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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테

샨테 (Shantae USA) · 2002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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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보이 컬러의 수명이 거의 다한 시점에 나온 게임입니다. 이미 후속 기기가 나와 있었고, 상점 진열대는 새 기기 물건으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때에 굳이 구형 기기용으로, 그것도 당시 기준으로 놀라울 만큼 공을 들인 물건이 나왔으니 잘 팔릴 리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거의 팔리지 않았고, 한동안 중고 시세가 기묘하게 치솟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묻혔던 게임이 세월이 지나 시리즈로 되살아났습니다.

이 게임은 주인공 샨테를 조작해 마을과 던전을 오가며 모험하는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원제는 샨테(Shantae)이고, 주인공은 반은 정령이고 반은 사람인 소녀입니다. 무기를 들지 않고 긴 머리카락을 채찍처럼 휘둘러 싸우는데, 이 공격 동작 하나가 게임 전체의 인상을 결정합니다.

샨테 플랫폼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컬러 (2002)

춤을 춰서 변신한다

이 게임의 핵심 장치는 춤입니다. 특정 춤을 익히면 그 춤을 추는 동안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원숭이가 되면 벽을 타고, 코끼리가 되면 무거운 것을 부수고, 다른 모습마다 갈 수 있는 곳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전에 지나간 길을 새 변신을 얻은 뒤에 다시 가 보게 됩니다. 막혀 있던 벽이 열리고, 못 올라가던 절벽을 오르게 됩니다. 넓은 세계를 열쇠 하나씩 늘려 가며 여는 구조인데, 휴대용 기기에서 이 정도 짜임새를 갖춘 게 당시로선 드물었습니다.

변신하려면 춤 동작을 실제로 입력해야 한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버튼 하나로 바뀌는 게 아니라 잠깐 멈춰 서서 춤을 추기 때문에, 싸움 중에 급하게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미리 생각해 두고 움직이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샨테 플랫폼 게임 화면 2 - 게임보이 컬러 (2002)

낮과 밤

세계에 시간이 흐르고, 낮과 밤에 따라 마을과 들판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낮에는 사람들이 나와 있고, 밤에는 문이 닫히고 위험한 것들이 돌아다닙니다. 어떤 일은 정해진 시간대에만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아직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시간이 흐른다는 감각이 세계를 더 살아 있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일을 하러 돌아다니게 됩니다.

그림과 소리

이 게임이 지금까지 이야기되는 큰 이유가 화면입니다. 게임보이 컬러의 제한된 색으로 이만한 움직임을 뽑아낸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주인공이 머리카락을 휘두르는 동작, 걸음을 멈출 때의 자세, 변신하는 순간의 연출까지 그림이 한 장 한 장 촘촘히 들어가 있습니다.

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기가 낼 수 있는 소리의 한계 안에서 곡이 상당히 풍성하게 만들어져 있고, 마을마다 지역마다 인상이 다릅니다. 이 시기 휴대용 기기 음악 중에서 꽤 높은 평가를 받는 편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알아 둘 것

초반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공격 범위가 짧고 체력도 넉넉하지 않아서, 적에게 붙었다가 계속 맞습니다. 머리카락 공격은 휘두르는 동안 자기 몸이 노출되니, 적의 움직임을 한 박자 보고 들어가는 게 안전합니다.

두 번째는 길 찾기입니다. 어디로 가라는 안내가 친절하지 않아서, 말을 건 사람이 한 이야기를 흘려들으면 헤매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의 말에 다음 목적지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는 모아 둘 것을 미루지 않는 것입니다. 체력을 늘려 주는 것들이 지도 곳곳에 숨어 있고, 이걸 챙기지 않고 진행하면 중반부터 확연히 힘들어집니다. 눈에 띄면 그때 챙기는 게 낫습니다.

묻혔다가 되살아난 게임

이 게임은 발매 당시 거의 아무 반응도 얻지 못했습니다. 기기가 저물던 때였고, 홍보도 크지 않았습니다. 만든 사람들은 후속작을 만들고 싶어 했지만 한참 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에 이 게임을 해 본 소수가 계속 이야기를 남겼고, 인터넷으로 게임을 파는 길이 열리면서 마침내 후속작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여러 편이 이어진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이 작품이니,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한 번은 돌아와 볼 만한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