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앤 다운
업 앤 다운 (Upn Down 315 5030) · 1983 · Sega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자동차 게임이라고 하면 보통 핸들을 꺾어 다른 차를 피하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자동차는 점프를 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앞차 위로 껑충 뛰어올라 넘어갑니다. 물리적으로 말이 되느냐를 따지는 건 1983년 오락실에서 큰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이 한 가지 장치가 평범한 주행 게임을 완전히 다른 물건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입니다.
업 앤 다운(Up'n Down)은 세가가 내놓은 드라이빙 게임입니다. 화면 위쪽으로 멀어지는 비스듬한 시점의 길을 따라 차를 몰면서, 길 위에 흩어진 깃발을 전부 모으면 그 판이 끝납니다. 조작은 방향 조절과 점프 버튼이 전부입니다. 길은 하나로 곧게 뻗어 있지 않고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해서, 어느 쪽으로 갈지 고르는 판단이 계속 요구됩니다.
깃발을 모으는 길 찾기
한 판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지정된 개수의 깃발을 모으는 것입니다. 그런데 깃발은 길 곳곳에 흩어져 있고, 길은 갈림길로 계속 나뉩니다. 한 갈래를 골라 달리다 보면 다른 갈래에 있던 깃발을 놓치게 됩니다. 그러면 돌아와서 다시 지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빠르게 달리는 게임이라기보다 어디를 어떤 순서로 훑을지 정하는 게임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만큼 길의 모양이 드러나므로, 앞쪽 갈림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미리 짐작하고 남은 깃발이 많은 쪽을 고릅니다. 익숙해지면 한 바퀴에 대부분을 걷어 오는 경로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 이 게임의 실력입니다.
점프 버튼 하나의 무게
마주 오는 차와 부딪히면 끝입니다. 피할 방법은 두 가지인데, 옆으로 비켜서 지나가거나 아예 뛰어넘는 것입니다. 좁은 길에서는 비킬 공간이 없으니 결국 점프에 기대게 됩니다.
점프에는 준비 동작도 없고 공중에서 방향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궤적이 확정되어 그대로 날아갑니다. 그러니 앞차와의 거리를 눈으로 재서 적절한 순간에 눌러야 합니다. 너무 일찍 누르면 뛴 뒤에 착지하면서 부딪히고, 너무 늦으면 뛰기 전에 받힙니다. 이 거리 감각을 익히는 데 처음 몇 판이 쓰입니다.
그리고 뛰어넘는 동안에는 방향 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갈림길 바로 앞에서 점프하면 원하지 않는 쪽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피하는 것과 길을 고르는 것이 한 버튼으로 얽혀 있어서, 급할수록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
판이 넘어갈수록 마주 오는 차가 늘어납니다. 처음에는 한 대씩 띄엄띄엄 오던 것이 나중에는 줄지어 옵니다. 한 대를 뛰어넘고 착지하는 순간 바로 다음 차가 코앞에 있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때 연속으로 점프가 이어지지 않으면 바로 부딪힙니다.
또 하나 까다로운 것은 깃발이 몇 개 남지 않았을 때입니다. 남은 깃발을 찾아 이미 지나온 길을 되짚어 가야 하는데, 그 사이에도 차는 계속 나옵니다. 목표를 코앞에 두고 급해진 마음에 무리하게 달리다 마지막 한 대와 부딪히는 것이 이 게임에서 가장 흔한 죽음입니다.
1983년의 화면
요즘 눈으로 보면 화면이 소박합니다. 하지만 위로 멀어지는 비스듬한 시점으로 길의 높낮이와 갈라짐을 표현한 방식은 그 시절 기준으로 제법 공들인 결과물입니다. 평면에 그린 길인데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차가 뛰어올라 그림자를 남기며 착지하는 연출이 높이 개념을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소리도 기억에 남습니다. 주행 중 끊임없이 흐르는 경쾌한 곡조와, 점프할 때 나는 짧은 효과음이 반복되면서 묘하게 중독성 있는 박자를 만듭니다.
지금 해 본다면
처음 몇 판은 깃발을 다 모으지 못하고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럴 때는 점수를 잊고 길 모양만 눈에 익히는 데 집중하십시오. 어느 갈림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게 되면 게임이 갑자기 만만해집니다.
점프는 아끼지 말고 자주 쓰십시오. 횟수 제한이 없으니 위험하다 싶으면 일단 뛰는 편이 낫습니다. 피할 수 있었는데 안 뛴 경우가, 뛰었다가 잘못 착지한 경우보다 훨씬 자주 화면을 멈춰 세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