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아미
스카이 아미 (Sky Army) · 1982 · Sho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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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오락실 슈팅 게임의 주인공은 거의 다 우주선이었습니다. 인베이더가 남긴 문법 그대로 별밭을 배경으로 외계인을 쏘는 게임이 화면을 채우던 시절인데, 스카이 아미는 그 자리에 빨간 헬리콥터 한 대를 앉혀 놓았습니다. 배경도 우주가 아니라 전쟁 중인 지상이고, 목표도 외계인 격추가 아니라 적진 폭격입니다.
스카이 아미(Sky Army)는 세로 화면 슈팅입니다. 플레이어는 헬기를 몰고 적 영토로 날아가 적 항공기와 지상 병력을 상대하면서, 지정된 목표물을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조작은 8방향 레버와 발사 버튼이라는 그 시절의 표준 구성이고, 화면이 세로로 길어서 위아래로 오래 이어지는 지형을 훑으며 나아갑니다.
하늘과 땅을 동시에 봐야 합니다
이 게임이 당시 슈팅과 갈리는 지점은 적이 한 층에만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파란 적 헬기와 항공기가 하늘에서 달려드는 동안, 지상에서는 포대와 병력이 위로 쏘아 올립니다. 후반으로 가면 물 위 구간이 나오고 잠수함까지 끼어들어서, 화면의 위쪽 절반과 아래쪽 절반을 번갈아 신경 써야 합니다.
초보가 가장 자주 죽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눈앞의 적기만 쫓다 보면 아래에서 올라오는 대공포에 맞습니다. 반대로 지상 목표만 노려서 화면 아래쪽에 붙어 있으면 위에서 내려오는 적기에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화면 중간 높이를 기본 자리로 잡고, 필요할 때만 위아래로 잠깐씩 다녀오는 습관이 이 게임에서는 그대로 생존율이 됩니다.
적이 나오는 순서는 판마다 정해져 있어서, 몇 번 해 보면 어디에서 무엇이 튀어나오는지 기억에 남습니다. 이 시절 슈팅이 대개 그렇듯 즉흥 반응보다는 외운 만큼 오래 버티는 구조입니다.
다리를 부수고, 다리를 지킵니다
스카이 아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다리를 둘러싼 임무입니다. 전반부에는 적이 건설 중인 다리를 폭격해 진행을 막고, 뒤로 가면 아군 공격로로 쓸 다리를 지키는 쪽으로 목표가 뒤집힙니다. 같은 구조물을 놓고 부수는 편과 지키는 편을 번갈아 맡는 셈이라, 그냥 앞으로 가면서 쏘기만 하는 슈팅과는 화면을 읽는 방식이 다릅니다.
지키는 구간이 특히 까다롭습니다. 내 목숨만 챙기면 되는 게 아니라 지켜야 할 대상이 화면에 함께 있으니, 피하기 좋은 자리와 막아야 할 자리가 자주 어긋납니다. 안전한 구석으로 도망치면 그사이 목표물이 얻어맞습니다. 이런 호위 임무는 1982년 슈팅에서 흔한 설계가 아니었습니다.
요령은 적의 진입 경로 앞을 미리 막는 것입니다. 날아오는 것을 보고 쏘면 이미 늦는 경우가 많아서, 어느 쪽에서 들어오는지 외워 두고 그 길목에 탄을 먼저 깔아 두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초기 슈팅의 감각
1982년 기판은 대개 Z80 계열 한 개로 화면 전체를 굴렸고, 이 게임도 그 범주 안에 있습니다. 스프라이트 수도 색도 넉넉하지 않던 시절이라 연출로 승부를 볼 수 없었고, 대신 배치와 속도로 긴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해 보면 화면은 소박하지만 방심하는 순간 죽는 감각은 여전합니다.
요즘 슈팅에 익숙한 사람이 처음 잡으면 탄이 느려 보여서 방심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시절 게임에는 피격 판정이 후하지 않고 잔기도 인색해서, 한 번 실수가 곧바로 판 종료로 이어집니다. 목숨을 하나 잃고 나면 화력이 줄어 다시 살아나기가 더 어려워지는 구조도 그대로입니다.
오락실 한구석의 게임
스카이 아미를 만든 쇼에이는 이 시기에 몇 편의 아케이드 기판을 낸 일본의 작은 제작사입니다. 갤러그나 제비우스처럼 오락실 간판이 된 이름은 아니었고, 이 게임도 국내에서 널리 돌았던 축은 아닙니다. 다만 1980년대 초 국내 오락실에는 이렇게 이름 없는 기판이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었고, 손님들은 제목을 모르는 채로 헬기 게임이라고만 부르며 동전을 넣었습니다.
그 시절 오락실 게임의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소비되었습니다. 제작사도 원제도 모른 채, 화면에 무엇이 나오는지로만 기억되는 게임들 말입니다. 스카이 아미는 그중에서도 헬기로 다리를 부순다는 분명한 그림을 가진 편이라, 짧게 해 봐도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한 판이 길지 않고 규칙도 단순해서, 초기 아케이드 슈팅이 어떤 손맛이었는지 확인해 보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