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지 레이서 1편
릿지 레이서 (Ridge Racer Japan) · 1994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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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딩 시간에 갤러가를 하게 했던 게임
디스크를 넣고 게임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화면에 갤러가가 뜹니다. 로딩이 끝날 때까지 이 미니게임을 하다가 적을 다 격추하면 숨겨진 자동차를 받는 구조였습니다. 로딩이라는 CD 매체의 약점을 오히려 놀거리로 바꿔 버린 이 발상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세상에 나온 첫날, 그 본체와 함께 진열대에 놓여 있던 게임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폴리곤으로 만든 자동차가 매끄럽게 코너를 미끄러지는 화면은 2D 스프라이트에 익숙하던 눈에는 다른 세상처럼 보였습니다.
오락실 기판을 그대로 안방으로
릿지 레이서 1편(Ridge Racer)은 남코가 만든 3D 레이싱 게임입니다. 1993년 오락실용 기판으로 먼저 나왔고, 이듬해 플레이스테이션 발매와 동시에 이식되었습니다. 코스는 하나의 큰 순환 도로를 바탕으로 초급·중급·상급·시간역주행 네 가지로 나뉘며, 정해진 시간 안에 체크포인트를 통과해 완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도 대형 핸들 캐비닛으로 들어와 있던 기억이 있는 분이 많을 겁니다. 해변가 터널을 지나 바닷가 절벽을 따라 도는 그 코스 레이아웃은 이후 시리즈 내내 변주되며 이어집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드리프트
이 시리즈의 정체성은 드리프트입니다. 현실적인 그립 주행이 아니라, 코너 직전에 브레이크를 살짝 툭 치거나 액셀을 뗐다가 다시 밟으면 차 뒤가 시원하게 미끄러지며 돌아 나갑니다. 한번 감을 잡으면 거의 모든 코너를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통과하게 되는데, 이 조작감이 지나치게 중독적이라 시뮬레이션 계열 레이싱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처럼 느껴집니다.
차량은 네 종류가 기본으로 주어지고, 오토매틱과 매뉴얼 변속을 고를 수 있습니다. 상급 코스에서는 후반에 검은색 라이벌 머신이 등장해 앞을 막아서는데, 이 차를 이기면 몰 수 있게 되는 구조라 목표 의식이 확실했습니다.
사운드트랙이라는 또 하나의 주인공
릿지 레이서를 이야기할 때 음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테크노와 하우스 계열의 곡들이 코스마다 깔리는데, 레이싱 게임 음악이 클럽에서 틀어도 어색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점이 당시로서는 신선했습니다. 선곡 화면에서 원하는 곡을 직접 고를 수도 있었습니다.
레이스를 안내하는 영어 음성도 이 시리즈의 상징입니다. 출발 전 카운트다운과 순위 안내가 한 세트로 붙어 있어서, 소리만 들어도 릿지 레이서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세대 교체를 알린 한 장의 디스크
이 게임이 남긴 가장 큰 자국은 성능 시연이었습니다. 텍스처가 입혀진 폴리곤 자동차가 60프레임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모습은, 새 기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이 아니라 화면으로 보여 주는 증거였습니다. 상점 시연대에 이 게임이 걸려 있으면 사람이 모였습니다.
이후 시리즈는 레볼루션, 레이브 레이서, 레이지 레이서, 그리고 타입 4로 이어지며 플레이스테이션 한 세대를 통째로 관통합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이 한 장이었고, 지금 다시 해 봐도 코너를 미끄러지는 그 감각만큼은 조금도 낡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