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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걸전

삼국지 영걸전 (Sangokushi Eiketsuden Japan) · 1995 · Ko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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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가 죽으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전투 중에 아끼던 장수의 체력이 0이 되면 그 인물은 이야기에서 사라집니다. 다음 전투에서 쓸 수 없고, 이후 등장할 장면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세이브 파일을 되돌려서라도 살리려는 사람이 많았던 이유입니다.

삼국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규칙이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역사에서 오래 활약해야 할 인물이 내 실수로 초반에 죽어 버리는 상황을 참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영걸전 RPG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5)

어떤 게임인가

영걸전(Sangokushi Eiketsuden)은 삼국지를 소재로 한 전략 시뮬레이션 RPG입니다. 앞선 삼국지 시리즈가 나라 전체를 경영하는 게임이었다면, 이쪽은 유비 진영의 한 부대를 이끌고 정해진 전투를 차례로 치러 나가는 구성입니다.

전투는 칸으로 나뉜 지도 위에서 벌어집니다. 부대를 하나씩 움직여 적과 붙이고, 지형과 병종 상성을 계산합니다. 이야기가 정해진 순서로 흐르기 때문에, 나라 살림 없이 전투와 성장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영걸전 RPG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5)

병종과 상성

부대는 보병, 기병, 궁병, 노병, 수군 같은 병종으로 나뉘고 서로 물고 물립니다. 기병은 보병에 강하지만 궁병에 약하고, 지형에 따라 강약이 또 뒤집힙니다. 산에서 기병을 쓰면 힘을 못 쓰고, 물 위에서는 수군이 아니면 제 실력이 안 나옵니다.

장수는 전투를 치를수록 경험치가 쌓여 레벨이 오르고, 아이템으로 병종을 바꾸거나 능력을 올릴 수 있습니다. 누구를 계속 출전시켜 키울지 고르는 것이 곧 자기 부대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출전 인원에 제한이 있어 모두를 키울 수는 없습니다.

계략과 지형

지력이 높은 장수는 화계로 넓은 범위를 태우고, 혼란이나 위압으로 적 부대를 무력화합니다. 특히 화계는 지형과 맞물릴 때 위력이 커서, 숲에 몰린 적을 한 번에 정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반대로 이쪽이 좁은 골짜기에 몰리면 같은 수법을 당합니다. 진군 경로를 정할 때 지형을 먼저 보는 습관이 필요하고, 이 판단이 부대 전체의 생사를 가릅니다.

이야기가 바뀝니다

특정 전투에서 조건을 채우면 역사와 다른 전개로 넘어가는 갈래가 있습니다. 어떤 인물을 살려 두거나, 정해진 시간 안에 목표를 달성하면 원래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두 번째 판을 시작하는 이유가 생깁니다.

삼국지의 큰 줄기를 따라가되 플레이어의 손으로 결말을 바꿀 여지를 남긴 구성이라, 원작을 아는 사람일수록 몰입이 깊어집니다.

한 전투가 짧지 않아 진득하게 앉아야 하지만, 전투 단위로 끊어져 있어 조금씩 진행하기 좋습니다. 장수를 키우는 재미와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함께 가서 진도가 잘 나갑니다.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 중에서도 진입이 쉬운 편입니다. 나라 경영이 부담스러워 본편을 접었던 사람에게 특히 권할 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