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리오 랜드 3
와리오 랜드 3 (Wario Land 3 World En Ja) · 2000 · Nintend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액션 게임의 기본 전제는 죽는 것입니다. 적에게 닿으면 체력이 깎이고, 구멍에 빠지면 목숨이 하나 줄어듭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주인공은 죽지 않습니다. 적에게 맞아도, 불에 타도, 얼어붙어도 목숨이 줄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 모습으로 변해 버립니다. 그리고 바로 그 변한 모습이 길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이 뒤집힌 발상 하나로 시리즈가 통째로 다른 게임이 되었습니다.
와리오 랜드 3(Wario Land 3)은 옆에서 보는 시점의 발판 액션이면서 동시에 퍼즐 게임입니다. 뛰고 부수고 던지는 기본 동작에 더해, 특정한 공격을 맞으면 와리오가 변신하고 그 상태에서만 할 수 있는 이동이 생깁니다. 그래서 적은 피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고, 필요할 때는 일부러 찾아가서 맞아야 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맞아야 풀리는 구조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크게 당황하는 부분이 이것입니다. 길이 막혀 있는데 아무리 봐도 뚫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럴 때는 주변에 있는 적을 다시 봐야 합니다. 저 적에게 맞으면 어떤 상태가 되는지, 그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답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변신 상태는 대체로 잠시 뒤에 저절로 풀립니다. 그래서 변한 뒤 제한된 시간 안에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 구간이 많습니다. 어디서 맞을지, 맞은 다음 어느 경로로 갈지를 미리 정해 두고 실행하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 흐름입니다. 순간적인 조작보다 계획이 중요한 게임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스테이지를 여러 번 간다
이 작품은 한 번 지나간 곳을 다시 가게 만드는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처음 갔을 때는 능력이 없어서 못 열던 문이, 나중에 새 능력을 얻고 돌아오면 열립니다. 그래서 지도에 표시된 장소들을 오가며 조금씩 갈 수 있는 범위를 넓혀 가는 감각이 이 게임의 큰 축입니다.
덕분에 막혔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습니다. 한 곳에서 도저히 안 풀리면 다른 곳에 가서 뭔가를 얻어 오면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어디를 다시 가야 하는지 기억이 안 나서 헤매는 경우는 생깁니다. 못 열었던 문이나 못 닿았던 자리를 봐 두는 습관이 있으면 훨씬 수월합니다.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게임
죽지 않는다는 설정은 난이도를 낮추는 장치가 아니라 게임의 성격을 바꾸는 장치입니다. 목숨을 잃을 걱정이 없으니 위험한 곳에 마음 놓고 뛰어들 수 있고, 이것저것 실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자유로움이 퍼즐을 푸는 과정과 아주 잘 맞습니다.
대신 시간을 잃습니다. 적에게 맞으면 원래 자리에서 튕겨 나가고, 변신이 풀릴 때까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답답함이 없지는 않지만, 그 답답함 자체가 퍼즐의 일부입니다. 조급하게 반복하지 말고 한 번 멈춰서 화면 전체를 다시 보는 쪽이 훨씬 빠릅니다.
게임보이 컬러에서 만든 성취
작은 화면과 제한된 색으로 만든 게임인데도 화면이 촘촘하고 읽기 쉽습니다. 어떤 블록이 부서지고 어떤 것이 안 부서지는지, 어느 적이 어떤 변신을 일으키는지가 한눈에 구분되도록 그려져 있습니다. 퍼즐 게임에서 이 가독성은 그냥 보기 좋은 문제가 아니라 게임이 성립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입니다.
시리즈 안에서 보면 이 작품은 퍼즐 쪽으로 가장 멀리 간 편입니다. 액션 실력보다 머리로 푸는 비중이 높아서, 앞선 작품들을 액션으로 즐긴 사람에게는 낯설 수도 있습니다. 그 대신 한 번 감을 잡으면 다른 데서 보기 힘든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모으는 요소도 진행과 단단히 묶여 있습니다. 스테이지 안에 숨겨진 것을 찾아내야 새로운 장소가 열리는 식이라, 구석구석 뒤지는 일이 곁가지가 아니라 본줄기가 됩니다. 대충 지나치고 앞으로만 가면 어느 순간 더 갈 데가 없어집니다.
국내에서는 마리오 쪽 시리즈에 비해 와리오 쪽이 훨씬 덜 알려졌습니다. 그래도 이 작품은 휴대용 기기에 나온 액션 퍼즐 중에서 손에 꼽을 만한 완성도를 갖췄고, 지금 해 봐도 낡았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