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성 드라큘라
악마성 드라큘라 (Castlevania USA REV a) · 1986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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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을 휘두르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 게임을 처음 잡으면 답답합니다. 버튼을 눌러도 채찍이 바로 나가지 않고, 팔을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휘두르는 동작이 다 끝나야 판정이 생깁니다. 점프하면 공중에서 방향을 바꿀 수 없어서, 뛰어오른 순간 착지 지점이 확정됩니다.
이 뻣뻣함이 결함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아무 때나 휘두를 수 없으니 언제 휘두를지 미리 정해야 하고, 점프를 되돌릴 수 없으니 뛰기 전에 계산해야 합니다. 이 게임의 모든 어려움과 모든 성취감이 여기서 나옵니다.
어떤 게임인가
악마성 드라큘라(Castlevania)는 뱀파이어 사냥꾼 시몬 벨몬드가 되어 드라큘라의 성을 층층이 오르며 마지막에 드라큘라를 쓰러뜨리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주무기는 대대로 이어받은 채찍이고, 아이템을 먹으면 채찍이 길어지고 굵어집니다.
촛대를 채찍으로 깨면 하트가 나오는데, 이것은 체력이 아니라 보조 무기를 쓰는 데 필요한 재화입니다. 하트를 모아 단검이나 도끼, 성수 같은 보조 무기를 던집니다. 이 구분을 모르고 하트를 회복약으로 착각하는 것이 이 게임 첫날의 통과의례입니다.
보조 무기가 공략이다
보조 무기는 한 번에 하나만 들 수 있고, 새로 주우면 갖고 있던 것이 교체됩니다. 그래서 좋은 보조 무기를 들고 있을 때는 촛대를 함부로 깨지 않게 됩니다.
성수는 바닥에 닿으면 불꽃이 남아 적을 계속 태우고, 그동안 상대를 경직시킵니다. 이 성질 때문에 어려운 보스도 성수를 들고 가면 확연히 쉬워집니다. 도끼는 위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 높은 곳의 적을 때리기 좋고, 회중시계는 잠시 화면의 적을 멈춥니다. 어떤 보스 앞에 어떤 무기를 들고 도착하느냐가 사실상 그 판의 승부입니다.
계단과 밀려남
초심자를 가장 많이 죽이는 것은 보스가 아니라 계단과 넉백입니다. 계단 위에서는 점프가 안 되고, 적에게 맞으면 뒤로 크게 밀려납니다. 낭떠러지 옆에서 박쥐 한 마리에 스치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집니다.
특히 다리 구간의 메두사 머리는 악명이 높습니다. 위아래로 물결치며 날아와 좁은 발판 위의 주인공을 툭 밀어 떨어뜨립니다. 이 구간은 결국 등장 주기를 외워서 사이를 통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보스들
각 구역 끝에는 고전 괴기물의 얼굴들이 기다립니다. 거대한 박쥐, 메두사, 미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죽음의 사신이 차례로 나옵니다. 공포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한 성에 모아 놓은 구성이 이 시리즈의 매력입니다.
마지막 드라큘라는 두 단계로 싸웁니다. 첫 형태를 넘기면 더 큰 모습으로 변신하는데, 여기서 성수를 들고 있는지 아닌지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처음 이 보스를 넘긴 날은 대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이 한 편에서 시작해 시리즈는 오래 이어졌고, 나중에는 성 전체를 자유롭게 탐색하는 형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래도 채찍의 무게감과 미리 계산하는 점프라는 뼈대는 계속 남았습니다. 음악도 이 게임의 큰 몫입니다. 첫 스테이지의 곡은 지금도 첫 소절만 들으면 알아듣는 사람이 많고, 이후 시리즈에서 몇 번이고 다시 편곡되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