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폭스
스카이 폭스 (Sky Fox) · 1987 · Jal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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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을 아껴 써야 하는 슈팅
대부분의 슈팅 게임은 버튼을 계속 두들기면 됩니다. 이 게임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기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무한히 쓸 수 있지만 느린 로켓이고, 다른 하나는 빠르고 강한 레이저입니다. 그런데 레이저를 쏠 때마다 기체의 에너지가 깎입니다. 눈앞에 적이 몰려와도 에너지 게이지를 보고 "여기서 레이저를 쓸까, 로켓으로 버틸까"를 재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한 가지 규칙이 게임 전체의 리듬을 바꿔 놓습니다. 급하면 레이저로 밀어붙이지만, 그러다 게이지가 바닥나면 느린 로켓만 남은 채 적진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됩니다. 자원 관리라는 개념이 슈팅에 흔치 않던 시기에 이런 장치를 넣었다는 점이 이 게임의 얼굴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스카이 폭스(Sky Fox)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고정 화면 계열 슈팅입니다. 화면이 위로 흐르며 스테이지를 나아가는 종스크롤 방식이 아니라, 별이 깔린 배경 위에서 8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밀려드는 적 편대를 상대하는 구성입니다. 갤러그나 피닉스 같은 초기 고정 화면 슈팅의 문법을 물려받되, 기체가 화면 전체를 돌아다닐 수 있고 배경 별들이 여러 층으로 다르게 흘러 깊이감을 냅니다.
이 게임은 같은 회사가 앞서 만든 우주 슈팅의 흐름을 잇는 작품입니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다른 제목으로 나왔고, 북미에서는 다른 회사 이름을 달고 스카이 폭스로 유통되었습니다. 같은 게임이 지역마다 다른 간판을 달던 시절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두 무기를 나눠 쓰는 법
로켓은 발사 속도가 느리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멀리 있는 적을 겨냥해 미리 쏴 두는 식으로 써야 맞습니다. 반대로 레이저는 거의 즉시 날아가므로,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적이나 빠르게 파고드는 적을 처리할 때 값어치가 있습니다.
실전에서는 화면이 한산할 때 로켓으로 버티며 에너지를 아끼고, 적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구간에서 레이저를 몰아 쓰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에너지는 회복할 방법이 있으니 완전히 아끼기만 할 필요는 없지만, 게이지가 절반 밑으로 내려가면 다음 회복 기회가 올 때까지는 로켓 위주로 돌아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파워업과 기체 강화
특정 적을 부수면 아이템이 나옵니다. 이 아이템으로 줄어든 에너지를 채우거나 기체 자체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강화된 상태와 기본 상태의 화력 차이가 제법 크기 때문에, 아이템을 흘려보내면 그 뒤 구간이 눈에 띄게 힘들어집니다.
문제는 아이템이 나오는 순간이 대개 적이 가장 많은 때라는 점입니다. 아이템을 주우러 화면 아래로 내려갔다가 그대로 둘러싸이는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그래서 아이템이 보이면 곧장 달려들기보다, 주변 적을 먼저 정리하고 길을 만든 다음 가져오는 편이 낫습니다. 죽으면 강화가 풀리므로, 아이템 하나를 욕심내다 강화 전체를 잃는 것이 이 게임에서 가장 뼈아픈 손해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화면 전체를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위치를 잘못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면 아래쪽 가운데에 붙어 있으면 좌우 어느 쪽으로도 움직일 수 있어 안전해 보이지만, 적이 아래까지 파고드는 패턴에서는 오히려 가장 위험한 자리가 됩니다. 편대의 진입 방향을 보고 반대쪽 구석으로 미리 빠져 두는 쪽이 살아남기 쉽습니다.
또 하나는 무리한 격추 욕심입니다. 편대를 통째로 지우려고 화면 위쪽까지 올라가면, 뒤이어 들어오는 다음 편대와 정면으로 만납니다. 위로 올라가는 것은 확실히 정리가 끝났다고 판단했을 때만 하고, 평소에는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적을 하나씩 걷어내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그 시절 슈팅들 사이에서
1980년대 후반은 이미 화면이 계속 흐르는 스크롤 슈팅이 주류가 된 시기였습니다. 그런 때에 고정 화면 계열의 문법을 유지하면서 무기 자원 관리와 다층 배경 스크롤을 얹은 이 게임은 조금 뒤늦은 듯하면서도 나름의 개성을 가진 위치에 있습니다. 화려한 대형 보스나 긴 스테이지 연출보다는, 밀려오는 적을 제한된 화력으로 정리하는 단순한 재미에 집중한 게임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같은 시기의 유명 슈팅들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별이 여러 겹으로 흐르는 배경과, 레이저를 쏠 때마다 게이지가 줄어드는 특유의 긴장감은 한 번 해 본 사람들에게 꽤 또렷하게 남습니다. 요즘 다시 잡아 보면 규칙이 간단해 몇 판 만에 감을 잡을 수 있고, 그 뒤로는 에너지를 얼마나 잘 배분하느냐 하는 싸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