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칼리버
소울 칼리버 (Soul Calibur World soc14 Ver C) · 1998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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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격투가 옆으로 걷기 시작한 순간
초기 3D 대전격투게임에서 캐릭터는 사실상 앞뒤로만 움직였습니다. 화면 안쪽으로 몸을 피하려면 정해진 회피 동작을 짧게 쓰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레버를 위나 아래로 밀기만 하면 캐릭터가 상대 주위를 그대로 돌아 걸었습니다. 창이 뻗어 오는 선에서 옆으로 빠져나와 등 뒤를 잡는 움직임이, 처음으로 손끝에서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소울 칼리버(Soul Calibur)는 검과 창, 도끼와 쌍절곤처럼 저마다 다른 무기를 든 검사들이 원형 링 위에서 맞붙는 무기 대전격투게임입니다. 사람의 영혼을 삼키는 마검 소울 엣지와 그에 맞서는 성검 소울 칼리버를 둘러싸고, 사연이 제각각인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무기가 곧 간격입니다
이 게임의 승부는 대개 간격에서 갈립니다. 미츠루기의 일본도는 중간 거리에서 가장 편하고, 킬릭의 봉이나 성미나의 언월도는 거기서 한 발 더 멀리 닿습니다. 반대로 소피티아의 짧은 검과 방패, 맥시의 쌍절곤은 안으로 파고들어야 힘을 씁니다. 상대 무기의 길이를 외우고 그 끝에서 반 발짝 밖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이기고 들어갑니다.
횡이동은 이 간격 싸움을 입체로 만듭니다. 직선으로 뻗는 찌르기는 옆으로 걸으면 허공을 가르고, 대신 옆으로 크게 휘두르는 기술은 횡이동을 그대로 잡아냅니다. 세로로 베는 기술과 가로로 쓸어내는 기술, 하단을 노리는 기술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가위바위보 같은 판이 만들어집니다.
가드 임팩트와 링 아웃
가드 임팩트는 상대의 공격이 닿는 순간에 맞춰 입력해 무기를 튕겨내는 방어 기술입니다. 성공하면 상대가 크게 흔들리면서 반격할 틈이 생깁니다. 막기만 해서는 계속 밀리기만 하던 상황을 한 번의 타이밍으로 뒤집을 수 있게 해 준 장치입니다.
링 아웃도 성격을 크게 좌우합니다. 체력이 아무리 남아 있어도 링 밖으로 밀려나면 그 라운드는 그대로 끝입니다. 그래서 무대 가장자리를 등지는 순간부터 싸움의 결이 달라지고, 던지기 한 번이나 밀어내는 기술 한 방을 노리는 심리전이 시작됩니다.
한국에서 온 두 사람
성미나와 황성경은 조선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성미나는 긴 언월도를 휘둘러 멀리서 쓸어내는 데 강하고, 황성경은 검을 쓰면서 발차기를 섞어 빠르게 파고듭니다. 우리말 기합이 그대로 나오는 캐릭터를 대전격투게임에서 만나는 일이 흔치 않던 때라, 국내 오락실에서 이 둘을 고르는 사람이 특히 많았습니다.
무기 길이가 반대인 만큼 운영도 반대입니다. 성미나는 간격을 벌려 두고 긴 무기로 견제하는 쪽이 편하고, 황성경은 상대를 벽 쪽으로 밀어붙이며 연속기를 넣는 쪽이 편합니다. 같은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둘을 번갈아 잡았다가 전혀 다른 조작에 당황하기 쉽습니다.
소울 엣지에서 이어진 이야기
이 작품은 소울 엣지의 뒤를 잇습니다. 전작에서 마검을 손에 넣은 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를 쫓던 사람들이 왜 다시 칼을 드는지가 캐릭터별 엔딩으로 조금씩 밝혀집니다. 검을 지키려는 쪽과 부수려는 쪽, 그저 힘을 탐내는 쪽이 뒤섞여 한 링 위에 오릅니다.
무기 대전격투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자리에 이 게임이 오래 남은 이유는 화려한 연출보다도 옆으로 걷고, 간격을 재고, 튕겨내는 기본기가 그만큼 잘 짜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처음 잡아도 첫 라운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몸으로 알게 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