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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풀 로드

조이풀 로드 (Joyful Road Japan) · 1983 · S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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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팔이 달려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긴 팔이 좌우로 뻗어 나와, 달리는 도중 길가에 놓인 과일과 생선과 돈주머니를 집어 옵니다. 조이스틱 두 개가 붙어 있는데 왼쪽으로는 차를 몰고 오른쪽으로는 팔을 움직입니다. 운전과 집어 먹기를 동시에 해야 하는 이 구조 하나 때문에, 겉보기에 한가로워 보이는 이 게임이 의외로 정신없어집니다.

조이풀 로드(Joyful Road)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길을 따라 올라가며 물건을 모으는 드라이빙 게임입니다. 목적지는 길 끝의 집이고, 거기 딸린 차고에 차를 세우면 그 구간이 끝납니다. 해외에서는 먼치 모빌이라는 이름으로 나갔습니다. 길가에 놓인 것들을 집어 점수를 올리고, 기름통을 챙겨 연료를 채우면서, 차고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것이 한 판의 전부입니다.

조이풀 로드 레이싱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3)

두 개의 조이스틱

이 게임의 핵심이자 진입 장벽은 조작 구조입니다. 왼쪽 8방향 스틱은 차의 방향을 잡습니다. 오른쪽 2방향 스틱은 팔을 좌우로 내밉니다. 길은 계속 흘러가는데 팔을 뻗는 판단은 별도로 해야 하니, 처음에는 양손이 서로 방해합니다. 팔을 뻗다가 차가 길 밖으로 나가고, 운전에 집중하면 지나가는 물건을 전부 놓칩니다.

익숙해지는 요령은 두 스틱을 동시에 쓰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건이 나타나는 위치는 대체로 길 가장자리이므로, 미리 그쪽 차선으로 차를 붙여 놓은 다음 팔만 뻗는 식으로 순서를 나누면 훨씬 편합니다. 즉 운전은 물건을 만나기 전에 미리 끝내 두고, 물건 앞에서는 팔 조작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집어 먹은 뒤에 남는 것들도 신경 쓸 거리입니다. 먹을 수 없는 찌꺼기는 길가의 쓰레기통에 넣으면 추가 점수가 붙습니다. 점수를 노리지 않는다면 무시해도 진행에는 지장이 없지만, 이 게임처럼 한 판이 짧고 반복되는 구조에서는 이런 부수 목표가 다시 하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조이풀 로드 레이싱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3)

연료와 압박

계속 달리다 보면 연료가 줄어듭니다. 길가의 기름통을 집어 채워야 하는데, 이게 이 게임의 실질적인 제한 시간 역할을 합니다. 물건을 욕심내다 경로가 꼬여 기름통을 놓치면, 그 뒤로는 아무리 잘 몰아도 도착 전에 멈추게 됩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기름통이 보이면 다른 것을 다 포기하고 그것부터 챙깁니다. 점수는 다음 판에서도 벌 수 있지만 연료가 떨어지면 그 판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초보자가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눈앞의 과일에 팔을 뻗다가 그 뒤의 기름통을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1983년의 아케이드와 SNK

1983년이면 아케이드 게임의 장르가 아직 굳어지기 전입니다. 고정 화면 슈팅과 미로 게임이 한창이던 시기에, 각 회사는 남들이 안 한 조작 방식과 소재를 찾아 계속 실험했습니다. 조이스틱 두 개를 서로 다른 용도로 쓰는 이 게임의 구성도 그 실험 중 하나입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불편하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조작 자체가 손님을 끌어들이는 상품성이었습니다.

SNK 역시 이때는 아직 훗날의 대형 격투 게임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여러 장르를 두루 시도하며 자리를 잡아 가던 중견 제작사였고, 이런 별난 소품을 만들 여유가 있던 시기입니다. 이 게임은 이후 가정용 컴퓨터로도 옮겨졌을 만큼 나름의 인지도를 얻었습니다.

지금 해 보면

이 게임에는 요즘 게임에 있는 친절함이 거의 없습니다. 목표도 규칙도 화면을 보며 스스로 알아내야 하고, 몇 번 죽어야 팔이 어디까지 닿는지 감이 잡힙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초기 아케이드 특유의 재미가 살아 있습니다. 규칙을 알아내는 과정 자체가 게임의 일부인 셈입니다.

같은 시대의 다른 드라이빙 게임과 견주면 확실히 이질적입니다. 속도를 겨루지도, 상대를 제치지도 않습니다. 대신 달리면서 무언가를 집는다는 단 하나의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붙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 하나에 전부를 건 게임은 1980년대 초반에 특히 많았고, 대부분은 잊혔지만 몇몇은 이렇게 특유의 인상을 남겼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기판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팔 달린 자동차라는 그림 하나만으로도 한 번 앉아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두 스틱이 손에 붙기 시작하면, 길가의 음식을 정확히 낚아채는 순간의 쾌감이 생각보다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