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 3
철권 3 (Tekken 3 World tet2 Ver e1) · 1997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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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앞에 줄이 늘어서던 시절
1997년 오락실에 이 기계가 들어온 날을 기억하는 분이 많습니다. 100원짜리 동전을 화면 아래 홈에 줄지어 세워 두고, 앞사람이 지기를 기다리는 풍경이 이 게임에서 시작됐습니다. 이기면 계속 앉아 있을 수 있으니 잘하는 사람 한 명이 한 시간 넘게 자리를 지키는 일도 흔했습니다.
그 인기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3D 격투인데도 조작이 무겁지 않고, 버튼 네 개가 각각 왼손·오른손·왼발·오른발에 그대로 대응해 처음 잡아도 뭘 누르면 뭐가 나가는지 몸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파고들면 끝이 없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철권 3(Tekken 3)은 남코가 만든 3D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두 캐릭터가 1대1로 맞붙어 상대의 체력을 먼저 깎으면 이기고, 보통 3판 2선승으로 승부를 가립니다. 혼자서 CPU를 차례로 꺾어 올라가는 모드와, 옆자리 사람과 바로 붙는 대전 모드가 있습니다.
조작은 8방향 레버와 버튼 네 개가 전부입니다. 왼쪽 위·오른쪽 위가 주먹, 왼쪽 아래·오른쪽 아래가 발입니다. 레버를 뒤로 당기면 막고, 아래로 내리면 앉아서 하단을 막습니다. 이 단순한 구성 위에 캐릭터마다 수십 개씩의 연속기가 얹혀 있습니다.
캐릭터가 만든 개성
주인공 진 카자마는 이 작품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미시마 가문의 핏줄이면서 어머니에게 배운 카자마류 고무술을 쓰는 캐릭터로, 이후 시리즈의 얼굴이 됩니다. 그의 아버지 카즈야 대신 이번에는 할아버지 헤이하치가 전면에 나서고, 마지막을 지키는 것은 오우거라는 낯선 존재입니다.
에디, 헤이하치, 폴, 킹, 니나, 요시미츠, 로우, 레이 우롱, 브라이언 같은 이름들이 오락실에서 각자 팬을 거느렸습니다. 특히 에디 고르도는 발놀림이 쉴 새 없이 이어져 버튼만 눌러도 뭔가가 나가는 탓에 초보가 즐겨 골랐고, 그 때문에 미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킹은 잡기를 연달아 이어 붙이는 멀티 스로가 상징이었고, 이걸 성공시키면 뒤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반응할 정도였습니다.
감춰진 캐릭터도 재미의 한 축이었습니다. 곰 쿠마와 판다, 공룡 곤, 그리고 진의 어머니 준을 닮은 언노운까지, 조건을 채워 하나씩 열어 가는 맛이 있었습니다.
옆으로 움직이는 감각
이전작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옆이동이었습니다. 레버를 위나 아래로 살짝 튕기면 캐릭터가 화면 안쪽·바깥쪽으로 반걸음 비켜섭니다. 직선으로만 오가던 싸움에 축이 하나 더 생긴 셈이라, 상대의 강한 기술을 정면으로 막는 대신 옆으로 흘려 보내고 등 뒤를 잡는 수읽기가 가능해졌습니다.
공중에 띄운 뒤 떨어지기 전에 계속 때리는 공중 콤보도 이 작품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띄우는 기술 하나만 맞히면 체력의 절반이 날아가니, 한 번의 실수가 판을 끝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달려드는 대신 상대의 버릇을 읽고 기다리는 사람이 이겼습니다.
익혀 두면 좋은 것
잡기를 당했을 때 손을 맞춰 푸는 것을 먼저 익히시길 권합니다. 왼손 잡기는 왼손 버튼, 오른손 잡기는 오른손 버튼으로 풀립니다. 이것만 알아도 승률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그다음은 마음에 드는 캐릭터 하나를 골라 띄우기 기술과 그 뒤에 이어지는 콤보 한 세트를 외우는 것입니다. 화려한 기술을 여러 개 아는 것보다, 확실한 한 세트를 정확히 넣는 쪽이 훨씬 강합니다. 지금 다시 잡아 봐도 손에 붙는 감각이 그대로라, 몇 판만 해 보면 그때의 재미가 금방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