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 윙스
부기 윙스 (Boogie Wings Euro v1 5 92 12 07) · 1992 · Data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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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밑에 갈고리가 달려 있습니다
이 게임을 처음 보면 화면이 너무 요란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내 복엽기 아래에는 쇠갈고리가 줄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고, 그 갈고리에 탱크가, 소가, 심지어 적 비행기가 걸린 채로 함께 날아다닙니다.
일반적인 슈팅 게임의 상식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화면입니다. 그런데 규칙을 알고 나면 이 난장판이 전부 계산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 갈고리 하나 때문에 이 게임은 다른 어떤 가로 슈팅과도 닮지 않았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부기 윙스(Boogie Wings)는 가로로 흐르는 슈팅 게임입니다. 무대는 1차 대전 무렵을 비틀어 놓은 세상이고, 기계 병기를 앞세운 세력이 적입니다. 두 명이 함께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격추당한 뒤입니다. 비행기는 두 대 맞으면 터지는데, 그때 게임이 끝나지 않고 조종사가 낙하산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옵니다. 땅에 내려선 조종사는 뛰고 쏘고 물건을 들어 던지며 계속 싸우고, 지상에 놓인 탱크나 기계에 올라타 그것으로 싸울 수도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셈입니다.
무기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본 사격 외에 아래로 떨어뜨리는 폭탄이 따로 있어서, 지상 목표와 공중 목표를 다른 방법으로 상대하게 됩니다. 하늘만 보고 있으면 아래에서 올라오는 공격에 당하고, 땅만 보면 뒤에서 붙는 비행기에 당합니다. 두 방향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 부담입니다.
갈고리가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시작할 때 갈고리에는 폭탄이 매달려 있습니다. 그것을 떨어뜨리고 나면 그때부터 아무거나 걸 수 있습니다. 걸린 물체는 내 비행기를 따라다니며 부딪히는 것마다 부숩니다. 무기이면서 동시에 방패입니다.
버튼을 다시 누르면 걸린 것을 던집니다. 적을 갈고리로 낚아채서 다른 적에게 집어던지는 것이 이 게임의 진짜 손맛이고, 익숙해질수록 화면 정리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큰 물체를 매달고 다니면 시야가 가려집니다. 어디서 총알이 날아왔는지 모른 채 맞는 일이 잦은데, 그럴 때는 미련 없이 던져 버리고 시야를 확보하는 편이 낫습니다.
갈고리를 잘 쓰면 화력 걱정이 줄어듭니다. 무거운 물체를 매달고 적진에 밀고 들어가면 그 물체가 앞에서 다 부수고 지나가기 때문에, 사실상 짧은 무적 구간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셈입니다. 고수와 초보의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눈이 즐거운 스테이지들
무대가 하나같이 별납니다. 공룡 뼈가 서 있는 박물관을 부수며 지나가기도 하고, 축제장에서는 기계 산타가 갑자기 악마 같은 모습으로 변해 덤빕니다. 배경 대부분이 부서지거나 무너지게 만들어져 있어서, 지나간 자리가 눈에 보이게 달라집니다.
이 회사의 도트 작업진이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는지 보여 주는 화면입니다. 정보량이 지나칠 정도로 많아서 처음에는 정신이 없지만, 그 밀도 자체가 이 게임의 개성입니다.
배경만 화려한 것이 아니라 적의 생김새도 하나같이 별납니다. 커다란 기계에 올라탄 과학자들이 나오고, 도무지 병기라고 부르기 어려운 물건들이 진지한 얼굴로 덤벼듭니다. 이 회사 게임 특유의 능청스러운 유머가 화면 곳곳에 박혀 있습니다.
어렵습니다
난이도는 만만치 않습니다. 화면이 복잡해 피탄 원인을 모르는 것이 첫 번째 벽이고, 갈고리 조작에 신경을 쓰다 보면 정작 내 기체 위치를 놓치는 것이 두 번째 벽입니다.
넘어가는 요령은 격추를 실패로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지상 전투가 정식 규칙의 일부라는 걸 이해하면 운영이 달라집니다. 위험한 구간에서는 차라리 지상에 내려가 진행하다가 다시 비행기를 얻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두 명이 함께하면 한 명이 하늘, 한 명이 땅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나눌 수 있습니다.
뒤늦게 알려진 게임
이 게임은 가정용으로 옮겨진 적이 없습니다. 오락실 기판에만 존재했기 때문에 한동안 이야기되지 않다가, 나중에 슈팅을 파고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발견되어 평가가 올라갔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도 흔한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그 시절 오락실 자리는 대전 격투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고,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슈팅은 놓아도 회전이 빠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처음 해 보는 사람이 더 많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이 게임은 손이 많이 가는 대신 다른 데서 못 하는 경험을 줍니다. 갈고리로 적을 낚아 다른 적에게 던지고, 격추당하면 걸어서 싸우다 탱크를 빼앗아 타는 흐름은 지금도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렵습니다. 화면이 정신없다고 몇 판 만에 접기에는 아까운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