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키
스파키 (Sparkie) · 1983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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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폭탄입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사람도 동물도 아닙니다. 도화선이 달린 폭탄입니다. 그 폭탄이 미로 같은 방 안을 돌아다니고, 지나간 자리를 물로 채웁니다. 그리고 그 방 안에는 불꽃들이 돌아다니는데, 이것들에 닿으면 도화선에 불이 붙어 끝장이 납니다. 물을 채우는 폭탄과 불을 옮기는 불꽃이 좁은 방에서 쫓고 쫓기는 구도입니다.
설명만 들으면 기묘하지만 화면을 보면 금방 이해됩니다. 지나간 자리가 파랗게 물들어 가고, 남은 빈 땅이 점점 좁아지며, 그 좁아진 땅 위에서 불꽃이 어른거립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눈에 보이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스파키(Sparkie)는 방 전체를 물로 채우거나 방 안의 불꽃을 모두 없애면 다음 방으로 넘어가는 액션 퍼즐입니다. 조작은 방향 입력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주인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그 경로가 채워지고, 채워진 영역이 늘어날수록 목표에 가까워집니다.
이런 영역 점령형 게임의 재미는 언제나 같은 곳에서 나옵니다. 넓게 한 번에 가로지르면 빨리 채우지만 그만큼 오래 노출되어 위험하고, 짧게 조금씩 끊어 가면 안전하지만 시간이 걸립니다. 이 저울질을 방마다 다시 하게 만드는 것이 이 장르의 핵심이고, 이 작품도 그 원리 위에 서 있습니다.
살아남는 요령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방 한가운데를 크게 가로지르는 것입니다. 가운데는 불꽃들이 어느 방향에서든 접근할 수 있는 자리라, 진행 중에 뒤늦게 나타난 불꽃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초반에는 가장자리부터 안전하게 둘러 채워 가며 활동 공간을 줄이는 편이 훨씬 오래 버팁니다.
두 번째 요령은 불꽃의 움직임을 먼저 읽는 것입니다. 이런 게임의 적들은 대개 정해진 규칙으로 돌아다닙니다. 벽을 따라 도는 것, 무작정 직진하다 튕기는 것, 주인공을 향해 오는 것이 섞여 있는데, 그중 주인공을 쫓아오는 개체가 무엇인지 초반에 파악해 두면 위험 관리가 쉬워집니다. 쫓아오는 놈을 먼저 처리하거나 멀리 떼어 놓은 뒤에 크게 움직이는 것이 정석입니다.
세 번째는 도망갈 길을 남겨 두는 것입니다. 채우다 보면 어느새 남은 빈 땅이 좁아지는데, 이때 자기가 만든 영역 때문에 퇴로가 막히는 경우가 나옵니다. 마지막 한 조각을 채울 때는 어느 쪽으로 빠져나올지 미리 정해 두고 들어가야 합니다.
코나미의 초기 MSX 시절
이 작품이 나온 1983년은 MSX 규격이 막 출범한 해입니다. 기계 자체가 이제 막 팔리기 시작하던 때라, 어떤 게임을 얹어야 사람들이 이 컴퓨터를 살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던 시기였습니다. 코나미는 그 초기부터 MSX용 카트리지를 꾸준히 내놓으면서, 나중에는 이 기종의 대표 소프트웨어 공급사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이 게임은 그 출발점 근처에 있는 물건입니다. 그래서 훗날 코나미가 MSX에서 보여 준 화려한 작품들과 비교하면 그림도 소리도 소박합니다. 대신 규칙 하나로 성립하는 게임이라 지금 잡아도 바로 이해되고, 몇 판 하다 보면 다음 방은 어떻게 채울지 계산하게 됩니다. 초기 카트리지 게임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밀도가 있습니다.
이 무렵 코나미의 MSX 게임 상당수는 각 하드웨어 제조사의 이름을 달고 팔리기도 했습니다. 같은 게임이 다른 회사 로고가 박힌 상자로 유통되던 시절이라, 지금 남아 있는 자료마다 제작사 표기가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의 MSX 이용자에게
한국에서 MSX는 1980년대 후반 대우전자의 호환기를 통해 가정에 퍼졌습니다. 오락실 기계와 달리 집에서 몇 시간이든 붙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한 판이 짧고 반복해서 하게 되는 이런 게임이 오히려 잘 맞았습니다. 형제나 친구와 번갈아 가며 누가 더 많은 방을 넘기는지 겨루기에도 적당합니다.
다만 국내에 돌아다니던 MSX 게임은 대체로 좀 더 나중에 나온 화려한 작품들에 쏠려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초기의 소박한 카트리지를 그 시절에 접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 보면, MSX라는 기종이 어떤 게임들로 시작했는지를 확인해 보는 셈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