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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의 권

용호의 권 (Art of Fighting Ryuuko no Ken Ngm 044 Ngh 044) · 1992 · S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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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붙으면 캐릭터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떨어지면 화면이 쭉 뒤로 물러납니다. 지금 보면 당연한 연출이지만 1992년 오락실에서 이 화면을 처음 본 사람들은 기판 성능을 의심했습니다. 커다란 캐릭터가 얼굴에 멍이 든 채로 서 있는 그림 하나로, 이 게임은 등장하자마자 이야깃거리가 되었습니다.

용호의 권(Art of Fighting)은 납치된 여동생 유리를 찾아 사우스타운 뒷골목을 뒤지는 료 사카자키와 로버트 가르시아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 중 하나를 골라 거리의 싸움꾼들을 차례로 꺾어 나가는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용호의 권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2)

기력이라는 새로운 축

이 게임이 장르에 남긴 가장 큰 흔적은 기력 게이지입니다. 필살기를 쓸 때마다 게이지가 줄고, 레버를 잡고 자세를 낮춰 기를 모으면 다시 찹니다. 게이지가 비면 필살기가 힘없이 흩어지기 때문에, 마구 장풍을 던지는 플레이가 통하지 않습니다.

상대를 도발하면 상대의 기력이 깎인다는 규칙도 함께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도발이 단순한 조롱이 아니라 실제 공격 수단이 됩니다. 기를 모으려는 쪽과 그걸 방해하려는 쪽의 신경전이 매 라운드 반복되고, 이 밀고 당기기가 시리즈의 정체성이 되었습니다.

체력이 위태로울 때만 열리는 강력한 한 방도 있습니다. 다 이겼다고 생각한 순간에 뒤집히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용호의 권 대전격투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2)

얼굴이 망가지는 연출

맞을수록 캐릭터의 초상화가 험해집니다. 눈두덩이 붓고 입가가 터지면서, 체력 게이지를 보지 않아도 지금 누가 얻어맞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옷이 찢어지는 연출까지 더해져 싸움이 길어질수록 화면이 점점 처참해집니다.

확대 축소 연출도 단순한 자랑거리로 끝나지 않습니다. 거리에 따라 화면이 움직이니 근접전의 압박감이 실제로 다르게 느껴지고, 큰 기술이 들어갈 때의 타격감도 함께 커집니다.

보너스 스테이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병을 세워 놓고 손날로 잘라 내거나 얼음덩이를 깨는 등, 본편과는 다른 조작으로 능력치를 올리는 구간이 중간중간 끼어 있어 흐름에 변화를 줍니다.

용호의 권 대전격투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2)

사우스타운이라는 무대

무대인 사우스타운은 같은 회사의 다른 격투 시리즈와 공유하는 도시입니다. 이 게임은 그 시리즈보다 앞선 시대를 다루고 있어서, 두 세계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 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합니다. 뒷골목의 젊은 야심가로 등장하는 인물이 훗날 어떤 자리에 오르는지를 알고 보면 감상이 달라집니다.

최종 관문에서 기다리는 미스터 가라테의 정체는 이 게임을 해 본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 회자된 반전입니다. 가면을 쓴 그 인물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순간, 앞서 지나온 모든 싸움의 의미가 다시 정리됩니다.

대전 밸런스만 놓고 보면 뒤에 나온 작품들에 비해 거칠고, 컴퓨터 상대는 상당히 얄밉게 굴립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이 계속 언급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력이라는 개념과 커다란 캐릭터 연출이 여기서 처음 자리를 잡았고, 그 뒤로 수많은 격투 게임이 그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