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거너 2
스틸 거너 2 (Steel Gunner 2 Us) · 1991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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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까지 부서지는 총 게임
건 슈팅에서 총알이 닿는 곳은 대개 적뿐입니다. 배경은 그림이고, 아무리 쏴도 반응하지 않습니다. 스틸 거너 2는 그 상식을 깨고, 화면에 보이는 것 대부분을 부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길가에 세워진 차, 상점 유리, 표지판, 심지어 건물까지 총알을 맞으면 반응합니다.
이 하나의 차이가 게임의 체감을 크게 바꿉니다. 적이 나오지 않는 구간에도 방아쇠를 당기게 되고, 아무 데나 쏘던 총알이 유리를 깨고 간판을 떨어뜨리는 순간 화면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총 게임은 결국 쏘는 맛으로 하는 장르인데, 그 맛을 늘리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을 택한 셈입니다.
남코가 그 시절 자랑하던 확대 축소 기술도 여기에 힘을 보탭니다. 적이 화면 안쪽에서 앞으로 달려 나오고, 던진 물건이 점점 커지며 얼굴 쪽으로 날아옵니다. 폴리곤 이전 시대에 스프라이트를 키우고 줄이는 방식으로 만들어 낸 입체감이라, 지금 보면 오히려 독특한 질감이 있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스틸 거너 2(Steel Gunner 2)는 화면에 조준경을 움직여 적을 쏘는 건 슈팅입니다. 두 명이 함께 붙어 각각 다른 대원을 맡고, 도시를 습격한 세력을 상대로 시가지에서 적의 본거지까지 밀고 들어갑니다. 기본 사격은 탄이 무제한이고, 여기에 수를 아껴 써야 하는 미사일이 따로 있습니다.
한 판의 흐름은 명확합니다. 화면이 알아서 앞으로 나아가고, 플레이어는 이동 대신 조준과 사격에만 집중합니다. 나타나는 적을 정해진 시간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이쪽이 맞고, 체력이 다하면 판이 끝납니다. 위치를 고를 수 없으니 판단의 대부분은 무엇을 먼저 쏠 것인가에 몰립니다.
스테이지는 여섯 개 막으로 나뉩니다. 쇼핑몰과 시가지에서 시작해 지하철 터널과 창고를 지나고, 바다를 건너 공업 시설로 들어갑니다. 후반에는 다시 도심으로 나와 거대한 비행체를 쫓고, 마지막에는 그 안으로 들어가 결판을 냅니다. 무대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적습니다.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
건 슈팅의 실력 차이는 조준 정확도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우선순위 판단에서 훨씬 크게 갈립니다. 화면에 적이 다섯이면, 그중 지금 이쪽을 겨누고 있는 하나를 먼저 잡아야 합니다. 초보자는 가까이 있거나 눈에 잘 띄는 적부터 쏘다가 옆에서 날아온 탄에 맞습니다.
미사일 쓰는 법도 실력을 가릅니다. 수가 제한되어 있으니 아끼게 되는데, 이 게임에서 아낀 미사일은 대체로 죽고 나면 의미가 없습니다. 적이 여럿 몰려나오는 구간이나 보스의 공격이 거세지는 순간에 과감하게 쓰는 쪽이 결과가 좋습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은 화면 여러 곳에서 동시에 공격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중반 이후입니다. 조준경을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으로 옮기는 시간이 곧 손해이기 때문에, 화면을 크게 훑기보다 위협이 몰린 영역 안에서 조준경을 짧게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큰 동작보다 작은 동작을 여러 번 하는 쪽이 정확합니다.
2인용으로 할 때 달라지는 것
이 게임은 혼자보다 둘이 할 때 훨씬 살아납니다. 화면에 나오는 위협의 양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총구는 두 개가 되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오락실에서 총 게임이 늘 두 자리로 놓여 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둘이 하면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뉩니다. 한 사람이 화면 왼쪽, 다른 사람이 오른쪽을 맡는 식으로 구역을 정하면 겹쳐 쏘느라 낭비하는 총알이 줄어듭니다. 말을 맞추지 않아도 몇 판 하다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됩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건 슈팅은 특별한 자리였습니다. 레버와 버튼이 아니라 진짜 총 모양 컨트롤러를 잡는다는 것 자체가 이벤트였고, 화면이 크고 소리가 요란해서 사람이 몰렸습니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장르이기도 했습니다.
남코의 건 슈팅 계보에서
남코는 건 슈팅에서 오래 이름을 남긴 회사입니다. 이 게임은 그 흐름의 초기에 해당하고, 이후 훨씬 널리 알려지는 작품들로 이어집니다. 배경이 부서지고, 적이 화면 앞으로 달려 나오고,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쏘는 구조는 여기서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전작에서 이어지는 요소도 분명합니다. 기본 골격은 그대로 두고 무대의 규모와 연출을 키우는 쪽으로 발전했습니다. 속편이 흔히 택하는 방향이지만, 확대 축소 연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덕에 전작보다 확실히 화려해졌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총 게임은 늘 인기 있는 장르였습니다. 다만 총 게임은 컨트롤러가 자주 고장 나고 조준이 틀어지는 문제가 있어서, 관리가 잘 되는 곳과 아닌 곳의 차이가 컸습니다. 조준이 잘 맞는 기계를 찾아내면 그 오락실에 계속 가게 되던 시절의 기억이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