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샤크
배틀 샤크 (Battle Shark World) · 1989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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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기계
이 게임의 기계 앞에 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화면이 그냥 열려 있는 게 아니라, 얼굴을 들이밀고 들여다보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잠수함 함장이 잠망경을 붙잡고 밖을 살피는 자세를 그대로 흉내 낸 겁니다.
그 안에 얼굴을 넣는 순간 주변 오락실 소음이 한 겹 걸러집니다. 화면 가득 바다가 펼쳐지고, 멀리서 무언가가 다가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소박한 연출이지만, 당시에는 이런 물리적인 장치 하나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식이 확실히 통했습니다. 타이토가 이런 몸으로 하는 기계를 여럿 만들던 시기의 작품입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배틀 샤크(Battle Shark)는 잠수함을 몰고 적을 상대하는 1인칭 시점 슈팅입니다. 화면은 잠망경 너머로 보이는 바다이고, 조준기를 움직여 다가오는 적을 어뢰로 처리합니다.
목표는 해저에 자리 잡은 거대한 적 기지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곳까지 가는 길에 적 잠수함과 수상함, 항공기 같은 것들이 계속 나타납니다. 이쪽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계속 노출되어 있으므로, 날아오는 어뢰와 미사일을 먼저 처리하지 못하면 기체가 손상됩니다.
어뢰는 무한정 나가지 않습니다. 남은 수가 정해져 있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채워집니다. 화면 곳곳에 나타나는 보급 표적을 맞히면 어뢰를 늘리거나 손상을 수리하거나 화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 표적을 놓치지 않는 것이 진행의 핵심입니다.
조준과 우선순위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익혀야 하는 건 무엇부터 쏘느냐입니다. 화면에는 늘 여러 개가 동시에 떠 있는데, 그중 진짜 위험한 것은 이쪽을 향해 발사체를 날린 대상입니다. 날아오는 어뢰와 미사일은 그 자체로 요격할 수 있으므로, 배를 쏘는 것보다 날아오는 것을 지우는 게 먼저입니다.
멀리 있는 큰 목표에 욕심을 내다 코앞의 발사체를 놓치는 것이 초보자의 전형적인 실수입니다. 큰 목표는 어차피 가까워지면서 여러 번 쏠 기회가 오지만, 이미 발사된 어뢰는 한 번 놓치면 그대로 맞습니다.
조준기를 크게 휘두르는 습관도 손해입니다. 화면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으로 급하게 옮기면 도중에 있는 것들을 다 지나쳐 버립니다. 화면을 좌우로 나눠 한쪽씩 훑는 식으로 움직이면 놓치는 게 줄어듭니다.
난이도가 튀는 구간
초반에는 하나씩 차례로 나오지만, 진행할수록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이 들어옵니다. 특히 좌우 양쪽에서 거의 같은 시점에 발사체가 날아오는 배치가 나오면 한쪽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럴 때는 손상을 감수하고 더 큰 피해를 줄 쪽을 먼저 지우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체력을 아끼려고 둘 다 막으려다 둘 다 놓치는 게 최악입니다. 보급 표적으로 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번쯤은 맞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오히려 안정적입니다.
마지막 목표인 기지에 가까워지면 방어가 훨씬 촘촘해집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화력 강화를 얼마나 챙겼느냐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중간 구간에서 보급 표적을 무시하고 지나쳤다면 마지막에서 화력이 모자라 시간을 끌게 되고, 그사이에 손상이 누적됩니다.
그 시절 체감형 기계들 사이에서
1980년대 후반 오락실은 커다란 전용 케이스로 승부를 보던 시기였습니다. 앉는 자리가 움직이거나, 조종간이 달려 있거나, 이 게임처럼 얼굴을 들이미는 구조가 붙은 기계들이 줄지어 나왔습니다. 레버와 버튼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무언가를 몸으로 느끼게 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기계는 만드는 비용도 자리 차지도 컸습니다. 그래서 아무 데나 놓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고, 규모가 있는 오락실에나 들어갔습니다. 대신 한 대만 있어도 그 오락실의 간판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대형 전용 기계가 서울과 대도시의 큰 오락실 위주로 들어왔습니다. 동네 문방구 앞이나 작은 오락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물건이었고, 그래서 한 번 본 사람에게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잠망경에 얼굴을 붙이고 바다를 노려보던 감각은 지금 화면으로만 하면 절반쯤 사라지지만, 무엇부터 쏘느냐를 계속 고르게 만드는 구조는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