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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 라이더스

쿨 라이더스 (Cool Riders) · 1995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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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이면 오락실이 이미 폴리곤으로 넘어가던 시기입니다. 각진 3차원 화면이 새것 대접을 받던 그때, 세가는 그림을 크게 키우고 줄이는 옛 방식으로 오토바이 게임 하나를 더 내놓았습니다. 결과물은 오히려 그 덕분에 색이 진하고 만화 같은 화면이 되었습니다. 사람 얼굴에 표정이 있고, 풍경이 알록달록합니다.

쿨 라이더스(Cool Riders)는 오토바이를 몰고 코스를 달리는 레이싱 게임입니다. 성격이 다른 라이더 가운데 하나를 골라 출발하고, 체크포인트를 지날 때마다 시간을 벌면서 정해진 구간을 끝까지 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코스는 미국 곳곳을 옮겨 다니는 구성이라, 구간마다 배경이 통째로 바뀝니다.

쿨 라이더스 레이싱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5)

고르고, 달리고, 시간을 법니다

시작할 때 라이더를 고릅니다. 저마다 오토바이의 성격이 달라서, 최고 속도가 높은 쪽과 다루기 편한 쪽 사이에서 취향대로 고르게 됩니다. 처음이라면 다루기 쉬운 쪽이 확실히 낫습니다. 이 게임에서 속도는 넘어지지 않아야 의미가 있습니다.

기본 규칙은 그 시절 레이싱의 공식을 따릅니다. 남은 시간이 계속 줄어들고, 체크포인트를 통과하면 시간이 더해집니다. 순위를 다투는 것보다 시간 안에 다음 지점에 닿는 것이 우선이라, 앞차를 제치는 일도 결국 시간을 아끼기 위한 수단입니다.

넘어지면 손해가 큽니다. 다시 일어나 속도를 붙이는 데 시간이 그대로 날아가기 때문에, 무리해서 안쪽으로 파고들기보다 부딪히지 않는 선을 찾는 편이 결과가 좋습니다.

쿨 라이더스 레이싱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5)

코너와 차량 사이

가장 어려운 구간은 굽은 길입니다.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진입하면 바깥으로 밀려 벽에 붙고, 그러면 속도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코너 앞에서 미리 속도를 줄이고, 안쪽을 스치듯 지나 빠져나오면서 다시 올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브레이크를 코너 안에서 잡으면 이미 늦습니다.

두 번째는 다른 차량 사이를 지나가는 구간입니다. 오토바이는 폭이 좁아서 차와 차 사이를 통과할 수 있지만, 앞차가 차선을 바꾸면 그대로 부딪힙니다. 멀리 보이는 차의 움직임을 먼저 보고 어느 쪽으로 빠질지 정해 두어야 합니다. 붙어서 판단하면 반응할 시간이 없습니다.

세 번째는 배경이 바뀌는 순간입니다. 구간이 넘어가면 길 폭과 장애물 성격이 달라져서, 앞 구간의 감각으로 달리다가 첫 코너에서 크게 잃는 일이 잦습니다. 새 구간의 첫 몇 초는 살짝 여유를 두고 달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쿨 라이더스 레이싱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5)

기판과 시기

이 게임은 세가가 스프라이트를 확대하고 축소하는 기판을 쓰던 시절의 끝자락에 나왔습니다. 같은 회사가 이미 폴리곤 대전 격투와 레이싱으로 화제를 몰던 때라, 기술적으로는 한 세대 앞선 방식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도 화면은 지금 봐도 눈에 잘 들어옵니다. 폴리곤 초기의 각지고 밋밋한 화면과 달리, 그림으로 그린 배경은 색이 진하고 세부가 많습니다. 라이더들의 과장된 생김새와 미국 도로 풍경이 어울려서, 진지한 레이싱이라기보다 놀이공원 같은 인상을 줍니다. 이 결이 이 게임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같은 회사 다른 오토바이 게임과 견주면

세가는 오토바이 게임을 여러 편 만들어 왔습니다. 앞선 작품들이 실제 경주를 흉내 내는 쪽이었다면, 이쪽은 캐릭터를 앞세우고 무대를 관광지처럼 꾸며 성격을 확실히 다르게 잡았습니다. 기록을 다투기보다 구경하며 달리는 재미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몸으로 기울여 조작하는 대형 기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앉는 순간부터 다른 게임과 구별됐습니다. 화면만 보는 게임이 아니라 몸을 쓰는 게임이었고, 그래서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에게도 볼거리가 됐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런 대형 기기는 한국에서 흔하지 않았습니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값이 비싸서, 규모가 큰 오락실이나 놀이 시설에 가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동네 오락실 기억에는 잘 남지 않고, 큰 상가에 갔다가 한 번 타 본 기억으로 남은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 타 본 사람은 대체로 화면 색과 요란한 음악을 기억합니다. 진지한 경주 게임을 기대하고 앉았다가, 만화 같은 라이더와 과장된 연출에 웃게 되는 게임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달려 보면 그 시절 세가가 얼마나 여러 방향을 한꺼번에 시도하고 있었는지가 보입니다.