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리오 랜드 2 (게임보이컬러)
와리오 랜드 2 (Wario Land 2 Japan) · 1998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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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주인공
플랫폼 게임의 규칙은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적에게 닿으면 죽고, 구덩이에 빠지면 죽고, 잔기가 다 떨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합니다. 그런데 와리오 랜드 2는 그 전제를 통째로 없앴습니다. 이 게임에는 잔기가 없고, 시간 제한도 없고, 게임 오버라는 것 자체가 없습니다.
그럼 적에게 맞으면 어떻게 되느냐, 몸이 변합니다. 불에 닿으면 불이 붙어 몸이 타는 채로 정신없이 달려가고, 무거운 것에 눌리면 납작해지고, 어떤 적에게 당하면 몸이 부풀어 둥둥 떠오릅니다. 처음에는 벌처럼 느껴지는 이 변화가, 조금 하다 보면 이 게임의 진짜 규칙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와리오 랜드 2(Wario Land II)는 옆으로 진행하는 플랫폼 게임입니다. 잠에서 깬 와리오가 성을 빠져나가 자기 물건을 되찾으러 나서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스테이지를 하나씩 돌파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기본 조작은 단순합니다. 걷고, 뛰고, 어깨로 들이받아 적을 밀어내고, 엎드려서 좁은 곳을 지나갑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진짜 중요한 조작은 따로 있습니다. 일부러 맞는 것입니다. 앞을 막은 천장의 틈이 너무 좁으면 눌려서 납작해진 몸으로 지나가고, 높은 곳에 있는 문에 가려면 부풀어 뜬 상태로 올라갑니다. 불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불붙은 채로 달려가 목표물을 태웁니다.
그러니까 적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구입니다. 이 발상을 받아들이는 순간 게임이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몸의 변화를 도구로 쓰기
이 게임에서 막히는 이유는 대부분 하나입니다. 지금 필요한 몸 상태가 아닌데 그냥 정상 상태로 뚫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길이 없어 보이면 먼저 이렇게 물어보면 됩니다. 여기서 내 몸이 어떻게 변해야 지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변화를 일으켜 줄 적이 대개 근처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잘 만들어진 구간일수록 필요한 적이 그 퍼즐 바로 앞에 있습니다. 그러니 적을 보면 그냥 해치우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볼 만합니다. 이 적이 나를 어떤 상태로 만들어 주는가.
반대로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변한 상태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거나 물에 닿으면 풀립니다. 필요한 자리까지 그 상태를 유지한 채 도착해야 하니, 변한 다음의 경로를 미리 그려 두어야 합니다. 특히 불붙은 상태는 조작이 마음대로 되지 않고 제멋대로 달려가니, 시작 위치를 잘 잡는 게 전부입니다.
죽지 않는 대신 무엇이 어려운가
죽지 않는다고 해서 쉬운 게임은 아닙니다. 난이도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갔을 뿐입니다. 여기서 어려운 것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알아내는 것입니다. 이 길이 왜 막혔는지, 무엇을 해야 열리는지를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또 하나, 맞으면 코인을 떨어뜨립니다. 목숨은 안 잃어도 모아 둔 것은 잃습니다. 그래서 알뜰하게 클리어하려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맞지 않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죽지 않으니 부담 없이 시도해 보라는 쪽과, 잘하려면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는 쪽이 같이 들어 있는 셈입니다.
숨겨진 보물과 갈림길도 많습니다. 그냥 앞으로만 가면 놓치는 것이 많고, 어떤 길로 갔느냐에 따라 이어지는 스테이지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한 번 끝냈다고 다 본 게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흑백 기기에서 컬러로
이 작품은 원래 흑백 휴대용 기기를 위해 나왔고, 이후 컬러 기기에서도 색이 입혀져 돌아갑니다. 같은 게임인데 색이 들어가면 인상이 꽤 달라집니다. 배경과 장애물이 확실히 구분되어 보이고, 와리오의 몸 상태가 바뀐 것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와리오라는 주인공 자체도 이 게임의 매력입니다. 정의로운 영웅이 아니라 돈에 환장한 심술궂은 인물이고, 다치면 요란하게 표정이 바뀌고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냅니다. 이 유머가 죽지 않는다는 규칙과 잘 맞아떨어져서, 실패해도 웃고 넘기게 됩니다.
국내에서도 휴대용 게임기를 갖고 있던 아이들 사이에서 와리오 시리즈는 꾸준히 손이 가는 이름이었습니다. 지금 해 봐도 이 게임의 발상은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적에게 맞는 것이 해법이 되는 플랫폼 게임은 여전히 흔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