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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리를 찾아라

월리를 찾아라 (Wally Wo Sagase REV B Japan fd1094 317 0197b) · 1992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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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오락실에 들어온 그림책

오락실 기판이라고 하면 보통 총을 쏘거나 주먹을 날리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화면 가득 사람이 바글바글한 그림 한 장을 띄워놓고, 그 안에서 빨간 줄무늬 옷을 입은 한 사람을 찾으라고 합니다. 반사신경도, 콤보도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건 눈과, 시간이 줄어드는 걸 보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배짱뿐입니다.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는 198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서점에서 아이들이 책 위에 머리를 맞대고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훑던 그 장면을, 세가는 그대로 동전 넣는 기계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결과물은 놀랍게도 꽤 잘 굴러갑니다. 종이책에서는 없던 제한시간이라는 요소가 붙자, 느긋했던 놀이가 갑자기 손에 땀이 나는 게임이 되어버립니다.

월리를 찾아라 기타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2)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월리를 찾아라(Wally wo Sagase)는 화면에 표시된 커다란 삽화 속에서 정해진 인물이나 물건을 찾아 커서로 짚는 게임입니다. 한 판이 시작되면 배경 그림이 펼쳐지고, 제한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플레이어는 레버로 화면 위의 조준 커서를 움직여 목표물 위에 올린 다음 버튼을 누릅니다. 맞으면 정답 연출과 함께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틀리면 대개 시간이나 기회를 손해 봅니다.

조작은 이게 전부입니다. 레버와 버튼 하나면 처음 앉은 사람도 삼십 초 안에 규칙을 이해합니다. 대신 화면은 전혀 친절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색의 옷을 입은 사람, 비슷한 자세를 취한 사람, 심지어 일부러 헷갈리라고 배치해 둔 가짜 후보들이 사방에 깔려 있습니다.

눈이 아니라 순서로 찾는다

처음 하는 사람은 대부분 화면 한가운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시간을 다 씁니다. 사람의 눈은 정보가 빽빽한 그림을 보면 자꾸 가장 눈에 띄는 것 — 큰 건물, 밝은 색, 움직이는 연출 — 으로 끌려가는데, 목표물은 하필 그런 곳에 없기 때문입니다.

조금 익숙해지면 요령이 생깁니다. 화면을 격자로 나눠서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로 일정한 속도로 훑는 방식입니다. 시선이 지나간 구역과 지나가지 않은 구역을 스스로 기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목표물의 특징을 색 한 가지로 압축해 두면 훨씬 빨라집니다. 전체 그림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 색만 걸러내는 필터를 머릿속에 걸어두는 겁니다.

또 하나, 급하다고 아무 데나 짚는 습관은 이 게임에서 가장 비쌉니다. 오답에 붙는 벌칙 때문에 남은 시간이 순식간에 녹아버립니다. 확신이 서기 전에는 손가락을 버튼에서 떼고 있는 편이 낫습니다.

둘이 하면 전혀 다른 게임

2인 플레이가 되는데, 이 게임의 진짜 재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화면을 두 사람이 동시에 뒤지다 보면, 자연히 누가 먼저 찾느냐의 경쟁이 됩니다. 한 사람이 커서를 어디로 움직이는지 곁눈질하다가 '아 저쪽은 아니구나' 하고 반대편을 뒤지는 식의 눈치 싸움까지 벌어집니다.

혼자 할 때는 조용한 관찰 게임이지만, 둘이 붙으면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옆 사람이 먼저 찾아버렸을 때의 억울함이 유난히 큰 종류의 게임입니다. 분명 그 자리를 봤는데 못 알아본 것이니, 변명할 구석이 없습니다.

짧게 즐기는 게임의 자리

세가는 이 무렵 자사 아케이드 기판에 이런 가벼운 기획을 여럿 올렸습니다. 대전 격투가 오락실을 휩쓸던 시기에, 한 판이 짧고 규칙이 단순하며 구경하는 사람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에는 나름의 자리가 있었습니다. 뒤에 서서 '저기! 저기 있잖아!' 하고 훈수를 두는 사람까지 놀이에 끼워 넣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크게 보급되지 않아 기억하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원작 그림책 쪽은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어서, 게임을 처음 보더라도 무엇을 하라는 건지는 설명 없이 바로 이해가 됩니다. 그림책을 넘기던 감각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제한시간이 붙은 이 버전이 얼마나 다른 경험인지 한 판만 해봐도 알게 됩니다.

짧게 끊어서 즐기기 좋고, 실패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눈이 피로할 때보다는 머리가 맑을 때 붙잡는 편이 훨씬 성적이 좋다는 점도, 해보면 금방 체감하게 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