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번
사이번 (Cyvern Us) · 1998 · Kanek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전투기 대신 용을 태웁니다
종스크롤 슈팅에서 화면 아래에 놓이는 것은 대개 전투기입니다. 이 게임은 거기에 용을 앉혔습니다. 그것도 살아 있는 용이 아니라 금속과 기계를 덧댄 사이보그 드래곤입니다. 날개를 펼친 용이 편대를 이룬 전투기 무리와 부딪히고, 그 뒤로 군함과 요새가 밀려 나옵니다.
이 조합이 만들어 내는 그림이 이 게임의 첫인상입니다. 기계 병기와 생명체가 뒤섞인 배경 위로 용이 브레스를 뿜는데, 슈팅에서 흔히 보던 화면이 아니라 눈이 먼저 반응합니다.
세 마리의 사이보그 드래곤
사이번(Cyvern)은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을 상대로 싸우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화면에서 적기와 지상 포대와 함선을 부수며 올라가고, 구간 끝마다 큰 보스가 기다립니다. 조작은 이동과 발사, 그리고 폭탄으로 단순합니다.
고를 수 있는 용은 세 종류이고 1인용과 2인용에 각각 다른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종류마다 탄이 퍼지는 모양이 달라서, 앞쪽에 모아 쏘는 쪽과 옆으로 넓게 흩뿌리는 쪽 가운데 자기 취향을 고르게 됩니다. 어느 쪽을 고르느냐로 잡졸을 치우는 속도와 보스를 깎는 속도가 갈립니다.
파워업과 게이지 특수기
적을 부수면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화력을 한 단계 올려 주는 것과 여러 단계를 한 번에 올려 주는 것, 그리고 폭탄이 있습니다. 슈팅의 기본 규칙 그대로라 따로 익힐 것이 없습니다. 다만 죽으면 화력이 떨어지므로, 어렵게 올려 둔 상태를 지키는 것이 곧 실력입니다.
여기에 게이지로 관리하는 특수 공격이 붙습니다. 화면 위쪽 막대가 그것인데, 쓰면 줄고 적을 부수면 다시 찹니다. 완전히 아껴 두는 물건이 아니라 계속 쓰고 계속 채우는 자원에 가깝습니다. 잡졸이 많이 나오는 구간에서 적극적으로 써서 게이지를 돌리다가, 보스 앞에서 채워 두는 식으로 운영하면 편합니다.
어디에서 어려워지는가
초반 몇 판은 무난하게 넘어갑니다. 문제는 화면 양쪽 끝에서 들어오는 적입니다. 정면만 보고 있으면 옆에서 붙은 적이 바로 옆구리에 탄을 놓고 갑니다. 용의 몸집이 작지 않아서 옆쪽 여유 공간이 생각보다 좁으니, 화면 가운데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좌우로 짧게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보스전은 패턴을 외우면 확실히 쉬워집니다. 처음에는 화면 가득 탄이 날아오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몇 가지 동작이 순서대로 반복됩니다. 어떤 동작 다음에 어느 방향으로 빠져야 하는지 한 번 익히면 폭탄을 쓰지 않고도 넘길 수 있습니다.
폭탄을 아끼다 죽는 것이 이 게임에서 가장 손해입니다. 화력이 깎이면 다음 구간이 훨씬 길고 험해지므로, 위험하다 싶으면 미리 터뜨리는 편이 결과적으로 이득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붙는 것도 됩니다. 둘이 쏘면 화면이 금방 정리되어 시원하지만, 그만큼 용 두 마리가 좁은 화면을 나눠 써야 해서 피할 공간이 줄어듭니다. 서로 좌우를 나눠 맡고 가운데에서 겹치지 않는 것이 오래 버티는 요령입니다.
카네코와 그 시절의 기판
만든 곳은 카네코입니다. 80년대부터 오락실 기판을 만들어 온 회사로, 그림 맞히기 게임과 몇몇 슈팅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게임은 그 회사가 90년대 후반에 새로 만든 기판 위에서 돌아가는데, 캐릭터가 크고 색이 많은 화면이 그 기판의 특징입니다.
다만 이 기판은 널리 퍼지지 못했습니다. 나온 게임 수가 많지 않았고 오락실 보급도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 역시 만듦새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진 축에 듭니다. 회사 자체도 이후 오래 버티지 못했으니, 말년에 남긴 작품 가운데 하나인 셈입니다.
연출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보스가 부서질 때 조각이 흩어지고, 지상 목표가 무너지는 장면이 큼직하게 들어갑니다. 종스크롤 슈팅이 대체로 비슷비슷해 보이던 시기에 화면만으로 자기 색을 만들어 보려 한 게임입니다.
1998년 오락실 슈팅 사이에서
이 무렵 슈팅은 탄막이라는 방향으로 급하게 기울고 있었습니다. 화면을 뒤덮는 탄을 아주 작은 판정으로 피해 내는 게임들이 주목을 받았고, 슈팅을 계속하던 사람들은 그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이 게임은 그 흐름의 한복판에 놓이기보다 전통적인 슈팅의 문법을 지킨 쪽에 가깝습니다.
국내 오락실 사정도 비슷했습니다. 대전 격투와 리듬 게임이 자리를 차지하고 슈팅은 구석으로 밀려나던 시기라, 이 게임을 국내에서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용을 몰고 하늘을 가르는 그림은 지금 봐도 분명한 개성이 있어서, 슈팅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잡아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