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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매시 TV

스매시 TV (Smash T V REV 8 00) · 1990 · 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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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틱이 두 개 달린 기계

오락실에서 처음 이 기계 앞에 서면 무엇보다 조이스틱이 두 개라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버튼은 없고 레버만 나란히 둘입니다. 왼쪽 레버로 캐릭터가 움직이고, 오른쪽 레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총알이 나갑니다. 왼쪽으로 도망가면서 오른쪽 위로 쏘는 동작이 가능해지는 순간, 이 게임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스매시 TV(Smash T.V.)는 1990년 윌리엄스가 내놓은 아레나 슈팅입니다. 배경은 미래의 텔레비전 게임쇼입니다. 참가자가 사각형 스튜디오에 갇힌 채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을 전부 없애면 문이 열리고 다음 방으로 넘어갑니다. 화면 안에 상금과 상품이 굴러다니고, 진행자는 사람이 죽어 나가는 와중에 신이 나서 떠듭니다. 큰돈, 큰 상품이라고 외치는 그 목소리가 이 게임의 인장입니다.

스매시 TV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0)

방 하나가 한 무대다

한 방에 들어가면 문이 닫히고 적이 쏟아집니다. 걸어 들어오는 잡졸, 굴러오는 폭탄, 벽에서 튀어나오는 포탑이 뒤섞여 화면을 채웁니다. 방에 있는 적을 모두 없애면 위아래좌우 중 열린 문으로 나갈 수 있고, 어느 문으로 나가느냐에 따라 다음 경로가 갈립니다. 지도를 머릿속에 두고 다니는 사람과 아무 문이나 여는 사람의 성적이 크게 달라집니다.

바닥에는 파워업이 떨어집니다. 총알이 부채꼴로 퍼지는 것, 미사일처럼 유도되는 것, 이동 속도를 올려 주는 것, 한 방향으로 강하게 나가는 것이 있습니다. 이 중 무엇을 먹느냐가 그 방을 넘길 수 있느냐를 결정합니다. 다만 파워업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목숨을 잃으면 기본 총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좋은 무기를 들었을 때 최대한 멀리 밀고 나가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곳곳에 열쇠가 숨어 있습니다. 열쇠를 모으면 상품이 잔뜩 쌓여 있는 특별한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여기서 챙기는 점수가 순위표를 통째로 바꿔 놓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열쇠가 나오는 경로로 돌아갈 것인가, 안전하게 직진할 것인가가 이 게임에서 계속 반복되는 선택입니다.

스매시 TV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0)

두 사람이 붙었을 때

이 게임은 둘이 할 때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됩니다. 화면 하나를 두 사람이 함께 쓰기 때문에 서로의 위치가 곧 서로의 안전입니다. 둘이 붙어 다니면 화력이 한곳에 몰려 몰려오는 무리를 빠르게 녹이지만, 폭탄 한 발에 함께 당합니다. 반대로 대각선 반대편 구석에 하나씩 서서 각자 절반을 맡으면 화면이 훨씬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파워업을 누가 먹느냐로 다투게 되는 것도 이 게임의 오래된 풍경입니다. 한 사람이 좋은 무기를 독차지하면 그 사람만 살아남고 다른 사람은 계속 죽습니다. 잘하는 두 사람은 말없이 순서를 정해 번갈아 먹습니다. 그렇게 균형이 맞으면 혼자서는 도저히 넘기지 못하던 구간이 갑자기 쉬워집니다.

스매시 TV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0)

로보트론의 후예

윌리엄스는 디펜더와 로보트론 2084로 알려진 회사입니다. 특히 로보트론은 조이스틱 두 개로 움직임과 사격을 따로 조작하는 방식을 오락실에 처음 심은 게임이었고, 스매시 TV는 그 방식을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화면 가득한 적을 사방으로 쓸어 담는 감각도, 방 하나를 정리하면 다음 방이 열리는 구조도 그 계보 위에 있습니다.

달라진 것은 껍데기입니다. 로보트론이 추상적인 로봇 무리를 상대하는 게임이었다면, 스매시 TV는 텔레비전 쇼라는 설정을 앞세워 화면 곳곳에 농담을 깔아 놓았습니다. 커다란 상금 다발과 토스터가 굴러다니고, 사람이 죽을 때마다 진행자가 환호합니다. 1990년 전후 오락실에서 이만큼 대놓고 냉소적인 게임은 드물었습니다.

같은 제작진이 이후 만든 후속작 계열의 게임들도 이 구성을 이어받았고, 스매시 TV 자체도 여러 가정용 기기로 옮겨졌습니다. 다만 조이스틱 두 개가 없는 기기에서는 방향키와 버튼으로 사격 방향을 대신 처리해야 했고, 그 차이 때문에 오락실판만 못하다는 평이 늘 따라다녔습니다.

오락실에서 이 기계가 놓였던 자리

두 개짜리 레버를 단 전용 조작반이 필요해서, 이 게임은 아무 기계에나 얹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그래서 흔한 기계라고 하기는 어려웠고, 규모가 있는 오락실에서 한 대씩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한번 붙잡은 사람은 오래 붙어 있었습니다.

지금 해 보면 조작을 손에 익히는 데 몇 판이 걸립니다. 움직이는 손과 쏘는 손을 따로 쓰는 감각이 낯설기 때문입니다. 그 벽만 넘으면 이 게임은 아주 빠르게 재미있어집니다. 방 하나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문이 열릴 때의 기분은 지금 나오는 같은 방식의 게임들과 견주어도 조금도 낡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