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왕기
수왕기 (Juuouki Japan) · 1988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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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서 일어나는 첫 장면
게임을 켜면 갈라진 무덤에서 주인공이 솟아오릅니다. 하늘에서 목소리가 울리고, 죽은 전사가 딸을 구하기 위해 되살아났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이 짧은 도입부가 워낙 인상적이라, 게임 자체보다 이 장면을 먼저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음성 연출도 이 게임의 상징입니다. 당시 가정용 기기에서 사람 목소리가 또렷하게 나오는 일이 흔하지 않아서,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컸습니다. 메가드라이브를 사면 함께 들어 있던 게임이라, 이 기기를 처음 켠 사람들이 가장 먼저 들은 소리이기도 합니다.
어떤 게임인가
수왕기(Juuouki)는 좌우로 흐르는 무대를 걸으며 달려드는 적을 주먹과 발로 쓰러뜨리는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 안에서 위아래로도 움직일 수 있어서, 적의 줄을 피해 뒤로 돌아가는 위치 싸움이 기본이 됩니다.
무대는 묘지와 폐허, 지하 통로 같은 음산한 곳들입니다. 좀비와 개, 늑대 형상의 적들이 계속 나오고, 끝에서는 그 구역을 지키는 큰 보스가 기다립니다.
변신이라는 장치
이 게임의 핵심은 변신입니다. 특정한 적을 쓰러뜨리면 빛나는 구슬이 나오는데, 이걸 세 개 모으면 주인공의 몸이 부풀어 오르며 짐승으로 변합니다. 늑대, 용, 곰, 호랑이처럼 스테이지마다 변신 형태가 다릅니다.
변신하면 공격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번개를 쏘거나 불을 뿜거나, 몸을 굴려 돌진하는 식입니다. 사람일 때는 주먹밖에 없어서 답답한데, 변신하고 나면 화면이 시원하게 정리됩니다. 그래서 구슬을 얼마나 빨리 모으느냐가 그 스테이지의 난이도를 결정합니다.
변신 전이 진짜 어렵다
역설적으로 이 게임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은 보스전이 아니라 변신하기 전입니다. 주먹은 사거리가 짧고 동작이 느려서, 여럿이 달려들면 대응이 안 됩니다. 앉아서 치기와 점프해서 차기를 섞어 가며 버텨야 합니다.
요령은 적의 줄에서 살짝 위아래로 비켜서는 것입니다. 벨트스크롤 게임의 기본기인데, 이 게임은 몸이 무거워서 그 비켜서기가 특히 중요합니다. 무작정 앞으로 밀고 나가면 반드시 둘러싸입니다.
보스와 마무리
각 스테이지 끝의 보스는 형상이 저마다 다릅니다. 변신 상태로 붙으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보스 방에 들어가기 전에 변신을 마쳐 두는 것이 정석입니다. 보스를 쓰러뜨리면 짐승 상태가 풀리며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고, 다음 스테이지에서 새 형태를 노리게 됩니다.
한 판이 짧고 스테이지 수도 많지 않아서, 한번 감을 잡으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볼 수 있습니다. 짧지만 인상이 강한 종류의 게임입니다.
요즘 기준으로는 동작이 굼뜨고 판정이 뻑뻑합니다. 그런데 그 무거움이 짐승으로 변했을 때의 해방감을 만듭니다. 답답하다가 갑자기 강해지는 낙차가 이 게임의 설계 의도입니다. 분위기와 음악, 첫 장면의 연출은 지금 봐도 여전합니다. 짧은 시간에 한 편의 괴기물을 본 것 같은 인상을 남기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