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 버니: 로스트 인 타임
벅스 버니: 로스트 인 타임 (Bugs Bunny Lost in Time) · 1999 · Infogr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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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 버니가 당근 주스 기계인 줄 알고 버튼을 누릅니다. 그것은 타임머신이었고, 정신을 차려 보니 시간의 미아가 되어 있습니다. 이 게임은 그 실수 하나로 시작합니다. 이후 벅스는 석기시대, 중세, 서부 개척 시대, 미래를 오가며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습니다. 만화에서 늘 하던 그 뻔뻔한 태도 그대로, 시대를 옮겨 다니면서도 능청스럽게 굽니다.
벅스 버니: 로스트 인 타임(Bugs Bunny: Lost in Time)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나온 3D 액션 게임입니다. 벅스를 조종해 각 시대의 무대를 돌아다니며 흩어진 시계와 당근을 모으고, 장애물과 적을 넘어 다음 시대로 나아갑니다. 그 시절 유행하던 수집형 3D 플랫폼 게임의 문법을 루니 툰 세계관으로 옮겨 놓은 작품입니다.
시계와 당근을 모으는 구조
이 게임의 진행은 두 가지 수집품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시계는 다음 지역으로 가는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하고, 당근은 벅스의 체력이자 상점에서 쓰는 화폐 역할을 합니다.
각 무대에는 여러 개의 시계가 숨어 있고, 일정 개수를 모아야 다음 시대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무대를 한 번 끝까지 갔다고 끝이 아니라, 놓친 시계를 찾으러 되돌아오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구석구석 둘러보게 만드는 것이 이 게임의 설계 의도입니다.
당근은 곳곳에 흩어져 있고, 맞으면 줄어듭니다. 당근이 없는 상태에서 맞으면 죽으므로, 위험한 구간에 들어가기 전에 주변의 당근을 챙겨 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벅스의 움직임
기본 동작은 달리기와 점프, 그리고 근접 공격입니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특별한 동작들이 붙습니다. 좁은 틈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낮추거나, 땅을 파고 이동하거나, 위에서 내리누르는 식의 동작이 무대마다 요구됩니다.
3D 플랫폼 게임이 처음 자리를 잡던 시기의 작품인 만큼, 카메라와 거리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발판 사이를 뛸 때 실제 거리보다 가깝거나 멀어 보여서 헛발을 짚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이럴 때는 뛰기 전에 카메라를 돌려 각도를 바꿔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옆에서 보는 각도로 맞추면 거리 판단이 훨씬 쉬워집니다. 급하게 뛰지 말고 한 번 각도를 잡고 뛰는 습관이 사망 횟수를 크게 줄여 줍니다.
시대마다 다른 무대
석기시대에서는 공룡과 원시적인 지형이, 중세에서는 성과 기사가, 서부에서는 마을과 총잡이가, 미래에서는 기계와 우주선이 배경으로 나옵니다. 각 시대마다 등장하는 장애물과 적의 종류가 달라지고, 요구하는 동작도 조금씩 바뀝니다.
만화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적으로 나온다는 점이 이 게임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벅스를 늘 노리던 그 인물들이 시대에 맞춰 차림새를 바꿔 등장하고, 대사와 연출에서 만화 특유의 과장된 유머가 살아 있습니다.
성우 연기와 음악에도 공을 들여서, 원작 만화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데는 상당히 성공한 편입니다.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먼저 떠올리는 것도 그 분위기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벽은 시계가 모자라 문이 안 열리는 상황입니다. 무대를 한 번 훑고 지나가면 대체로 시계가 부족한데, 이때는 지나온 무대로 돌아가 아직 안 가 본 구석을 뒤져야 합니다. 높은 곳, 물속, 갈라진 길 안쪽처럼 눈에 잘 안 띄는 자리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은 점프 실수입니다. 앞서 말한 거리감 문제 때문에, 좁은 발판이 이어지는 구간에서 반복해서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구간은 서두르지 말고 한 칸씩 확인하며 넘는 것이 결국 빠릅니다.
특별한 동작을 써야 넘어가는 지점에서 막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길이 없어 보이는데 앞으로 갈 수 없다면, 그동안 배운 동작 중 아직 안 써 본 것이 있는지 떠올려 보는 편이 좋습니다.
그 시절의 자리
1990년대 후반은 3D 플랫폼 게임이 쏟아지던 시기였습니다. 이 게임도 그 흐름 속에서 나왔고, 유명 캐릭터 판권을 얹어 만든 작품 중에서는 완성도가 괜찮은 축에 속한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이 만화가 텔레비전으로 익숙했던 만큼 캐릭터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시절 어린 이용자층을 겨냥한 게임들 사이에서, 원작의 유머를 제대로 살렸다는 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