 혼자 할 때보다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만든 곳과 국내 사정
테크노스는 뒷날 열혈 시리즈와 더블 드래곤으로 이름을 알린 회사입니다. 배틀 레인 Vol. 5는 그 이름값이 붙기 전, 회사가 아직 여러 장르를 시험하던 시기의 작품입니다. 뒤에 나온 대표작들의 손맛과 비교하면 다듬어지지 않은 구석이 눈에 띄지만, 거꾸로 말하면 그 회사가 무엇을 거쳐 그 자리에 갔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널리 깔린 판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훨씬 유명한 슈팅과 액션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이 게임은 그 틈에서 한두 대 정도 보이다 사라지는 쪽이었습니다. 그래서 별도의 통칭도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오히려 그 낯섦이 재미가 됩니다. 익히 아는 이름들 사이에서 이런 게임이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시절 오락실의 두께를 짐작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