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셜 D
이니셜 D (Initial D) · 1999 · Kodan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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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에서만 벌어지는 승부
레이싱 게임은 보통 서킷을 돕니다. 그런데 이 소재는 다릅니다. 무대가 밤중의 좁은 산길이고, 승부는 대부분 내리막에서 납니다. 두 대가 한 줄로 늘어서서 출발하고, 결승선에 먼저 닿거나 상대와 거리를 크게 벌리면 이깁니다. 추월할 공간이 거의 없는 좁은 길에서, 한 번의 코너 실수가 그대로 패배가 되는 구조입니다.
이 소재의 핵심은 실력 차이가 차의 성능 차이를 뒤집는다는 점입니다. 원작에서도 낡은 소형차가 훨씬 비싼 차를 잡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그 이유가 내리막에서는 엔진 힘보다 무게 배분과 코너 진입 요령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게임도 그 논리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어떤 게임인가
이니셜 D(Initial D)는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산길 일대일 배틀을 재현한 레이싱 게임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고갯길을 본뜬 코스에서, 원작에 나온 차와 등장인물을 상대로 겨룹니다. 코너가 연달아 이어지는 좁은 길을 얼마나 속도를 잃지 않고 통과하느냐가 전부입니다.
혼자 하는 모드에서는 이야기 순서를 따라 상대를 하나씩 만납니다. 각 상대는 주행 습관이 다르고, 자기 홈 코스에서 특히 강합니다. 이기면 다음 상대와 새 코스가 열립니다.
코너를 넘기는 요령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것은 브레이크입니다. 내리막이라 액셀을 놓아도 차가 계속 가속되므로, 코너 앞에서 확실히 속도를 줄여 두지 않으면 그대로 가드레일에 박습니다. 요령은 코너에 들어가기 전 직선 구간에서 감속을 끝내는 것입니다. 코너 안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뒤가 흔들려 자세가 무너집니다.
연속된 코너에서는 하나하나를 따로 보지 말고 묶어서 봐야 합니다. 왼쪽 코너 다음에 바로 오른쪽 코너가 온다면, 첫 번째 코너에서 일부러 바깥쪽으로 크게 돌아 두 번째 코너의 진입 각도를 좋게 만드는 식입니다. 이렇게 몇 개를 묶어 하나의 흐름으로 처리하면 구간 전체가 훨씬 빨라집니다.
추월이 어려운 이유
좁은 길에서는 옆으로 나란히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추월은 상대가 실수하는 순간에만 가능합니다. 상대 뒤에 바짝 붙어 압박하다가, 코너에서 상대가 조금이라도 바깥으로 밀리면 안쪽으로 파고들어 지나가는 것이 정석입니다.
앞차 뒤에 붙어 달리면 공기 저항이 줄어 속도가 조금 붙습니다. 이 상태로 직선이 나오면 옆으로 빠져나가 지나칠 수 있는데, 이 코스들은 직선이 짧아 기회가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대개는 코너 하나하나에서 조금씩 앞서 나가며 격차를 벌리는 방식으로 승부가 납니다. 반대로 앞서 있을 때는 안쪽 주행선을 계속 막고 달리면 상대가 들어올 자리를 안 내주게 됩니다.
차마다 다른 성격
원작에 나온 여러 차종을 고를 수 있고, 성격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뒷바퀴로 굴러가는 가벼운 차는 코너에서 뒤를 흘리며 돌기 쉬워 손맛이 좋지만, 자세가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네 바퀴로 굴러가는 차는 안정적이라 실수해도 잘 버티는 대신, 코너 진입에서 앞이 밀려 나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안정적인 쪽으로 코스를 먼저 외우고, 코스가 손에 익은 뒤에 흘리며 도는 차로 넘어가는 순서를 권합니다. 같은 코스라도 차를 바꾸면 브레이크 지점이 전부 달라지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 배우는 것에 가깝습니다.
원작의 분위기를 옮겨 오다
이 게임의 강점은 재현입니다. 밤중의 산길,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좁은 시야, 가드레일 너머의 어둠이 만들어 내는 긴장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원작 특유의 빠른 음악이 깔리는 것도 분위기를 크게 좌우합니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 게임은 통합니다. 서킷을 도는 레이싱과 달리 매 코너가 실수 하나로 끝날 수 있는 긴장을 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코스를 외우기 전까지는 계속 벽에 부딪히게 되므로, 처음 몇 판은 기록을 잊고 길을 익히는 데 쓰는 것이 좋습니다. 코스가 몸에 들어온 뒤부터가 이 게임의 진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