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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세스

엑세스 더 뉴 레볼루션 (Xess the New Revolution Semicom 3 in 1) · 1998 · Sem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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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판 하나에 게임이 세 개 들어 있습니다. 동전을 넣으면 무엇을 할지 먼저 고르는 화면이 나오고, 거기서 셋 중 하나를 골라 시작합니다. 오락실 주인 입장에서는 기계 한 대 자리에 세 대를 놓는 셈이었고, 손님 입장에서는 오늘 기분에 따라 다른 게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국산 기판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으려 했는지가 이 구성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엑세스 더 뉴 레볼루션(Xess the New Revolution)은 세미콤이 자사 게임 세 편을 하나로 묶은 아케이드 모음집입니다. 들어 있는 것은 하이퍼맨과 그 후속인 뉴 하이퍼맨, 그리고 쿠키 앤 비비입니다. 셋 다 짧게 끊어 즐기는 퍼즐과 액션 계열이라 성격이 비슷하고, 조작도 레버와 버튼 몇 개로 통일되어 있어 오가며 하기 편합니다.

엑세스 기타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8)

하이퍼맨 계열

하이퍼맨은 팩맨의 골격에서 출발한 미로 게임입니다. 미로를 돌아다니며 점을 먹고 쫓아오는 적을 피하는 기본은 같은데, 여기에 벽을 부수거나 특수한 장비를 쓰는 요소가 얹혀 있습니다. 원본처럼 정해진 통로만 도는 것이 아니라 길을 스스로 만들 수 있으니, 몰렸을 때 빠져나가는 방법이 하나 더 생깁니다.

그래서 팩맨 감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구석에 몰리기 전에 미리 벽을 뚫어 탈출로를 만들어 두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기입니다. 익숙해지면 적을 일부러 한쪽으로 몰아 두고 반대편을 정리하는 식의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뉴 하이퍼맨은 같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미로를 도는 게임이라기보다 한 화면 안에서 사방으로 쏘며 버티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 작품은 따로 기판이 나오지 않고 이 모음집 안에서만 볼 수 있어서, 세 편 중에서는 가장 낯선 물건입니다.

쿠키 앤 비비

쿠키 앤 비비는 위에서 내려오는 덩어리들을 아래에서 같은 색 구슬을 쏴 맞혀 터뜨리는 게임입니다. 같은 색이 셋 이상 붙으면 사라지고, 그 아래 매달려 있던 것들도 함께 떨어집니다. 퍼즐 보블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앉자마자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요령도 그쪽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눈앞의 한 덩어리를 지우는 것보다, 위쪽을 지탱하고 있는 연결 고리를 끊어 한 번에 무너뜨리는 쪽이 훨씬 이득입니다. 벽에 튕겨 각을 만드는 사격을 쓸 줄 알게 되면 처리할 수 있는 자리가 두 배로 늘어납니다.

천장이 서서히 내려오기 때문에 오래 고민할 수 없습니다. 완벽한 한 수를 찾다가 시간에 밀려 지는 것이 초보자가 가장 자주 하는 실수입니다. 애매하면 일단 위험한 쪽 색을 하나 지워 두고 다음 수를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세미콤과 1990년대 후반

세미콤은 1990년대 한국 아케이드 기판 업체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축에 듭니다. 일본 인기작의 구조를 가져와 자기 캐릭터와 그림으로 다시 만드는 방식을 자주 썼고, 이 모음집에 실린 세 편도 그 성격이 뚜렷합니다. 팩맨에서 온 것과 퍼즐 보블에서 온 것이 나란히 들어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시기 국내 오락실은 이미 대전격투와 대형 체감형 기계 쪽으로 무게가 옮겨 가고 있었습니다. 작고 가벼운 퍼즐 게임 한 편만으로는 기계 한 자리를 차지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여러 편을 묶어 하나로 파는 방식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값을 낮추고 활용도를 높이는, 현실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동네 오락실이나 문방구 앞에 놓인 기계 중에는 이런 다중 게임 기판이 적지 않았습니다. 게임 하나가 지루해지면 다음 판에 다른 걸 고르면 되니, 회전이 빠른 자리에는 오히려 잘 맞았습니다.

지금 해 보면

세 편 모두 한 판이 짧고 규칙이 단순합니다. 설명을 읽지 않아도 몇 초 안에 무엇을 하는지 파악되고, 죽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가볍게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오락실 게임이 갖춰야 할 기본기라는 점에서는 충실합니다.

원작이 뚜렷한 게임들이라 독창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국산 기판이 어떤 게임을 참고했고 거기에 무엇을 덧붙이려 했는지가 비교적 선명하게 보입니다. 세 편을 차례로 한 판씩 해 보면 그 시절 국내 아케이드 업체의 작업 방식이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