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룬 브라더스
벌룬 브라더스 (Balloon Brothers) · 1992 · East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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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구석에 한 대씩 있던 퍼즐 기계
1990년대 초 오락실에는 격투 게임 줄 뒤편이나 문 옆 구석에 퍼즐 기계가 한두 대씩 놓여 있었습니다. 대전 게임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혹은 동전이 한 개만 남았을 때 사람들이 앉던 자리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한 판이 짧고 규칙이 명확해서, 처음 앉은 사람도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이 장르의 강점이었습니다. 벌룬 브라더스도 그런 자리에 어울리는 게임입니다.
벌룬 브라더스(Balloon Brothers)는 1992년 이스트 테크놀로지가 내놓은 낙하형 퍼즐입니다. 화면 위에서 무언가가 계속 내려오고, 플레이어는 그것을 제때 정리해 화면이 가득 차지 않게 버팁니다. 테트리스 이후 오락실과 가정용을 가리지 않고 수없이 나온 그 계열의 한 편으로, 두 명이 나란히 앉아 동시에 하는 대전도 지원합니다.
낙하형 퍼즐이 굴러가는 방식
이 장르의 규칙은 어느 게임이든 뼈대가 같습니다. 위에서 조각이 내려오고, 플레이어는 좌우로 옮기거나 방향을 바꿔 원하는 자리에 놓습니다. 정해진 조건이 맞으면 그 부분이 사라지고 위에 쌓여 있던 것이 아래로 내려앉습니다. 사라지지 않은 채 계속 쌓여 화면 꼭대기에 닿으면 그 판은 끝납니다. 시간이 갈수록 내려오는 속도가 빨라지므로, 결국은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입니다.
대전이 붙으면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집니다. 자기 쪽에서 한 번에 여러 줄을 지우면 상대 화면에 방해물이 내려갑니다. 그래서 혼자 할 때와 둘이 할 때의 최적 전략이 달라집니다. 혼자면 안전하게 하나씩 지워도 되지만, 둘이 붙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크게 쌓아 두었다가 한 번에 터뜨려야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낙하형 퍼즐의 오락실 판이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조작은 아주 단순합니다. 레버 좌우로 위치를 잡고, 아래로 밀면 빨리 내려가며, 버튼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손이 배워야 할 것이 거의 없어서,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도 첫 판부터 제 몫을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지는 이유
초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눈앞의 조각만 보는 것입니다. 이 장르는 거의 예외 없이 다음에 나올 조각을 화면 한쪽에 미리 보여 줍니다. 그걸 보지 않고 지금 것만 처리하면 두세 수 뒤에 반드시 자리가 어긋납니다. 지금 조각을 놓는 위치는 다음 조각을 어디에 놓을지까지 생각하고 정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바닥을 평평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급한 마음에 아무 데나 떨어뜨리다 보면 산과 골짜기가 생기고, 좁고 깊은 골짜기 하나가 생기면 그 자리는 특정 조각이 나오기 전까지 메울 수 없습니다. 그 사이에 속도가 빨라지면 그대로 무너집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표면을 고르게 유지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훨씬 안전합니다.
세 번째는 속도가 올라간 뒤의 조급함입니다. 낙하 속도가 빨라지면 생각할 시간이 줄어드는데, 이때 완벽한 자리를 찾으려다 오히려 아무 데도 못 놓고 흘려보내는 일이 생깁니다. 후반부에는 최선의 자리보다 나쁘지 않은 자리를 빨리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이 장르의 고수와 초보를 가르는 것은 반응 속도보다 이 판단의 단순함입니다.
테트리스 이후의 오락실 퍼즐들
1980년대 말 테트리스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뒤, 1990년대 초 오락실에는 낙하형 퍼즐이 쏟아졌습니다. 같은 색을 맞추는 것, 짝을 지우는 것, 연쇄를 노리는 것 등 변주는 다양했지만 기본 구조는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그중 일부는 오락실의 간판이 되었고, 대부분은 몇 달 돌다가 다른 기판으로 교체됐습니다. 벌룬 브라더스는 후자에 가까운, 크게 알려지지 않은 쪽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게임들이 못 만든 것은 아닙니다. 낙하형 퍼즐은 규칙 하나만 제대로 잡으면 완성도가 어느 선 이상 나오는 장르라, 무명작이라도 앉아서 몇 판 하면 대체로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이 장르는 승자 독식 성격이 강해서, 이미 오락실에 인기 퍼즐 기계가 있으면 비슷한 게임이 그 옆에 놓일 자리가 없었습니다. 후발 주자들의 운명이 대개 그랬습니다.
둘이 앉아야 제맛
이 계열 게임의 진짜 재미는 혼자보다 둘일 때 나옵니다. 규칙이 단순해서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과도 바로 붙을 수 있고, 실력 차가 있어도 한 번의 큰 연쇄로 판이 뒤집히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이 유지됩니다. 오락실 시절 퍼즐 기계 앞에서 옆자리 사람과 말없이 화면을 흘끔거리던 기억이 있다면 무슨 이야기인지 아실 겁니다.
지금은 브라우저에서 설치 없이 바로 켤 수 있으니, 규칙을 익히는 데 드는 비용도 없습니다. 한 판이 몇 분이면 끝나므로 잠깐 시간이 빌 때 한 번씩 해 보기에 알맞고, 옆에 사람이 있으면 두 명 모드로 붙어 보는 쪽을 권합니다. 무명작이라는 딱지와 상관없이, 낙하형 퍼즐은 앉는 순간 자기 몫을 하는 장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