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닉 블래스트
소닉 블래스트 (Sonic Blast Brazil) · 1996 · Tec Toy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8비트 화면에 입체 그림을 밀어 넣었습니다
이 게임을 켜면 소닉의 생김새가 평소와 다릅니다. 평평하게 칠한 그림이 아니라, 컴퓨터로 미리 만든 입체 모형을 찍어 화면에 올린 것처럼 명암이 들어가 있습니다. 링도 반짝이며 돌고, 지형에도 그림자가 깔려 있습니다. 8비트 기기에서 이런 질감을 내려고 한 시도 자체가 드뭅니다.
그 대가는 분명합니다. 캐릭터 하나에 들어가는 그림 정보가 늘어나니 화면 처리가 무거워지고, 소닉 시리즈의 생명인 속도감이 줄었습니다. 빠르게 달릴 때 화면이 따라오지 못해 뚝뚝 끊기기도 합니다. 화려함과 부드러움 중에 화려함을 고른 게임이고, 그 선택이 이 작품의 평가를 갈랐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소닉 블래스트(Sonic Blast)는 소닉을 조종해 오른쪽으로 달려 나가는 플랫폼 액션 게임입니다. 링을 모으고, 적을 밟아 없애고, 스테이지 끝에 도달하면 그 판이 끝납니다. 스테이지 몇 개마다 보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작은 이동과 점프가 기본이고, 앉은 채로 버튼을 눌러 몸을 말고 튀어 나가는 동작이 있습니다. 링을 하나라도 갖고 있으면 적에게 맞아도 죽지 않고 링만 흩어지는 규칙도 그대로입니다. 이 규칙 때문에 링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곧 남은 목숨처럼 작동합니다.
소닉인데 달리는 게임이 아닙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이것입니다. 소닉 시리즈는 원래 빠른 속도로 언덕을 타고 고리를 도는 맛으로 하는 게임인데, 이 작품의 스테이지는 위로 올라가는 구조가 많습니다.
달리다가 벽을 만나고, 발판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고, 좁은 통로를 지나는 구간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실제로 하다 보면 소닉보다는 일반적인 플랫폼 액션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속도를 기대하고 잡으면 답답하고, 반대로 그냥 플랫폼 게임으로 받아들이면 나쁘지 않게 굴러갑니다.
조작 감각도 조금 다릅니다. 점프 궤도가 예전 작품들보다 뻣뻣하고, 공중에서 방향을 조절할 여지가 적습니다. 그래서 뛰기 전에 착지할 자리를 정해 두는 습관이 필요하고, 예전 소닉의 감각으로 대충 뛰면 발판을 놓칩니다.
함께 다니는 동료
이 게임에서는 소닉과 너클즈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소닉은 익숙한 조작 그대로이고, 너클즈는 활공과 벽 타기가 가능합니다.
너클즈로 하면 스테이지를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공중에서 미끄러지듯 날아가 소닉으로는 못 닿던 발판에 오를 수 있고, 벽에 붙어 위로 기어오를 수도 있습니다. 위로 올라가는 구조가 많은 이 게임의 스테이지와 이 능력이 잘 맞아서, 오히려 너클즈 쪽이 편하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다만 조작이 하나 늘어나는 만큼 손이 바빠집니다. 공중에서 활공을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끊을지 감을 잡아야 하고, 벽에 붙는 판정도 익혀야 합니다. 처음이라면 소닉으로 한 바퀴 돌아 스테이지 구조를 익힌 뒤에 너클즈로 다시 도는 순서를 권할 만합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곳
첫 번째는 링 관리입니다. 링을 하나도 안 가진 상태로 진행하다 적과 부딪히면 그대로 목숨이 하나 사라집니다. 링이 떨어지면 무리해서 앞으로 가지 말고, 근처에 있는 링을 챙긴 뒤에 움직이는 것이 안전합니다.
두 번째는 화면이 끊기는 구간입니다. 캐릭터와 적이 여럿 겹치면 화면이 느려지는데, 하필 그 순간에 정확한 점프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서두르지 말고 화면이 정리될 때까지 잠깐 멈춰 있는 편이 낫습니다.
세 번째는 아래로 떨어지는 구간입니다. 위로 올라가는 구조가 많다 보니, 한 번 실수하면 아래로 한참 떨어져 다시 올라와야 합니다. 좁은 발판 위에서는 몸을 말고 튀어 나가는 동작을 자제하고, 한 걸음씩 확실하게 밟는 편이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8비트 소닉의 마지막
이 작품은 마스터시스템과 그 휴대용 형제 기기에서 나온 소닉 시리즈 가운데 가장 늦게 나온 축입니다. 이미 32비트 시대가 시작된 시점이었고, 8비트 기기는 일부 지역에서만 명맥을 잇고 있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나온 게임답게, 하드웨어에서 뽑아낼 수 있는 것을 마지막까지 짜내려 한 흔적이 보입니다. 입체 그림을 쓴 것도, 배경을 여러 겹으로 그린 것도 그런 시도입니다. 결과가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8비트 기기의 끝자락 풍경을 보여 주는 자료로서는 흥미롭습니다.
앞선 8비트 소닉 작품들과 나란히 해 보면 차이가 뚜렷합니다. 앞 작품들이 속도와 경쾌함으로 승부했다면, 이쪽은 화면의 무게로 승부했습니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취향이 갈리지만, 적어도 같은 시리즈 안에서 확실히 다른 얼굴을 가진 작품인 것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