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하라 카와세
우미하라 카와세 (Umihara Kawase Japan) · 1994 · T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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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줄 하나로 만든 완전히 새로운 액션
주인공은 배낭을 멘 어린 소녀입니다. 손에 든 것은 무기가 아니라 낚싯대이고, 상대하는 것은 몬스터가 아니라 다리 달린 물고기들입니다. 화면은 파스텔 색으로 온화하고, 배경음도 잔잔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아이들을 위한 순한 게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몇 분만 조작해 보면 생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게임의 낚싯줄은 물리 법칙을 따르는 탄성 있는 밧줄입니다. 어딘가에 걸고 매달리면 진자처럼 흔들리고, 줄을 감으면 위로 당겨지고, 줄을 늘리면 아래로 내려갑니다. 흔들리는 반동을 이용해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줄을 놓는 순간의 속도가 그대로 남습니다. 이 물리 계산 하나에 게임의 전부를 걸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우미하라 카와세(Umihara Kawase)는 옆으로 진행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각 스테이지의 출구인 문에 도달하면 통과이고, 문은 대개 처음 서 있는 자리에서는 갈 수 없는 위치에 있습니다.
쓸 수 있는 조작은 걷기, 점프, 그리고 낚싯줄 던지기뿐입니다. 낚싯줄은 대각선 위쪽으로 날아가 지형에 박히고, 그 상태에서 위아래 방향키로 줄 길이를 조절합니다. 줄에 매달린 채 좌우를 누르면 몸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흔들림이 커진 순간에 줄을 놓으면 그 방향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적인 물고기들에게는 낚싯줄을 걸어 잡아 배낭에 넣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게임에서 적은 부차적입니다. 진짜 상대는 지형입니다.
줄을 다루는 감각
처음에는 줄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원하는 곳에 걸리지 않고, 매달렸는데 흔들 줄 몰라 그대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요령이 잡히면 이동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핵심은 진자 운동입니다. 매달린 상태에서 흔들림의 방향과 맞춰 방향키를 넣으면 폭이 점점 커집니다. 그네를 탈 때 다리를 굽혔다 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렇게 속도를 붙인 뒤 가장 높은 지점에서 줄을 놓으면 아주 멀리 날아갈 수 있습니다.
줄 길이 조절도 중요합니다. 흔들리는 도중에 줄을 짧게 감으면 회전 속도가 빨라지고, 늘리면 궤도가 커집니다.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도저히 갈 수 없어 보이던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길이 하나가 아닙니다
이 게임의 스테이지 구성이 특이합니다. 한 스테이지에 출구가 여러 개 있고, 어느 문으로 나가느냐에 따라 다음 스테이지가 달라집니다. 전체 구조가 하나의 갈래 지도처럼 짜여 있어서, 짧게 끝나는 경로도 있고 길고 어려운 경로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깼다고 다 본 게 아닙니다. 다른 문으로 나가면 전혀 보지 못한 스테이지들이 나옵니다. 이 구조 덕분에 게임이 짧아 보여도 실제로 볼 것이 많습니다.
스테이지 자체도 정답이 하나가 아닙니다. 줄을 다루는 실력에 따라 남들이 여러 번 걸어 도는 곳을 한 번에 날아 건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의 진행을 보면 같은 스테이지가 전혀 다른 게임처럼 보입니다.
조용히 이어진 명성
나왔을 당시에는 크게 팔리지 않았습니다. 겉모습이 순해 보여 진지한 액션 팬의 눈에 들지 않았고, 실제로는 너무 어려워 가벼운 마음으로 산 사람이 금방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끝까지 붙잡은 사람들이 입소문을 냈습니다. 줄의 물리 계산이 이토록 정교하고 일관된 게임이 달리 없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평가가 올라갔습니다. 이후 여러 기기로 속편과 이식판이 나온 것도 그 덕분입니다.
지금 처음 해 보시는 분이라면 첫 삼십 분은 답답할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대신 줄이 손에 붙는 순간이 오면,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느껴 본 적 없는 이동의 쾌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