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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월드 챔피언십 2005

유희왕 7 트라이얼 투 글로리 월드 챔피언십 토너먼트 2005 (Yu Gi Oh 7 Trials to Glory World Championship Tournament 2005 U Venom) · 2005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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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게임의 재미는 대전 자체보다 덱을 짜는 밤에 있습니다. 이 게임은 그걸 아주 잘 알고 있어서, 처음 손에 쥐여 주는 카드가 형편없습니다. 남들이 쓰는 강한 카드는 하나도 없고, 가진 것으로 어떻게든 이겨서 상금을 벌고, 그 돈으로 팩을 사서 조금씩 덱을 바꿔 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이 지루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새로 뽑은 카드 한 장이 덱의 성격을 통째로 바꿔 놓는 순간이 자주 오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휴대용 기기로 나온 유희왕 카드 대전 게임입니다. 정식 이름은 유희왕 월드 챔피언십 2005(Yu-Gi-Oh! 7 Trials to Glory: World Championship Tournament 2005)이고, 실제 카드 게임의 규칙을 그대로 옮겨 놓은 뒤 거기에 대회를 향해 나아가는 진행을 얹었습니다. 카드를 모으고, 덱을 짜고, 상대를 이기고, 다시 카드를 모으는 순환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유희왕 월드 챔피언십 2005 보드·카드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어드밴스 (2005)

규칙을 그대로 옮긴다는 것

이 시리즈의 초기작들은 카드 게임의 규칙을 상당히 뜯어고쳐 놓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기 성능 문제도 있었고, 원작 만화의 연출을 따라가려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각색을 걷어내고 실제 대회에서 쓰는 규칙에 맞추는 쪽을 택했습니다.

덕분에 실제 카드를 만져 본 사람이라면 설명서를 볼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카드 게임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진입 장벽이 꽤 높습니다. 용어도 많고, 발동 시점을 따지는 규칙도 복잡합니다.

다행히 안에 규칙을 가르쳐 주는 부분이 있고, 대전 중에도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화면이 안내해 줍니다. 처음에는 안내에 기대어 몇 판 하다 보면 흐름이 잡힙니다.

유희왕 월드 챔피언십 2005 보드·카드 게임 화면 2 - 게임보이 어드밴스 (2005)

덱을 짜는 재미

이 게임의 본체는 덱 만들기입니다. 카드 한 장 한 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읽고, 그것들이 서로 맞물리는 조합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강한 카드를 잔뜩 넣는다고 강한 덱이 되지 않는 게 이 장르의 묘미인데, 이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반에는 그냥 공격력 높은 카드를 넣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조금만 올라가면 상대가 함정을 깔고 오고, 공격력만 믿은 덱은 한 방에 무너집니다. 그때부터 함정을 뚫을 카드, 상대 패를 흔들 카드, 무너졌을 때 되살릴 카드를 고민하게 됩니다.

카드를 얻는 방법이 팩 구입이라는 점도 덱 만들기에 성격을 부여합니다. 원하는 카드를 바로 살 수 없으니, 나온 카드에 맞춰 계획을 수정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이게 실제 카드를 모으던 경험과 비슷한 감각을 줍니다.

대회로 가는 길

진행은 대회 참가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여러 상대와 붙어 이겨 올라가고, 그 과정에서 상금과 카드를 받습니다. 지면 잃는 것도 있어서 아무 준비 없이 뛰어들면 손해를 봅니다.

상대마다 쓰는 덱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덱으로 모든 상대를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상대는 빠르게 몰아치고, 어떤 상대는 버티면서 시간을 끕니다. 상대를 알고 나서 덱을 조금 손보고 다시 붙는 게 이 게임에서 이기는 정석입니다.

그래서 한 판이 끝날 때마다 덱 편집 화면을 들락거리게 됩니다. 이 왔다 갔다가 귀찮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 게임은 상당히 오래 붙잡게 될 것입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초반에 가장 흔한 실패는 덱에 카드를 너무 많이 넣는 것입니다. 좋아 보이는 카드를 다 넣으면 정작 필요한 카드가 손에 안 옵니다. 덱은 규칙이 허락하는 최소 장수에 가깝게 짜는 게 거의 항상 낫습니다.

두 번째는 몬스터만 잔뜩 넣는 것입니다. 상황을 뒤집는 건 대개 마법과 함정 쪽이고, 이게 없으면 불리해졌을 때 손쓸 방법이 없습니다. 균형을 맞추는 감각이 실력의 절반입니다.

세 번째는 급하게 공격하는 습관입니다. 상대가 뒤집어 놓은 카드를 무시하고 들어갔다가 역습당하는 일이 반복되면, 한 턴 참는 것이 얼마나 강한 수인지 배우게 됩니다.

지금 해 보면

작은 화면에 글자가 빽빽하고, 대전 연출도 화려하지 않습니다. 화면을 보는 재미로 하는 게임은 확실히 아닙니다. 그래도 카드 게임의 머리 쓰는 부분은 온전히 살아 있습니다.

2005년 무렵의 카드 환경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그 시절 카드를 모았던 사람에게는 익숙한 이름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덱을 짜고 고치는 걸 좋아한다면 지금 해도 시간이 잘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