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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튼 오락실판

코튼 (Cotton SET 3 World fd1094 317 0181a) · 1991 ·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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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하나 때문에 세상을 구한다

주인공이 모험에 나서는 이유가 대단히 소박합니다. 세상이 어둠에 덮이든 말든 관심이 없고, 오직 요정이 준다는 사탕 하나를 얻겠다고 빗자루에 올라탑니다. 요정이 옆에서 세계의 위기를 설명해도 건성으로 듣고 사탕 이야기만 합니다. 비장한 대사가 오가는 슈팅 게임들 사이에서 이 뻔뻔한 동기는 그 자체로 신선했습니다.

코튼(Cotton)은 그 마녀 소녀가 되어 옆으로 흐르는 화면을 날며 마법을 쏘는 횡스크롤 슈팅입니다.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아가고, 앞에서 몰려오는 요괴들을 쏘아 없애면서 스테이지 끝의 커다란 보스를 쓰러뜨리면 다음 장으로 넘어갑니다. 얼핏 아기자기해 보이지만 요구하는 실력은 만만치 않습니다.

코튼 오락실판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1)

크리스탈과 마법

이 게임의 중심에는 크리스탈이 있습니다. 적을 쓰러뜨리면 보석 같은 것이 나오는데, 여기에 마법을 쏘면 색이 차례로 바뀝니다. 어떤 색으로 바꿔서 먹느냐에 따라 얻는 것이 달라집니다. 하나를 먹으면 경험치가 올라 마법이 강해지고, 다른 것을 먹으면 화면 전체를 휩쓰는 큰 마법을 쟁여 둘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그냥 앞만 보고 쏘는 슈팅이 아닙니다. 크리스탈이 나오면 그것을 먹을지, 색을 바꿔서 먹을지, 지금 상황에서 무엇이 더 급한지를 순간마다 판단해야 합니다. 색을 바꾸겠다고 계속 쏘다가 적에게 부딪히는 일이 초반에 특히 잦습니다.

경험치가 쌓여 등급이 오르면 마법의 굵기와 사거리가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반대로 미스가 나면 그동안 키워 둔 것을 상당 부분 잃습니다. 이 게임이 어렵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 번 죽으면 화력이 떨어지고, 화력이 떨어지면 적을 못 잡아 또 죽는 흐름에 빠지기 쉽습니다.

코튼 오락실판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1)

요정과 함께 날기

혼자 날아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곁을 따라다니며 함께 쏘아 주는 존재가 붙어, 사실상 두 갈래로 공격하게 됩니다. 이 보조 화력이 있고 없고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크게 달라지므로, 아이템을 챙길 기회가 보이면 놓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쟁여 둔 큰 마법은 위기 탈출용입니다. 화면이 적으로 가득 차 도망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혹은 보스의 체력이 조금 남아 승부를 걸어야 할 때 씁니다. 초보자가 흔히 하는 실수가 아까워서 끝까지 안 쓰다가 그대로 잃는 것입니다. 죽으면 어차피 잃는 자원이니 위험하다 싶은 순간에 미리 쓰는 편이 결국 이득입니다.

보스는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화면을 크게 차지합니다. 대부분 정해진 순서로 움직이므로, 몇 번 만나 패턴을 외우면 안전한 자리가 보입니다. 무리해서 정면에 붙기보다 위아래 끝에서 각도를 잡고 꾸준히 맞히는 쪽이 안정적입니다.

귀여운 그림 속의 단단함

이 작품은 이른바 아기자기한 슈팅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커다란 기계와 우주선이 부딪히던 장르에 동화풍 배경과 만화적인 캐릭터를 들여왔고, 스테이지 사이사이에 대사가 오가는 짧은 장면까지 넣었습니다. 게임을 하는 중간에 캐릭터들이 티격태격하는 연출은 당시 슈팅에서는 드문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내용까지 순한 것은 아닙니다. 적의 수와 배치가 촘촘하고, 화력을 잃었을 때의 압박이 확실합니다. 겉모습만 보고 가볍게 잡았다가 초반 스테이지에서 크게 당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드러운 그림과 빡빡한 구성이 함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입니다.

기판 성능을 잘 쓴 화면도 한몫합니다. 배경이 겹겹이 흐르고 큰 보스가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습은 그 시절 기준으로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여러 편의 후속작과 이식판이 이어졌고, 이 장르에서 하나의 계보를 만든 작품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국내에서는 대형 오락실보다 게임을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알려진 편에 가까웠습니다. 당시 오락실의 슈팅 자리는 묵직한 기체가 나오는 작품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마녀와 요정이 나오는 그림은 취향이 갈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 번 붙잡은 사람은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동전을 넣고 처음 몇 분만 지나면 이 게임이 겉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크리스탈 색을 바꿔 먹는 판단, 마법을 언제 터뜨릴지의 선택, 보스 패턴을 외우는 과정까지 슈팅으로서 갖출 것을 다 갖췄습니다. 지금 다시 해 봐도 그림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난이도는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