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테릭스 앤 더 그레이트 레스큐
아스테릭스 앤 더 그레이트 레스큐 (Asterix and the Great Rescue Europe En Fr de Es It) · 1993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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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한 방에 로마 병사가 하늘로 날아가는 그 만화가 게임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누구나 해 봤을 겁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 상상대로 시원하게 때리는 게임이 아닙니다. 앞을 막은 장애물을 넘으려면 그 스테이지 어딘가에 숨어 있는 물약을 먼저 찾아야 하고, 그걸 찾느라 넓은 지형을 몇 번이고 되짚어 돌아다니게 됩니다.
아스테릭스 앤 더 그레이트 레스큐(Asterix and the Great Rescue)는 프랑스 만화 아스테릭스를 소재로 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로마군에게 붙잡혀 간 마을의 드루이드 파노라믹스와 강아지 이데픽스를 구하러,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가 갈리아 곳곳을 거쳐 로마까지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여섯 개 지역으로 나뉘고 각 지역은 여러 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지막 판에는 대개 보스가 기다립니다.
두 주인공, 다른 몸
이 게임의 핵심은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의 차이입니다. 판을 시작할 때 둘 중 누구로 갈지 고르는데, 몸집과 능력이 전혀 달라서 같은 지형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아스테릭스는 작고 민첩합니다. 좁은 틈으로 들어갈 수 있고 떨어지는 것들을 피하기도 수월합니다. 반면 힘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는 아쉽습니다. 오벨릭스는 덩치가 커서 배로 밀어 버리는 공격을 쓸 수 있고 작은 적들을 손쉽게 처리합니다. 그런데 그 덩치 때문에 좁은 곳을 지나지 못하고, 위에서 떨어지는 벽돌이나 뜨거운 기름 같은 것에 잘 걸립니다.
그래서 판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가 갈립니다. 좁은 통로와 정밀한 점프가 많은 구간은 아스테릭스, 적이 많고 밀어붙일 곳이 많은 구간은 오벨릭스가 편합니다. 판이 시작되기 전에 지형을 미리 알기는 어려우니, 결국 한 번 죽어 보고 다시 골라 들어가는 식으로 익히게 됩니다.
물약을 찾는 게임
원작 만화에서 물약은 힘이 세지는 마법의 약입니다. 이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단순한 강화 아이템이 아니라 진행에 반드시 필요한 열쇠 역할을 합니다. 앞을 막고 있는 커다란 바위나 넘을 수 없는 지형을 만나면, 그것을 치울 수 있는 물약을 찾기 전까지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 물약이 어디 있는지 알려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판이 위아래로도 넓게 펼쳐져 있어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며 구석구석을 뒤져야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여기서 대부분 막힙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액션 게임인 줄 알고 계속 오른쪽으로만 가다가, 막힌 지점 앞에서 뭘 해야 하는지 몰라 시간만 흘려보냅니다.
요령은 단순합니다. 막혔다 싶으면 앞으로 가지 말고 왔던 길을 위아래로 훑는 것입니다. 특히 올라갈 수 있어 보이는 발판이나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면 반드시 들어가 봐야 합니다. 이 습관만 들이면 진행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어디서 답답해지는가
이 게임을 두고 자주 나오는 지적이 판정 문제입니다. 적이나 지형에 맞았다고 하기 애매한 거리에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서 움직여도 체력이 야금야금 깎입니다. 특히 위에서 떨어지는 물체가 많은 구간에서 이 문제가 크게 느껴집니다.
판 구조가 비슷비슷하게 반복되는 것도 지루함을 만듭니다. 배경 그림은 지역마다 바뀌지만, 물약을 찾아 되돌아 다니는 진행 방식이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아서 중반을 넘기면 새로움이 줄어듭니다. 이 게임의 평가가 갈리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반대로 잘한 부분도 분명합니다. 캐릭터 그림이 원작 만화의 선을 잘 살렸고, 동작이 큼직하고 유쾌합니다. 배경도 층을 겹쳐 깊이감을 냈고, 음악도 밝고 경쾌합니다. 보기에는 매우 좋은 게임이라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습니다.
다른 기기판과의 차이
이 작품은 여러 기기로 나왔는데, 서로 내용이 조금씩 다릅니다. 특히 이 기기판은 판 도중에 캐릭터를 바꾸는 기능이 빠지고, 판을 시작할 때 한 번 고르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결과 캐릭터 선택이 훨씬 무거운 결정이 되었습니다. 중간에 지형이 안 맞는다는 것을 알아도 그 판이 끝날 때까지는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휴대용 기기와 8비트 기기로 나온 판들은 화면 크기와 성능에 맞춰 아예 다르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같은 제목을 달고 있어도 판 구성이나 진행 방식이 다릅니다. 이 기기판이 그림과 규모 면에서는 가장 화려한 축에 속합니다.
만든 곳과 국내 사정
개발은 영국의 코어 디자인이 맡았고, 유통은 세가가 했습니다. 코어 디자인은 이 시기에 여러 장르의 게임을 만들며 실력을 쌓던 개발사였고, 몇 년 뒤 훨씬 유명해질 작품을 내놓게 됩니다. 유럽 시장에서 아스테릭스는 대단히 인기 있는 만화였기 때문에, 그 이름값을 노린 게임이 여러 회사에서 여러 편 나오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아스테릭스라는 만화 자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게임을 잡은 사람들은 콧수염 난 작은 남자와 뚱뚱한 남자가 나오는 정체불명의 액션 게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원작을 모르면 물약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로마 병사가 왜 주먹 한 방에 날아가는지 맥락을 알 수 없으니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널리 통하던 통칭도 생기지 않았고, 제목을 그대로 읽어 부르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유럽에서 상당한 판매고를 올렸던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조용히 지나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