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 2 터보
스트리트 파이터 II 하이퍼 파이팅 (Street Fighter Ii Hyper Fighting Street Fighter 2 T 921209 Etc) · 1992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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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갑자기 빨라졌습니다
같은 캐릭터, 같은 배경인데 손에 잡히는 감각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파동권이 훨씬 빨리 날아가고, 뛰어드는 상대가 순식간에 코앞에 와 있었습니다. 앞선 버전에 익숙했던 사람일수록 처음 몇 판은 손이 따라가지 못해 얻어맞기만 했습니다. 그 속도에 적응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실력 차이가 순식간에 벌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스파2 터보(Street Fighter II: Hyper Fighting)는 스트리트 파이터 II를 속도와 기술 양쪽에서 손본 개정판입니다. 여덟 명의 세계 각국 격투가와 네 명의 보스가 1대1로 겨루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지만, 전체 진행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캐릭터마다 새 기술이 붙었습니다.
새로 생긴 기술들
춘리는 손에서 기를 쏘는 기공권을 얻어, 그동안 없던 원거리 견제 수단을 갖게 됐습니다. 달심은 순간이동을 익혀 상대의 뒤를 잡을 수 있게 되었고, 블랑카는 몸을 말아 위로 튀어 오르는 세로 방향 롤링이 생겨 대공이 편해졌습니다.
작은 추가처럼 보이지만 판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원거리에서 손을 쓸 수 없던 캐릭터가 견제를 시작하고, 접근이 어려웠던 캐릭터가 뒷치기를 배우면서 기존의 상성이 흔들렸습니다. 앞선 버전에서 통하던 정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보스도 골라 쓸 수 있습니다
사가트, 발로그, 바이슨, 베가 네 사람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리치가 길고 한 방이 무거워, 잡는 쪽은 편하지만 마주치는 쪽은 껄끄럽습니다. 오락실에서는 이 네 명을 두고 암묵적인 눈치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같은 캐릭터끼리 붙을 때 색이 달라지는 것도 이 시리즈의 익숙한 풍경입니다. 어느 쪽이 원래 색을 쓰느냐로 자리싸움이 벌어지던 것도 그 시절 오락실의 일부였습니다.
오락실 대전의 기준이 된 판
이 버전은 국내 오락실에서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돌아간 스트리트 파이터 II 중 하나입니다. 백 원짜리를 기계 위에 줄지어 올려놓고 순서를 기다리던 그 광경이 이 화면과 함께 기억되는 사람이 많습니다.
속도가 빠른 만큼 실력이 정직하게 드러납니다. 파동권을 뛰어넘어 승룡권으로 떨어뜨리고, 발밑을 노리는 기본기로 거리를 재는 기초가 그대로 승패로 이어집니다. 화려한 시스템 없이 순수한 기본기만으로 승부가 갈리는, 대전격투게임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판입니다.
지금 해도 통합니다
커맨드가 단순합니다. 앞으로 반 바퀴 돌려 주먹, 아래에서 앞으로 꺾어 주먹처럼 지금도 그대로 통하는 입력이 대부분이라, 처음 잡는 사람도 몇 판이면 필살기를 낼 수 있습니다.
대신 깊이는 끝이 없습니다. 언제 뛰고 언제 웅크릴지, 상대의 손버릇을 어떻게 읽을지가 곧 실력입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이 판을 다시 켜는 사람이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