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 피스트 오브 파이어
성룡 피스트 오브 파이어 (Jackie Chan in Fists of Fire) · 1995 · Ka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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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이 직접 나오는 대전격투
1990년대 중반 오락실에는 대전격투가 넘쳐났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게임은 화면을 켜는 순간 눈길을 끌었습니다. 캐릭터가 그림이 아니라 실제 사람을 찍어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성룡입니다. 홍콩 액션영화를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오락실에서 성룡이 걸어 나오는 화면을 보고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습니다.
디지타이즈드 캐릭터, 그러니까 실사 배우를 촬영해 도트로 옮기는 방식은 모탈 컴뱃이 크게 성공시킨 뒤 여러 회사가 따라 하던 기법입니다. 이 게임은 거기에 홍콩 무술영화라는 소재를 얹었습니다. 사람이 실제로 발차기를 하는 동작이 그대로 화면에 들어오니, 손그림 캐릭터와는 다른 종류의 묵직함이 있었습니다.
무슨 게임인가
성룡 피스트 오브 파이어(Jackie Chan in Fists of Fire)는 1대1로 붙는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캐릭터를 고르고, 레버와 버튼으로 때리고 막고 던지면서 상대의 체력을 먼저 깎으면 이깁니다. 기본 골격은 그 시절 대전격투 문법을 그대로 따릅니다. 레버 방향을 돌려 넣는 필살기가 있고, 게이지를 채워 쓰는 강한 기술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앞서 나온 성룡 격투 게임의 개량판입니다. 원작보다 속도가 빨라졌고, 콤보 체계가 손질됐습니다. 공중에 띄운 상대를 이어서 때리는 저글 콤보가 들어왔고, 캐릭터마다 정해진 연속기가 생겼습니다. 원작에서 보스로만 나오던 세 가지 모습의 성룡을 처음부터 고를 수 있게 된 것도 이 판의 변화입니다.
등장 캐릭터는 아홉 명 정도이고, 대부분 홍콩 액션영화에서 볼 법한 인물 구성입니다. 성룡 셋이 각각 다른 영화 속 모습을 본떠 만들어졌다는 점이 이 게임의 특징입니다.
조작 감각과 요령
디지타이즈드 캐릭터를 쓰는 격투 게임은 대개 동작이 큼직합니다. 이 게임도 그렇습니다. 기술 하나하나의 발동과 회수가 손그림 격투 게임보다 무겁게 느껴지고, 그래서 잔손질보다 한 방 한 방의 판단이 중요해집니다. 스트리트 파이터나 킹 오브 파이터즈에 익숙한 손으로 잡으면 처음에는 답답합니다.
요령은 성급하게 먼저 지르지 않는 것입니다. 동작이 크다는 것은 헛치면 그만큼 오래 무방비라는 뜻입니다. 상대가 먼저 뻗은 기술이 빗나가는 순간을 노려서 확실한 것을 하나 넣는 쪽이 훨씬 효율이 좋습니다. 콤보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한 것을 욕심내다 중간에 끊기는 것보다, 짧더라도 안정적으로 들어가는 것을 반복하는 편이 이깁니다.
점프 공격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계열 게임은 대개 공중 판정이 후해서, 뛰어 들어가는 공격이 잘 먹히는 대신 제대로 대응당하면 크게 손해를 봅니다. 상대가 대공기를 쓸 줄 아는 사람이면 점프는 확실한 상황에서만 써야 합니다.
카네코라는 회사
카네코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오락실 기판을 만든 일본 회사입니다. 슈팅, 액션, 스포츠, 대전격투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손을 댔고, 다른 회사의 유통을 타고 나온 작품도 많습니다. 캡콤이나 SNK처럼 간판 시리즈로 기억되는 회사는 아니지만, 오락실 기판 목록을 훑다 보면 의외로 자주 마주치는 이름입니다.
대전격투가 돈이 되던 시절이라 여러 회사가 뛰어들었지만, 캡콤과 SNK가 쌓아 놓은 벽은 높았습니다. 그래서 후발 주자들은 무언가 다른 것을 들고 나와야 했습니다. 실사 캐릭터와 유명 인물 라이선스를 함께 쓴 이 게임의 접근은 그런 사정에서 나온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름값만으로도 손님을 세울 수 있는 카드였기 때문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에서 성룡은 설명이 필요 없는 이름이었습니다. 명절마다 텔레비전에서 홍콩 영화가 나오던 시절이고, 학교에서 그의 액션 장면을 흉내 내는 아이들이 있던 시절입니다. 그런 이름이 오락실 화면에 붙어 있으면 일단 사람이 몰렸습니다.
다만 이 게임이 국내 오락실의 주력 기판이 된 적은 없습니다. 1995년 무렵 한국 오락실의 대전격투 자리는 킹 오브 파이터즈와 스트리트 파이터 계열, 그리고 사무라이 스피리츠 같은 SNK 작품들이 거의 다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대전격투는 상대가 있어야 재미가 사니, 사람이 붙은 게임에 계속 사람이 붙는 구조였습니다. 새 게임이 그 틈을 비집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주력 기계 옆에 한 대씩 놓여 있던 부류로 기억됩니다. 대기 줄이 길 때 심심풀이로 해 보거나, 성룡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한 판 넣어 보던 기계였습니다. 지금 다시 켜 보면 오히려 그 시절 대전격투 시장이 얼마나 붐볐는지가 실감납니다. 이 정도 구성을 갖추고도 묻힐 수 있었던 때였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