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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랠리

사파리 랠리 (Safari Rally World) · 1979 · S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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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입에 들어가면 잡아먹힙니다

이 게임에는 초원을 가로지르는 동물들이 나오는데, 부딪히는 것 자체가 곧바로 실패는 아닙니다. 어느 쪽에 닿았느냐가 중요합니다. 사자나 뱀의 머리 쪽, 그러니까 입에 부딪히면 그대로 잡아먹혀 차를 잃습니다. 반대로 뒤쪽을 들이받으면 오히려 보너스 점수가 들어옵니다. 앞뒤를 구분해서 노려야 하는 이 규칙 하나 때문에, 화면을 가로지르는 동물이 나타날 때마다 피할지 들이받을지를 순식간에 판단하게 됩니다.

1979년이라는 시기를 생각하면 꽤 재치 있는 발상입니다. 장애물을 무조건 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도를 재서 일부러 부딪히면 이득이 되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사파리 랠리 레이싱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79)

어떤 게임인가

사파리 랠리(Safari Rally)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자동차 게임입니다. 화면은 여러 개의 차선으로 나뉜 순환 코스이고, 내 차는 저절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레버로 차선을 옮기고 속도를 조절하면서, 각 차선에 깔린 점을 밟아 모두 지워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점을 다 먹으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말하자면 팩맨식 도트 수집과 자동차 게임을 합쳐 놓은 구성입니다. 실제로 이 무렵 유행하던 순환 코스 회피 게임들의 계보에 속하고, 거기에 동물과 점수 규칙을 더해 사파리라는 겉옷을 입혔습니다.

사파리 랠리 레이싱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79)

점 배치와 점수 계산

차선마다 점의 가치가 다릅니다. 가운데 쪽 차선의 점은 값이 싸고, 바깥쪽 차선으로 갈수록 점수가 높습니다. 그러니 점수를 크게 내려면 위험을 무릅쓰고 바깥 차선에 오래 머물러야 합니다. 문제는 바깥 차선이 마주 오는 차와 만나기 쉬운 자리라는 점입니다. 안전한 안쪽에서 점만 지울 것인가, 점수를 챙길 것인가 하는 선택이 매 판 반복됩니다.

가끔 한 줄의 점이 깃발로 바뀝니다. 이때 그 줄을 훑으면 평소보다 훨씬 큰 점수가 들어오므로, 깃발이 뜨는 순간 하던 것을 멈추고 그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정석입니다. 뱀과 사자도 뒤쪽을 들이받으면 무작위로 보너스를 주기 때문에, 점수를 노리는 사람은 동물을 피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냥감으로 봅니다.

사파리 랠리 레이싱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79)

마주 오는 차가 진짜 위협

이 게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동물이 아니라 정면으로 달려오는 차입니다. 같은 차선에서 마주 보고 붙으면 그대로 충돌이고, 차선이 다섯 개뿐이라 도망칠 공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내 차는 멈출 수 없으므로, 피할 곳을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좌우 어느 쪽으로도 못 가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요령은 속도 조절 버튼을 쓰는 것입니다. 속도를 늦춰서 마주 오는 차와 만나는 지점을 늦추면, 그 사이에 옆 차선의 상황이 정리되어 빠져나갈 틈이 생깁니다. 무작정 최고 속도로 달리는 사람은 대부분 초반 몇 판을 못 넘깁니다. 판이 올라가면 마주 오는 차의 수 자체가 늘어나므로, 이 습관을 일찍 들일수록 오래 버팁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알아 둘 것

점을 다 지우는 것이 목표이므로, 남은 점이 어디에 흩어져 있는지를 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판 끝자락에 몇 개만 남았을 때 그 위치를 놓치면, 마주 오는 차가 잔뜩 늘어난 코스를 몇 바퀴나 더 돌아야 합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한 차선씩 깔끔하게 지우고 넘어가는 식으로, 흩어진 점을 만들지 않는 것이 편합니다.

동물이 화면에 나타났을 때는 무리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뒤쪽을 노리려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그대로 입으로 들어가고, 그러면 점수는커녕 차를 잃습니다. 여유 있게 뒤통수가 확실히 보이는 각도일 때만 들이받고, 애매하면 차선을 바꿔 지나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 시절의 자리

이 게임이 나온 때는 아직 화면이 흑백에 색 필름을 덧대던 시절과 겹칩니다. 캐릭터도 크지 않고 소리도 단순하지만, 규칙이 몇 줄로 설명되고 한 판이 짧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오래 붙잡고 있게 됩니다. 지금 보면 소박하지만, 자동차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실제로는 미로형 수집 게임의 문법을 쓰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만든 곳은 훗날 격투와 슈팅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회사이고, 이 게임은 그 회사가 아직 초창기이던 시절의 산물입니다. 뒷날의 화려한 대전 게임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회사의 작품이라는 것이 잘 믿기지 않을 만큼 소박한데, 그래서 더 눈여겨볼 만한 자리에 있는 게임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시기 게임들은 대체로 이름 없이 그냥 "자동차 게임"으로 불리며 한구석을 지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