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파크 랠리
사우스 파크 랠리 (South Park Rally USA) · 1999 · Accla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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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레이싱 게임에서 앞차를 방해하는 도구는 대개 껍질이나 폭탄 같은 무해한 물건입니다. 이 게임은 그 자리에 이 만화 특유의 짓궂은 소품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눈 덮인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텔레비전에서 보던 아이들이 각자의 탈것을 몰고 서로에게 온갖 것을 던져대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원작의 거친 유머를 아는 사람이라면 첫 화면부터 어떤 게임인지 짐작이 갑니다.
사우스 파크 랠리(South Park Rally)는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카트 레이싱 게임입니다. 여러 인물 중 하나를 골라 마을 곳곳을 무대로 한 코스를 달리며, 길에 놓인 아이템을 주워 상대를 방해하거나 자기 속도를 올립니다. 단순히 먼저 결승선에 들어가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라, 판마다 다른 조건이 붙는다는 점이 이 게임의 특징입니다.
그냥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일반적인 레이싱 게임이라면 코스를 정해진 바퀴 수만큼 돌면 끝입니다. 이 게임은 판에 따라 목표가 달라집니다. 코스 곳곳에 흩어진 물건을 모으라거나, 특정 대상을 쫓아가라거나 하는 식의 과제가 주어지고, 그 조건을 만족해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무작정 빨리 달리는 것만으로는 이기지 못하고, 코스 구조를 파악하고 돌아다니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아이템은 이 게임의 중심입니다. 상대를 잠시 멈추게 하거나 시야를 가리는 종류, 자기 속도를 끌어올리는 종류가 있고, 원작의 소재를 그대로 가져온 물건들이 많습니다. 아이템을 언제 쓰느냐가 순위를 크게 바꾸기 때문에, 아껴뒀다가 마지막 구간에서 터뜨리는 판단이 통합니다.
조작은 무겁고 미끄러운 편입니다. 눈길이라는 설정에 맞춰 차가 잘 미끄러지도록 되어 있어서, 급하게 방향을 틀면 벽에 그대로 박힙니다. 코너 앞에서 미리 속도를 줄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겪는 문제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목표 파악입니다. 판이 시작될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내가 나오는데, 이걸 놓치면 왜 아무리 달려도 끝나지 않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시작 화면의 설명을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 요령입니다.
두 번째는 길찾기입니다. 코스가 넓고 갈림길이 있는 구간이 있어서, 방향 표시를 놓치면 반대로 달리게 됩니다. 화면에 표시되는 안내를 보면서 달리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조작 감각에 적응하는 시간입니다. 같은 시기의 잘 만들어진 레이싱 게임들에 비하면 차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습니다. 이 점 때문에 초반에 답답함을 느끼기 쉬운데, 코스를 몇 번 돌아 어디서 미끄러지는지 몸에 익히면 훨씬 나아집니다.
원작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이 게임의 즐거움은 상당 부분 원작에서 옵니다.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 아이템의 정체, 배경에 등장하는 장소가 모두 만화 속 요소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 원작을 아는 사람은 화면 구석구석에서 웃을 거리를 찾습니다. 목소리 연기도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습니다.
반대로 원작을 모르면 그냥 조작이 미끄러운 카트 게임이 됩니다. 코스 디자인이나 주행 감각으로 승부하는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원작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오래 붙잡기 어렵습니다. 이 게임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시기 카트 게임들과 견주면
이 무렵 카트 레이싱 장르는 이미 확고한 기준작이 있었습니다. 정교하게 다듬은 코스와 매끄러운 조작감, 절묘한 아이템 균형을 갖춘 작품들이 기준을 세워놓은 상태였습니다. 이 게임은 그 완성도로 겨루는 대신 판마다 목표가 바뀌는 구조와 원작의 개성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행 자체의 만족도는 기준작에 못 미치지만, 매 판 다른 과제를 주는 방식은 그 시절 카트 게임 중에서는 드문 시도였습니다. 여럿이 모여 짧게 짧게 돌려 할 때는 이 구조가 오히려 지루함을 덜어줍니다.
국내에서의 기억
국내에서는 원작 애니메이션이 널리 방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물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채로 접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절반쯤 되는 재미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아이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배경을 모르면 그냥 이상한 게임으로 남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화면을 나눠 붙는 대전은 그런 배경 지식 없이도 통했습니다. 서로에게 아이템을 던지며 소리를 지르는 시간은 원작을 몰라도 충분히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지금 브라우저로 켜본다면 원작 특유의 색이 강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