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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실버 마스터시스템판

캡틴 실버 (Captain Silver Japan Europe) · 1988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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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따라 아예 다른 게임

같은 제목의 팩인데 어느 지역판이냐에 따라 내용물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게임이 그 대표 사례입니다. 일본과 유럽에서 나온 판은 스테이지가 여섯 개에 보스도 여섯이고 그림이 곁들여진 마무리까지 있는데, 북미판은 스테이지가 넷에 보스는 둘, 마무리는 글자만 나오고 끝납니다. 같은 제목을 샀는데 절반 가까이 잘려 나간 물건을 받은 셈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이야기할 때는 어느 판을 했느냐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온전한 쪽을 해 본 사람은 제법 잘 만든 액션 게임으로 기억하고, 잘려 나간 쪽을 해 본 사람은 어정쩡하게 끝나 버렸다고 기억합니다.

캡틴 실버 마스터시스템판 플랫폼 게임 화면 1 - 마스터 시스템 (1988)

어떤 게임인가

캡틴 실버(Captain Silver)는 해적 보물을 찾아 나서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오락실에서 먼저 나왔고, 이 마스터시스템판은 그것을 가정용으로 옮긴 것입니다. 주인공은 검을 든 청년이고, 항구 마을에서 출발해 배와 섬을 거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기본은 옆으로 걸으며 적을 베는 것입니다. 검을 휘두르는 사거리가 짧아서 적에게 바짝 붙어야 하는데, 적도 같은 거리에서 공격해 오므로 한 대 주고 한 대 맞는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그래서 무작정 들이대기보다 적이 공격을 끝낸 직후의 빈틈을 노리는 쪽이 안전합니다.

캡틴 실버 마스터시스템판 플랫폼 게임 화면 2 - 마스터 시스템 (1988)

돈을 모으고 장비를 사는 재미

이 게임이 단순한 액션과 갈라지는 지점은 상점입니다. 적을 쓰러뜨리면 돈이 떨어지고, 그 돈을 모아 마을에서 물건을 삽니다. 더 긴 검을 사면 사거리가 늘어 공격이 훨씬 편해지고, 방어구를 사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회복 아이템을 미리 사 두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진행이 막히면 답은 실력보다 준비인 경우가 많습니다. 앞 구간을 한 번 더 돌면서 돈을 모아 장비를 갖추고 나면, 아까 못 넘던 곳이 갑자기 수월해집니다. 이 구조 덕분에 순수한 반사신경만으로 밀어붙이는 액션 게임보다 문턱이 낮습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초반에 사람들이 가장 자주 죽는 곳은 발밑입니다. 낭떠러지 위를 건너는 구간에서 적이 밀어붙이면 그대로 떨어지는데, 이때 검을 휘두르려다 앞으로 나가서 떨어지는 실수가 흔합니다. 발판 위에서는 공격보다 위치 잡기가 먼저입니다.

물 위나 배 위 구간에서는 발판이 움직이거나 좁아지므로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적을 다 잡으려 하지 말고, 지나갈 틈이 보이면 그냥 지나가는 편이 낫습니다. 돈이 아깝게 느껴지지만 목숨을 하나 잃는 손해가 더 큽니다.

보스는 패턴이 정해져 있어 몇 번 보면 대처법이 보입니다. 문제는 공격 사거리가 짧아서 근접해야 한다는 것인데, 좋은 검을 사서 사거리를 늘려 두면 보스전 난이도가 눈에 띄게 내려갑니다. 보스 앞에서 막히면 장비부터 점검해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원작 오락실판은 개성 강한 액션 게임을 여럿 내놓던 회사의 작품입니다. 해적이라는 소재를 액션 게임에 끌어온 것도, 돈을 모아 장비를 사는 요소를 넣은 것도 그 시절 오락실에서는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오락실판은 동전을 계속 넣게 만드는 어려운 난이도로 유명했는데, 가정용으로 옮기면서 그 부분이 조금 완화되었습니다.

이식을 맡은 곳은 기기 제조사 본가였습니다. 자사 기기의 라인업을 채우기 위해 다른 회사의 오락실 작품을 사 와서 옮기는 일이 흔하던 시기였고, 이 게임도 그런 흐름 안에 있습니다. 지역판마다 내용이 다른 것도 이 시기 이식 작업이 지역별로 다르게 진행되던 사정을 보여 줍니다.

한국에서의 자리

마스터시스템은 한국에서도 정식으로 유통된 기기였습니다. 다만 패미컴 계열이 워낙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에, 이 기기를 가진 집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해 본 사람도 그만큼 제한적입니다.

해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검을 사서 사거리가 길어지던 순간이 가장 많이 언급됩니다. 짧은 검으로 답답하게 싸우다가 긴 검을 손에 넣는 순간 게임이 전혀 다른 물건이 되는데, 그 변화의 폭이 커서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해적선과 섬을 배경으로 한 그림도 8비트 기기 치고는 분위기가 살아 있어, 소품 같은 액션 게임 중에서는 인상이 진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