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워즈
월드 워즈 (World Wars World) · 1987 · SNK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같은 게임을 그림만 바꿔 다시 내놓는 일은 지금도 종종 있지만, 1987년의 SNK는 그것을 꽤 대담하게 했습니다. 월드 워즈는 같은 해 나온 다른 SNK 슈팅과 뼈대를 공유하면서, 기체와 배경을 전부 갈아 끼워 다른 게임처럼 만든 작품입니다. 두 게임을 나란히 해 보면 손에 닿는 감각은 닮았는데 화면에서 받는 인상은 확실히 다릅니다.
월드 워즈(World Wars)는 전투기를 몰고 위로 흘러가는 화면을 따라 올라가며, 편대로 들어오는 적기와 미확인 비행체를 격추하고 지상의 전차와 시설을 피하거나 부수며 나아가는 종스크롤 슈팅 게임입니다. 구간 끝에는 큰 보스가 기다리고 있고, 두 사람이 함께 붙어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조작은 이동과 사격 중심이라 처음 앉아도 곧바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편대를 읽는 게임
이 게임에서 적은 대부분 무리 지어 들어옵니다. 정해진 궤적으로 화면에 들어와 한 바퀴 돌고 빠지는 식인데, 그 궤적을 읽느냐 못 읽느냐가 실력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궤적을 알면 편대 전체를 한 자리에서 쓸어 담을 수 있고, 모르면 흩어진 적을 하나씩 쫓아다니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슈팅은 반복이 곧 실력입니다. 같은 구간을 몇 번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어디서 무엇이 나오는지가 몸에 새겨지고, 그때부터는 나오기도 전에 미리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 단계에 들어가면 같은 게임이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지상 목표는 공중 적과 성격이 다릅니다. 가만히 있지만 사거리에 들어오면 정확하게 쏘기 때문에, 무시하고 지나가려다 옆에서 날아온 탄에 맞는 일이 잦습니다. 지나가기 전에 미리 지워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화력을 지키는 것이 전부
이 시기 슈팅의 공통된 규칙은 죽으면 화력이 초기화된다는 것입니다. 월드 워즈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화력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적을 제때 지우지 못하고, 지우지 못하면 화면이 적으로 차고, 그러면 또 죽습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들은 화력을 지키는 데 우선순위를 둡니다. 아이템 하나를 더 먹으려고 위험한 자리에 들어가는 것보다, 지금 가진 화력으로 안전하게 다음 구간까지 가는 쪽이 낫다는 판단을 자주 합니다. 특히 보스 직전에는 절대 무리하지 않는 것이 정석입니다.
보스와 후반 구간
보스는 대체로 덩치가 크고 여러 곳에서 동시에 탄을 뿜습니다. 정면에서 버티며 화력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화력이 충분할 때만 통합니다. 화력이 모자란 상태라면 화면 아래쪽에서 좌우로 크게 움직이며 탄이 벌어지는 지점을 찾아 조금씩 깎는 쪽이 안전합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적탄 속도가 빨라지고 편대 사이의 간격이 줄어듭니다. 초반처럼 여유 있게 아이템을 회수하러 다닐 수 없게 되므로, 이때부터는 자리 잡기가 핵심입니다. 화면 중앙보다 조금 아래에 기본 위치를 두고, 필요할 때만 짧게 좌우로 움직이는 식으로 이동량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하면 진도는 잘 나가지만 화면이 복잡해집니다. 서로 붙어 다니면 한 번의 실수로 둘 다 잃기 쉬우니, 화면을 좌우로 나눠 각자 한쪽을 책임지는 편이 결과가 좋습니다.
1987년의 SNK와 오락실 풍경
1987년의 SNK는 슈팅과 액션 기판을 부지런히 내던 시기였습니다. 같은 해에 여러 편의 슈팅과 밀리터리 액션이 쏟아졌고, 그중 몇몇은 뼈대를 공유하면서 소재만 바꾼 형태였습니다. 개발 자원을 아끼면서 물량을 채우는 방식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비슷한 감촉의 게임이 여럿 남게 되었습니다.
한국 오락실 관점에서 이 시기 SNK 게임들은 익숙한 얼굴입니다. 군용기와 병사가 나오는 밀리터리 소재는 그 시절 오락실에서 가장 잘 먹히던 계열 중 하나였고, 여러 대가 나란히 놓여 있는 풍경도 흔했습니다. 월드 워즈는 그중에서 이름을 크게 남긴 쪽은 아니지만, 그 시절 오락실의 평균적인 슈팅이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잘 보여 주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